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도시로, 그 길이 아닐지도 몰라
도시로 도시로, 그 길이 아닐지도 몰라
  • 권성권
  • 승인 2016.10.05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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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농촌마을 살리기 프로젝트 [땅에서 삶을 짓다]

귀농과 귀촌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형편은 저마다 다르죠. 도시에서 월급생활 하는 게 퍽퍽해서, 건강이 좋지 않아서, 삶에 여유를 찾고 싶어서, 그리고 산과 들과 바다가 마냥 좋아서 농촌과 어촌으로 돌아와 살고 있죠.

그런데 젊은이들이 새롭게 시골에 둥지를 트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농촌과 지역 경제를 살리고, 도시와 농촌의 가교 역할을 하여,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 말이죠. 그를 위해 맨 땅에 헤딩하는 이들도 있고,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형식을 취해 그 토대를 마련하는 이들도 많죠. 여기 좌충우돌 농촌마을 살리기에 뛰어든 이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각자의 리듬에 맞는 농사를 지어 보기로 했다. 단은 앞서 말한 큰 규모의 농사를 지어 생협에 출하하거나 직거래 판매를 하는 일을 주도하기로 했고, 치자와 혤짱은 본격적인 꾸러미 사업을 해 보려고 다양한 작물을 조금씩 심어서 연습해 보기로 했다. 물론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할 때에는 같이 조율해서 했다."(57쪽)

김소연 외 10인이 쓴 <땅에서 삶을 짓다>는 책에 나온 전남 해남의 '미세마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12년부터 청년 몇 명이서 그곳에 둥지를 틀고 함께 농사를 짓고, 공부하며 살고 있는 이야기죠. 처음엔 돌아가면서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것조차 어색했지만, 차츰차츰 해를 거듭할수록 익숙해집니다. 이제는 함께 농사를 지은 작물을 한살림에 출하하거나 직거래로 팔기도 하고, 그를 통한 수익으로 배움터까지도 꾸려나간다고 하죠.

"우리 게스트하우스 한 편에는 열댓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고 오래된 건물이 한 채 있다. 최근까지 사무실로 사용되던 이 건물은 현재 '디아스포라'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고향을 떠나 이주하여, 자신의 문화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공간에서는 '모여라 땡땡땡'이라는 이름으로 기타 강좌, 로컬 푸드 요리 동아리, 대안(면) 생리대 워크숍, 소이 캔들 만들기 등 각자의 재능을 살린 다양한 배움과 나눔이 이뤄지고 있다."(79쪽)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자리 잡고 있는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이름도 특이한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됐는데, 그를 계기로 자연스레 5명의 조합원과 30여 명의 회원들이 덤벼들었고, 차츰차츰 안정을 찾다가, 지금은 전북의 문화예술인들이 각자의 재능과 적성을 살려 협업을 일구고 있다고 하죠.

책표지/ 김소연 외 10인의 〈땅에서 삶을 짓다〉 ⓒ 교육공동체벗

특별히 그곳에서는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의 마당을 중심으로 잔치를 벌인다고 합니다. 완주로 귀촌한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토요문화장터 '맹꽁이 공방, 고양이 식당'을 여는 게 그것이죠.

'꽁냥마켓'은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회원들이 모여 로컬 푸드를 만든 요리인데, 그들이 직접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만든 것이고, 다양한 수공예품도 전시하고 판매한다는데, 그곳 인근의 아이들도 직접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좋아한다고 하죠.

그들이 이런 일들을 벌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장터를 통해 많은 수익을 내기보다는 건강한 먹을거리와 소소한 재능을 매개로 지역 사회 안에서 더 많은 교류와 나눔이 생겨나길 바라는 것이죠.아울러서 그들도 처음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듯이, 완주 땅에 새롭게 정착하려고 하는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자 한답니다. 그를 위해 청년귀촌캠프, 인턴십 프로그램, 정착 지원 정보, 단기 체류 숙소 등을 열어 놓고 있다고 하죠.

"산나물이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서 좋은 품질로 산나물을 맛보고, 찾아야 한다. 접점을 만들기 위해 생생농업유통은 서울에 청정 재료를 사용한 한식 밥집을 열었다. 2014년 11월, 서울 성수동에 첫 식당, 소녀방앗간을 오픈했다. 청송의 할머니들과 산나물을 따러 산에 올랐던 하루의 이야기를 그림과 이미지, 짤막한 글로 전시했다."(100쪽)

경북 청송에 자리잡고 있는 '창조지역사업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곳은 2011년 지역발전위원회와 안전행정부 등이 주관해 시작된 사업의 하나인데, 청송군청과 청송시니어클럽, 그리고 생생농업유통 세 단체가 참여한 일종의 '농촌 재생 프로젝트'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생생농업유통에 속한 네 명의 청년들은 청송 지역의 산과 들에 각종 산나물을 심고 가꾸며, 시니어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그 산나물을 따서, 그것들을 활용한 반찬을 만들고, 그것들의 판로와 광고를 위해 대도시에 한식 밥집을 열었다고 하죠. 쑥, 고구마순, 시래기를 비롯한 친숙한 나물부터 나물취, 곰취, 뽕잎, 다래순, 두릅, 곤드레 등 다양한 나물들을 청송에서 올려 보내고 있는데, 그만큼 지역경제는 물론 도시와 농촌간의 필요와 잉여를 찾아 메워가고 있는 셈이겠죠.

이 밖에도 이 책에는 경남 산청의 '민들레공동체'를 비롯해, 충남 금산의 '별에별꼴' 청년 공동체, 충북 괴산의 '문화학교 숲', 강원도 정선의 '마을에너지공방○○', 충남 홍성의 '젊은협업농장' 등 20대에서 4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청년들이 서로 다른 취향과 재능을 살려, 농촌에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내용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지금 목포에 살고 있는 나도, 가끔 신안군 지도의 서낭구지 마을에 살고 있는 83살의 어머니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토록 젊디젊은 어르신들이 이제는 다들 늙고 늙어 평균 나이가 70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때에 가뭄에 콩 나듯 도시로 진출한 자식들이 서낭구지 마을에 돌아오는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어떤 프로젝트나 남다른 계획 없이 귀농한 것이라면 조금은 서글프지 않나 싶습니다. 감히 권하건대, 부디 이런 책들을 읽어서, 뭔가 새로운 시도들을 해 보고, 농촌과 도시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상생의 길도 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더 바랄 게 있다면, 현재 시골에 살고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이런 책들을 더 많이 읽어서 늙어가는 농촌도 젊음으로 되살리고, 각자의 취향과 특성에 맞는 작물을 재배하여, 또 다른 '농촌재생 프로젝트'를 실현해갔으면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 첫걸음이 있다면, 이런 책들을 읽고 상상하는 데서부터 비롯되지 않을까 싶어요. 좌충우돌 농촌마을 살리기에 뛰어든 이들처럼 말이죠.

"농촌 지역에서는 너를 고용하여 월급을 주고 고용 조건을 협상할 고용주는 별로 없다. 취업이라는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이 공간을 열어주고 너 스스로가 너를 고용하고 지역 사람들이 협력해 주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근로 조건과 고용조건을 우리나라 평균-그 평균값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과 비교하지 말고 지역 사람들, 너를 지원해 준 지역 농민들과 비교했으면 한다. 나는 자기의 터전이 없는 글로벌 인재가 아니라, 국가 단위의 산업 인재가 아니라, 지역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291쪽)

이 책의 에필로그에 담긴 글입니다. 이 책을 통해 각각의 공동체 마을을 소개하고 있는 각각의 친구들에게, 전 풀무학교 전공부 교사이자 젊은협업농장 이사 정민철 선생이 격려의 편지를 남긴 것입니다.

모두가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경쟁사회 속에 살고 있지만, 글로벌 인재는 세계 어디를 가나 동일한 방식과 수준으로 일하는 이들인데 반해, 지역 인재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지역을 배우고 이해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접근 방식과 일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하죠.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지 모릅니다. 부디, 요즘의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깊이 있게 귀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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