美 하원 ‘위안부 결의안’ 9주년, 이용수 할머니와 재회
美 하원 ‘위안부 결의안’ 9주년, 이용수 할머니와 재회
  • 경소영
  • 승인 2016.09.22 0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 20일 워싱턴 D.C에서 위안부 결의안 채택 9주년 기념식 열려

[뉴스 M = 경소영 기자] 지난 20일 미주 한인 풀뿌리단체 시민참여센터(KACE)가 워싱턴 D.C 연방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 채택 9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은 특별히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마이크 혼다 의원,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총 5명의 연방의원과 뉴욕, 워싱턴 일대의 한인 40여 명이 참석했다.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2007년 미 연방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하고, 하원 만장일치 통과시킨 주역 마이크 혼다 의원이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혼다 의원과 이 할머니는 서로에게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며 감격의 포옹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9년 전, 미국 의회에서 역사적 증언을 한 바 있다. 1943년 16세의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로 희생당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결의한 통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다. 혼다 의원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이 중심이 되어 발의, 채택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은 이 할머니의 증언이 없었다면 통과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2007년 미국 하원이 채택한 ‘위안부 결의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 일본 정부에 공식적이고 분명한 시인 및 사과, 역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미 의회가 미국이 직접 개입되지 않은 문제를 두고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2007년 미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된 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워싱턴=연합뉴스)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이끈 마이크 혼다 의원은 일본계 3세이다. 그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연방정부가 일본계 이민자들을 강제 수용할 때, 5세까지 부모와 함께 수용소 생활을 했다. 혼다 의원이 평화운동과 이민자 권익옹호 운동에 앞장섰던 배경이다. 일본인의 피가 흐르지만, 위안부 인권문제에 가장 먼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혼다 의원은 1999년 캘리포니아 주의회 하원에서 최초로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때를 떠올리며, 수년간 침묵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 정부 차원의 위안부 공식 인정과 사과를 촉구했다.

“1999년에 위안부 이슈를 처음 언급했을 때는 한인들의 참여가 없었다. 위안부는 비단 한국이나 한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보코 하람과 IS 등에서 위안부와 유사한 성노예 제도를 통해 인권침해와 여성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결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이날 발언에서 특히 일본의 역사 교육에 대해 지적했다. 일본은 현재 위안부 이슈를 비롯해 2차대전 당시 일본으로 인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피해받은 일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는 이 역사적 참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성장한 시민들이 수 세대에 걸쳐있다는 것이다. 혼다 의원은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올바른 역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이크 혼다 (캘리포니아 17지역구) 연방하원의원.(사진/KACE 제공)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위안부 결의안의 최초 공동발의자라는 사실이 굉장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며, 일본 정부에게 역사 왜곡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위안부 청문회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을 듣고 이 참사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 할머니를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말하며 경의를 표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용감한 증언 덕분에 다른 의원들에게 위안부 이슈를 알릴 수 있었다. 결의안 통과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분이다. 이제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몇 남지 않은 만큼 일본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에드 로이스 (캘리포니아 39 지역구) 연방하원 외교위원장. (사진/KACE 제공)

미 의회 내 대표적 친한파로 꼽히는 찰스 랭글 하원의원은 내년 초 한국에 방문할 계획을 밝히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본인의 한국전쟁 참전 경험을 나누며 “전쟁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그 이후 희망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적극적인 활동과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며, 지지의 뜻을 표했다.

랭글 의원은 지난해 아베 일본 총리와 만나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 일 무역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압박을 가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위안부 결의안 통과 9주년 기념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찰스 랭글 의원이 포옹하고 있다. (사진/워싱턴=연합뉴스)

2007년 결의안 발의 당시 위안부 문제 관련 혼다 의원을 자문한 민디 코틀러(아시아 폴리시 포인트 대표)는 역사 바로 알리기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을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에서는 2차대전 당시 유럽의 상황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에 비해 참혹했던 아시아의 상황에 대한 인지도는 너무나도 낮다.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전쟁 범죄를 사과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최근 발견되는 문건을 보면, 피해자는 아시안 여성 뿐 아니라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미국인까지도 포함한다. 그러므로 위안부 문제는 진정 세계적인 문제이다.”

일본의 잘못된 역사 교육을 지적하고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는 여러 미 의회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이용수 할머니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혼다 의원을 비롯해 많은 의원들이 위안부 결의안을 지지해주지 않았더라면 결코 지금이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일본이 두 번 다시 이런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나서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나는 200살까지 살아서 일본과 싸워 꼭 이길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올해 11월에 있을 선거에서 혼다 의원이 당선되어야 위안부 결의안이 지속되고 문제 해결의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이에 기념식을 주관한 시민참여센터(KACE) 및 한인 지도자들이 적극 나서주기를 거듭 당부했다.

이용수 할머니를 찾아온 조지 와싱턴 대학생들의 모습. (사진/KACE 제공)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