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흑인 소녀의 절규 "우리를 죽이지 마세요"
한 흑인 소녀의 절규 "우리를 죽이지 마세요"
  • 경소영
  • 승인 2016.09.28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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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격으로 숨진 흑인 남성 '키스 스콧' 사건 포럼 샬럿 시의회장에서 열려

[뉴스 M = 경소영 기자] 흑인 소녀의 연설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지난 26일 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시의회장에서는 일주일 전 경찰 총격으로 숨진 흑인 남성 ‘키스 러먼트 스콧’ 사건에 관한 시민들의 포럼이 열렸다. 이날 흑인 소녀 지안나 올리펀트는 회의 전 단상에 올라 연설을 했다.

“우리는 흑인입니다. 전 오늘 우리 흑인이 어떻게 다르게 대접받고 있는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단지 피부색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일을 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체구의 지안나는 위의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지안나는 울부짖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 아빠, 엄마는 죽임을 당했어요. 더는 부모님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고 슬퍼요. 우리는 묘지에 부모님을 묻어야 해요. 너무 눈물이 나요. 눈물을 흘리면 안되는데 말이죠. 우리는 정말 부모님이 필요해요.”

샬럿 시의회장은 스콧 사건으로 매우 격노한 샬럿 주민들로 가득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시의회장은 지안나의 연설로 눈물 바다가 됐다. 몇몇 사람들은 울면서 연설을 하는 지안나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지안나가 연설한 포럼은 지난 20일 샬럿에서 경찰에게 살해당한 흑인 남성 키스 러먼트 스콧 사건을 돌아보며, 인종차별과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성찰하고, 제니퍼 로버츠 살럿시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열렸다. 스콧은 경찰의 명령으로 자신의 승용차에서 내린 직후 경찰관 총에 맞아 숨졌다.

지난 20일 샬럿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용의자 수색을 벌이던 경찰이 다른 흑인 남성 키스 러몬트 스콧(43)에게 총을 쐈다. 스콧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바로 사망했다.

당시 정황에 대해서는 유가족 및 목격자 증언과 경찰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 목격자는 “스콧이 손을 들고 차에서 내리다 책을 떨어뜨렸으며 무기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총을 버리라고 거듭 외쳤으나 스콧이 불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3일 후 스콧의 아내가 찍은 영상에는 “그는 아무 짓도 안했어요. 총 없어요. 그에게는 TBI(외상성 뇌손상)가 있어요. 아무 짓도 안 할 거에요”라고 호소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총격 장면은 경찰이 착용한 보디캠과 경찰 차량에 있던 카메라로도 찍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 영상을 유족에게만 보여준 채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이 영상들을 당장 일반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스콧은 올해에만 경찰 총격에 숨진 702번째 미국민이자 163번째 흑인이다. 계속되는 흑인 사살에 분노한 수 백명의 시위대가 노스캐롤라이나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위대는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손 들었으니 쏘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로를 점거했다.

평화적인 밤샘 추모 기도회로 시작한 시위는 일부 시위대가 도심으로 진출하다 경찰과 충돌하면서 격렬한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팻 맥크로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샬럿에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폭력 사태 진압과 도심 질서 회복을 위해 주 방위군을 파견한다고도 밝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폭동 사태로 비화됐다. 시위대와 경찰 양쪽에서 20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하자, 주 당국은 21일 샬럿 주요 지역들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을 투입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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