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뉴욕 거리에서 '우리가 백남기다!'를 외치다
비오는 뉴욕 거리에서 '우리가 백남기다!'를 외치다
  • 경소영
  • 승인 2016.10.0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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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뉴욕 총영사관 앞에서 '백남기 농민 추모 뉴욕 집회' 열려

[뉴스 M = 경소영 기자] 9월의 마지막 날 뉴욕에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금요일 저녁 7시 즈음 뉴욕총영사관 앞에 하나둘 한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우산 대신 팻말을 들었다. 손글씨로 명확하게 쓰여진 구호,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 '특검 시행' 등이 그것이다. 한 청년의 손에는 백남기 농민의 영정 사진이 들려있다.

뉴욕에 거주하는 약 20명의 한인들이 맨해튼 거리로 나와 외치기 시작했다. 국가 폭력에 의해 죽임 당한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같은 날 한국시각으로 10월 1일 오후 4시에 열린 '범국민 추모대회', '세월호참사 900일 문화재'와 연대하는 집회였다.

이날 뉴욕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청년이 백남기 농민의 영정 사진을 들었다. ⓒ<뉴스 M> 유영

이날 뉴욕 집회에서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구호를 똑같이 사용했다. '국가폭력 살인진압 책임자를 처벌하라',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특검을 시하라', ' 폭압적인 부검 시도 즉각 중단하라', '박근혜 정권이 죽였다. 살인 정권 규탄한다'를 다 같이 외치며 추모집회를 시작했다.

구호로 집회를 연 후, 백남기 농민의 영정 앞에 다 같이 마음을 모아 추모 묵념을 했다. 구호를 반복해서 외치고, 한 시위참가자가 앞으로 나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바쁘게 지나다니는 몇몇 사람에게 영문 전단을 나누어 주며 집회를 진행하였다.

7시가 넘으니 퇴근하는 몇몇 한인들이 뉴욕 총영사관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시위대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빠르게 사라졌다. 자동차 소음, 비 내리는 소리 탓에 확성기에 대고 발언을 하고 구호를 외쳐도 거리를 크게 장악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고 현 정권을 규탄하는 메시지가 명확히 전달되기에는 부족함 없었다.

뉴욕총영사관 앞 백남기 농민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시위대를 외면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한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뉴스 M> 유영

한 시위 참가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하며 울분을 토했다.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백남기 농민의 부검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정작 부검이 필요한 곳은 청와대와 검찰, 경찰이다. 서울대병원 영안실을 둘러싼 공권력을 보면 유신독재 시절과 똑같이 보인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뉴욕 뉴저지 세사모 집행부 김대종 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의 강제 부검 시도는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시도와 똑같다"라고 강조하며, 이것이 백남기 농민 유가족 뒤에 항상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 서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시국 선언의 내용처럼 정부의 사죄, 특검 실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부검 시도 즉각 중단, 국가폭력 물대포 완전 추방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한국과 연대하기로 결의했다. 마지막으로 "책임자를 처벌하라"라는 구호를 크게 외치고 집회는 마무리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비가 오지만 우산 대신 구호가 쓰여진 피켓을 들었다. ⓒ<뉴스 M> 유영

아래 영상은 한 시위 참가자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는 모습이다. 시간이 갈수록 굵어진 빗줄기와 함께 뉴욕 동포들의 마음에도 세찬 비가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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