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난민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 경소영
  • 승인 2016.09.2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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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난민 정상회의에서 울려퍼진 6살 소년의 편지

[뉴스 M = 경소영]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난민 정상회의 연설에서 6살 미국 소년의 편지를 소개했다. 뉴욕 주 스카스데일에 사는 알렉스는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시리아 알레포의 꼬마 옴란 다크니시를 자신의 집에 데려다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옴란 다크니시는 지난달 17일 시리아 내전 격전지인 알레포를 겨냥한 공습으로 무너진 집의 잔해 속에서 구조된 5살 소년이다. 구급차 의자에서 멍한 표정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옴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옴란 다크니시의 참혹한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으로 시리아 내전의 참상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시리아 알레포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5살 소년 옴란 다크니시. 이 사진은 시리아의 참상을 세계인에게 고발하며 반전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소년 알렉스의 편지

알렉스는 시리아 내전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옴란을 “동생으로 삼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백악관에 보냈다.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쓴 편지였다. 알렉스가 오바마에게 보낸 편지 전문은 다음과 같다.

오바마 대통령께

시리아에서 구급차에 의해 구조된 아이를 기억하시나요? 
시리아로 가셔서 그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오실 수 없나요? 우리 집 차고 앞이나, 도로에 차를 세우셔도 좋아요. 우리는 국기, 꽃, 그리고 풍선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게요.

우리는 그 아이에게 가족이 되어 줄 거에요. 저는 형이 되겠죠. 제 여동생 캐서린은 그 아이를 위해 나비와 반딧불이를 채집할 거에요. 우리 학교에는 시리아에서 온 오마르라는 친구가 있어요. 시리아에서 그 아이가 오면 오마르에게 소개해줄 거에요. 우리는 모두 함께 놀 거고, 생일 파티에 초대도 할 거예요. 그가 우리에게 다른 언어를 알려주면, 우리는 영어를 가르쳐 줄 거에요. 

아이에게 알렉스가 형이 되어줄 거고, 알렉스는 그 아이처럼 정말 착하다고 전해주세요. 그 친구는 장난감을 가져오지 않을 거고, 장난감이 없을 테니, 캐서린이 크고 파란 줄무늬가 그려진 하얀 토끼 인형을 나눠줄 거에요.

그리고 전 자전거를 빌려주고, 어떻게 타는지 알려줄 거에요. 또, 더하기랑 빼기도 가르쳐 줄게요. 그리고 캐서린의 펭귄 모양 립글로스도 향을 맡게 해줄게요. 캐서린은 아무도 그 립글로스를 못 만지게 한답니다.

정말 감사해요.

미국 CNN 방송이 백악관의 제공으로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알렉스의 손편지

알렉스의 정성어린 손 편지는 한 달 후, 뉴욕 유엔 난민정상회의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목소리로 재탄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 난민 정상회의 연설에서 알렉스의 편지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6살 꼬마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어린아이에게 인류애를 보았다. 아이는 냉소라는 것을 배우지 않았다. 그 사람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생겼고, 어떤 식으로 기도하는지에 따라 사람을 의심하거나 공포를 갖지 않는다.”

두 소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피범벅인 얼굴에 폭격 먼지를 온 몸에 뒤집어쓴 옴란의 사진은 전 세계인의 분노를 자아냈고, 임시 휴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옴란과 반전 여론이 이루어 낸 시리아 휴전은 한 달여 만에 빛을 잃고 말았다. 

지난 19일 휴전이 종결되자마자 시리아 알레포로 구호물품을 싣고 가던 유엔 등 국제기구 호송차량이 무차별 폭격을 받아 2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일어났다. 전쟁 중에서도 주민을 위한 인도적 목적의 국제기구 구호물품 차량을 공격하지 않는 것은 전쟁 당사국 사이의 불문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구호물품 차량이 대규모 공습을 받기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에서 일주일간의 임시 휴전이 종료되자마자 대대적인 공습이 재개된 가운데 유엔 등 국제기구의 구호물품 호송대에도 폭격이 쏟아졌다. (사진/Ammar Abdullah TPX IMAGES OF THE DAY)
시리아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에서는 연일 공습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사진/한국일보 캡쳐)

21, 22일에도 밤사이 폭격으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 등 최근 몇 개월 사이 최악의 공습이 일어나고 있다. 알레포 주민들은 "하늘에서 불이 떨어졌다"며 공습을 증언하고 있으며 알레포 구호단체는 공습으로 21일까지만 모두 49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임시 휴전은 성과 없이 끝났고, 시리아 주민들만 피해를 입었다. 제2, 제3의 옴란 다크니시가 얼마나 더 나와야 전쟁이 끝날 수 있을까. 미국 및 유엔 주요 회원국 정상들이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시리아 문제 해법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호소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AP·AF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이 공동의장을 맡은 국제시리아지원그룹(ISSG) 대표단은 22일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시리아 휴전 복구 문제를 두고 협상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뉴욕에서 휴전 복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시리아 최대 격전지인 반군 장악지역 알레포에서는 휴전 종결 직후부터 계속해서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난민 정상회의 연설에서 알렉스의 편지를 소개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6살 꼬마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면서 “어린아이에게서 인류애를 보았다”고 말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고뇌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시리아 문제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한 바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수백만 명이 난민이 됐다. 이것이 모두 내 임기 중에 발생한 일인데, 지난 5~6년 동안 내가 어떻게 달리 행동할 수 있었을지는 늘 자문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알렉스의 편지를 소개하면서 시리아 내전의 참상이 재조명 받고 있다. 현재 50만 명 가까운 시리아 내전 희생자 가운데 15세 미만 어린이 비중은 20%에 달한다. 430만 명의 시리아 난민 중 어린이는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은 올해 1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였으나, 최근 GDP기준 상위 6개국의 난민 수용 규모는 전체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일 난민정상회의를 마치며, 50개국이 난민 36만명을 추가 수용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와 함께 “난민 가족들의 면전에서 문을 닫는 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배반하는 것”이라며,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난민들을 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의 영상은 백악관 홈페이지와 오바마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알렉스의 동영상이다. 25만 회 이상 공유, 1,400만 번 넘는 시청 회수를 기록하며 감동을 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본 영상을 올리며 다음과 같이 글을 남겼다.

“이건 6살짜리 아이가 쓴 편지입니다. 사람의 생김새나 출신 지역, 그리고 기도 방법을 보고 냉소적이 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어린 아이죠. 우리는 모두 알렉스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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