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 못한 후보들
질문에 답 못한 후보들
  • 김동찬
  • 승인 2016.09.30 0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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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극 대선 엿보기]

세기의 대결, 1억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보았다고 하는 2016년 9월 26일 1차 후보자 토론회를 테레비전 앞에서 90분동안 지켜 보았다. 경제, 인종, 외교 국방의 내용을 가지고90분동안 두 후보는 사회자가 묻는 질문에 답을 하는 척 하다가 그 질문을 가지고 바로 상대에 대한 공격으로 사용하는 뛰어난 전투력을 보였다. 토론회를 다 보고 난 다른 사람들의 소감들이 궁금하다. 언론들은 누가 이겼느냐, 누가 거짓말을 했느냐 하면서 토론회 이후의 여론조사와 지지도를 발표하고 있다.

과연 토론회는 누가 이기고 졌을까? 유권자들은 이번 토론회를 보면서 특정후보를 찍었을 때 현재보다 더 낳은 미래가 보장될 수있다는 확신을 가졌을까? 대선 후보자 토론회의목적은 각 후보들이 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럼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그동안지지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많은 부동 층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정했을까?

객관적으로, 힐러리는 정치 프로페셔널이고 트럼프는 그야 말로 아마추어다. 확실히 힐러리는 트럼프보다 논리 정연한 토론을 하였고 트럼프는 공격다운 공격 제대로 한번 해보지 못하고 코를 훌쩍거리고 아이들이나 하는 ‘Wrong, Wrong, Wrong’ 하면서 힐러리 발언시간에 끼어들어 말을 막는 그런 모습이었다. 친 힐러리의 언론들은 힐러리의 압승이라고 했다. SNS 에서는 서로 지지하는 후보가 더 잘했다고 하면서 손가락 전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그러나 부동 층의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힐러리는 현상 유지다. 특별히 변화와 개혁이라는 단어도 쓰지 도 않았다. 반면에 트럼프는 기존의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변화와 개혁이라는 뜻으로 들리지 않았다. 4년마다 치뤄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지금 보다더 나은 변화를 원한다. 민주당식 개혁이 더 나으면 민주당 후보에게 공화당식 개혁이 더 나으면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 그러나 두 후보에게 변화와 개혁의 정책은 없었다. 현상태 유지 아니면 현상태 전면 부정 밖에 없었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변화와 개혁의 단어가 예비선거에서는 사용이 되었다 그러나 각 당 후보들이 확정되고 난 이후 사라져 버렸다. 힐러리는 민주당식 변화와 개혁의 정책을 내놓지 못했고 마찬가지로 트럼프도 공화당식 변화와 개혁의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그렇기에 유권자들이 절실히 원하는 지금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과 그것을 만들기 위한 대안으로서 정책과 공약이 이번 토론회에서 귀에 들리지 않았다.

두 후보는 나름 피를 말리는 말싸움을 했다. 그러나 그 말싸움에서 누가 이겼는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경제문제에서 성장과 분배의 관점에서 무엇이 신성장 동력인지, 어떤 방식으로 분배를 잘 할 것인지, 두 후보 모두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힐러리는 오바마가 써먹었던 태양광 에너지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과 최저 임금 인상안이 다였다. 트럼프는 태양광은 실패한 에너지 정책이다 그러면서 그의 특기인 남의 탓을 했다.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멕시코와 중국에서 기업들이 미국으로 오게 해야 한다. 이에 힐러리는 바로 기업들에게 세금을 감면해야 한다라는 실패한 공화당의 경제정책을 문제재기하고 트럼프가 일을 시키고도 돈을 주지 않은 경우들, 세금보고를 아직도 하지 않는 이유를 대라고 하면서 공격했다.  

인종문제에서 두사람이 제시하는 해법은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는 이야기일 뿐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트럼프의 부동산 회사가 인종차별적으로 연방법무부에 고발당했던 적이 있다고 했고 트럼프는 ‘No No No, Wrong, Wron, Wrong’이라고 힐러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 국방에서도 미국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보다 과거의 정책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수준이었다. 과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는 것은 새로운 대통령의 과제다. 그런데 과거 대통령의 잘못을 비난만 하는 것은 새로운 대통령의 자질이 되지 못한다. 문제는 올바른 처방과 대안이다. 두 후보 모두 사실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공화당 모두 지금 미국이 처한 외교적 난관을 헤쳐 나갈 대안이 없다. 그저 현상 유지도 급급한 상황이고 객관적 세계정세는 더욱더 꼬여 가고 있다.

90분동안 진행된 토론회를 보고 사회자의 질문에 근거 있는 답을 말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한 질문을 상대를 공격하는 ‘툴’로만 사용했던 두 후보를 보면서 힐러리는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그렇다고 트럼프를 선택한다면 현상태가 바뀔 것 같은데 그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지 아님 더 못한 방향으로 바뀔지 도박하는 심정이다.

유권자가 원했던 것은 바로 현실의 문제에 대한 처방과 대안을 딱 정리해서 내놓는 그런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김동찬 소장 / 시민참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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