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안 한 미 폭격기'... 북핵 대하는 미국의 속내
'무장 안 한 미 폭격기'... 북핵 대하는 미국의 속내
  • 장대현
  • 승인 2016.10.0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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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로 읽는 5차 핵실험 이후 미국의 행보

북의 5차 핵실험 이후 4주차가 시작됐다. 각 국의 언행과 그 상호작용 등 향후 정세 전개의 대체적 방향을 암시하는 퍼즐 조각들이 제법 많이 쌓였다. 그 낱개들은 하나의 합으로써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북의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첫 번째 대응은 언제나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발동이었다. 유엔의 이름으로 북을 공식 제재하는 것은 북 하나와 세계 모든 나라 간 대결 구도, 즉 99 대 1의 형세를 구축, 북을 절대적으로 고립시킨다. 욕을 하든, 주머니를 뒤지든, 가격하든, 먼저 왕따를 만드는 원리와 같다.

이번에도 그랬다. 핵실험 직후 미국은 한국, 일본과 공동으로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청했고, 회의는 "북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전 결의안이 규정한 대로 '중대한 추가 조치'를 위한 논의에 즉각 착수할 것"이란 언론성명을 발표한다. 

그로부터 20여 일이 훌쩍 지난 지금 그러나 '중대한 추가 조치'를 위한 안보리 논의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4차 핵실험 20여일 경과 시점에 미국 케리 국무장관이 베이징에 날아가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공개적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북제재 압박에 나선 것과 비교할 때 아직 미국 측 초안도, 실무협상도 소식이 없는 점에서 이번에는 퍽 느리다. 

▲ 북한은 9월 9일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핵시험에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장비한 전략탄도로켓들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리춘히 아나운서가 9일 오후 1시 30분(평양시간 오후 1시)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미국이 보여주는 것1] 훙샹 제재

이런 느낌이 솔솔 피어오를 때를 맞춰 미국의 중국 훙샹그룹에 대한 제재, 그리고 '그런 유형의 제재' 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9월 26일(현지 시각) 유엔 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정한 북한 조선광선은행을 대리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이유로 훙샹실업발전, 마샤오훙 대표, 그룹간부 4명 등을 제재대상에 올렸다. 그리고 그에 근거, 그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그들과 미국인의 금융거래를 금지했으며, 25개 계좌의 몰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미국 법무부는 그들을 돈 세탁 모의 등 혐의로 형사 기소했다고 공개했다. 

이제 시작인가? 두 가지를 보자. 첫째, 미국의 훙샹 제재는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은 핵 개발을 하던 이란의 '돈줄'인 석유 수출을 옥죄기 위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외국은행을 미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결국 이란은 2015년 핵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 <조선일보> 9월 29일자

세컨더리 보이콧은 1)유엔안보리 제재 대상 국가와 2)합법적인 금융거래를 했더라도 3)거기 관련된 세계 모든 기업을 미국이 독자 제재,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한다. 그러나 훙샹을 문제 삼은 대목은 '북의 은행과 거래한 사실'이 아니라 '유엔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의 조선광선은행과 거래 한' 행위다. 

또 하나, 제재는 훙샹그룹 단 하나에 한정됐다. 

훙샹 측은 중국농업은행, 상하이 푸둥발전은행, 교통은행, 단둥은행, 건설은행, 광둥발전은행, 공상은행 등 12개 중국 은행 25개 계좌에 약 7440만달러를 입금했으며 이 중 1560만달러가 미국 뉴저지주(州)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도이치방크 등 2곳을 통해 돈세탁 됐다.

미 법무부는 중국 은행 계좌에 남아 있는 훙샹의 자금을 모두 몰수할 계획이다. 미국 법무부는 그러나 "이 미국 은행들 및 그와 거래한 외국 은행(중국 은행들을 의미)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정황은 없다"고 했다. 이들의 책임은 묻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 <조선일보> 9월 28일자

앞으로 미국이 또 다른 훙샹을 만들어도 합법거래까지 걸고, 그 기업과 거래한 미국 기업까지 제재하지 않는 한 그것은 세컨더리 보이콧이 아니며 세컨더리 보이콧 같이 보이고 싶은 발로다. 

물샐틈없는 제재 이행이 필요하긴 미국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들이 마련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즉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 등에 대한 제재 규정마저 지키지 않아 미 언론으로부터 비웃음을 사고 있다. - <중앙일보> 9월 12일자

훙샹 제재가 새로운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한 미국의 중국 압박 개시로 보기 어려운 두 번째 대목은 미국 정부의 훙샹 제재 발표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핵 제거에 이익을 공유한다. 그래서 북의 핵실험 강력 규탄에 일치한다. 그러나 그들은 북핵 제거 과정과 결과를 놓고 이익이 충돌한다. 하여, 제재 내용과 수위를 두고 다툰다.  

중국 외교부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 책임론은 반박하면서 추가적 대북 압박에 반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중국이 미국과 책임 공방을 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책에 대한 인식차를 드러냄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추가 대북 제재 논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 <중앙일보> 9월 13일자

북을 더욱 강력히 옥죄는 것에 대한 중국의 공식 이견이 객관화된 것은 9월 12일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어르고 달래 그 숱한 안보리 대북제재를 켜켜이 쌓아온 미국 아닌가? 마침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에 온 중국 리커창 총리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9월 19일 만났다. 2월 17일 케리와 왕이의 싸움보다 한층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을까?  

'사법 채널을 통한 협력'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해 중국과 전면적인 외교적 충돌을 빚는 대신, 중국 사법당국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 분쟁도 피하고 미 의회에도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절충안인 셈이다.  - <한겨레> 9월 21일자

미국은 '들이받는' 대신 타협했다. 

한·미·일 3국은 유엔 제재와는 별개로 우방국에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서달라고 적극 권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러시아가 안보리 제재에서 '석유 북한 수출 전면 금지' 등 한·미·일이 요구하는 조치를 반대하는 데 대응하는 것이다.  - <조선일보> 9월 20일자 

선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후 양자 제재 추가, 굳은살이 박인 그동안의 대응 공식을 접은 것이다.  

훙샹 제재는 오바마-리커창 조율 직후, 미국 의회 청문회 직전에 발표됐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8일(현지시각)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청문회 서면증언에서(...) "우리는(...) 대북제재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현재 미 정부 최고위급 차원에서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9월 29일자 

대니얼 프리드 국무부 제재담당 조정관은 28일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에 출석해 최근 제재 대상에 올린 단둥 훙샹 이외에도 "수많은 대상들을 활발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9월 29일자 

중국과 힘을 합쳐 기존 2270호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 증거가 바로 훙샹 제재란다. 눈이 간 김에 국무부가 의회에 보고한 '2270호 이행 상황'을 보자. 

프리드 조정관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남아프리카공화국, 버마 등의 국가가 불법행위에 연루된 북한 외교관들을 추방하고 대만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것도 성과로 거론했다. 몰타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연장을 중단했고, 몽골과 캄보디아는 다른 나라 깃발로 위장한 북한 선박들의 입항을 규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 <경향신문> 9월 29일자 

순 힘없는 나라들 얘기다.  

중국이 원유 공급을 끊으면(...) 북한이 러시아 등지에서 원유를 사갈 게 분명하기 때문에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신문(뉴욕타임스)은 내다봤다. - <중앙일보> 9월 12일자 

북한 당국이 24일(...) '원산 국제친선항공축전'을 개최하고 군용기 등으로 곡예비행을(...) AP통신은 미국 휴즈(Hughes) MD-500 군용 헬기가 에어쇼에 등장했다고 전하며...  - <조선일보> 9월 25일자 

힘센 나라들은 달랐다.  

줄거리로 돌아와서, 미국은 왜 유엔안보리 차원의 '중대한 추가 조치'를 밀어붙이지 않는 걸까? 

북한이 이렇다 할 준비 절차 없이 진행하는 '즉시 핵실험'을 적어도 3번 더 할 수 있으며(...) 오는 10월 9일이 다음 핵실험 날짜가 될 수도 있다고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연구원이 주장했다.  - <허핑턴 포스트> 9월 14일자 

11월 대선 전까지 추가 핵실험을 일단 피하는 것이 더 급하다.  

▲ 미국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가 9월 13일 경기도 오산공군기지 상공에서 F-16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이 보여주는 것2] B1-B 한반도 출격

미국의 보여주기는 또 있다. 9월 12일 오전 한반도 출격 예정이던 B1-B전략폭격기는 그날 오지 않았다. 강풍 때문이라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앤더슨 공군기지로부터 남서쪽으로 15㎞ 떨어진 안토니오 B. 원 팻 국제공항의 민간 항공기들은 별다른 문제없이 뜨고 내렸다. 두 곳의 활주로 방향은 똑같다.  - <한국일보> 9월 13일자

활주로 방향이 같다는 것은 바람 영향도 동일하다는 건데 민항기들이 정상적으로 떴는데 그 무시무시하다는 게 겨우 바람 불어서 못 떴다? 

폭격기는 다음날 들이닥쳤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9월 14일 '무장 안한 미 폭격기, 1분 에어쇼만 하고 갔다"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에서 "이 날 전개된 B-1B 2대는 모두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기지에 착륙하지 않고, 수백m 상공을 날다가 1분여 만에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썼다. 추가적 바람 빼긴가? 추측은 여기까지다. 

미국의 B-1B 초음속 폭격기 2대가 21일 한국에 또다시 출격해 대북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의 5차 핵실험 나흘 뒤(13일)에 경기 평택 오산기지 상공으로 전개된 지 8일 만에 한반도로 재출격한 것이다. 이날 낮 B-1B 폭격기 2대는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을 싣고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30km 떨어진 경기 포천의 주한미군 사격훈련장 상공을 거쳐 오산기지까지 비행했다. 이 가운데 1대는 오산기지에 착륙했다.  - <동아일보> 9월 22일자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중무장을 하고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했다. 위험천만한 사건이다. 그런데 왜 조용했을까? 

미군은 올해 1월 북조선의 4차 핵실험 이후, 핵 탑재 가능한 B52 전략폭격기 등을 조선(한)반도에 파견 핵 억지력을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에 과시했다. 한편 5차 핵 실험 이후에 파견한 B-1B는 2011년 발효된 미-러 신전략무기삭감조약(신START)에 따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없도록 개조했다.  - 교도통신 한글 사이트 9월 21일자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국방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 당일인 지난 9일 오후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에 '미 전략 자산의 적시(適時) 전개 방침'을 보고하며 전략 폭격기 B-52, 스텔스 폭격기 B-2, 핵잠수함을 언급했다.  - <조선일보> 9월 12일자 

우리 국방부의 긴급SOS에 B1-B는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하필 그것을 콕 집어 한국에 보냈다. 교도통신 위 21일 기사 제목은 <미, 한국에 폭격기 파견…'핵 없는 억지력' 모색?>이다. 미국이 보여주는 것을 통해 본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아무리 매달려도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단 하나, 자기 이익이란 걸.

[미국이 실제로 하는 것1] 한-일 접착 

보여주기에 안주하는 미국? 말년 병장 같은 오바마 행정부? 천만의 말씀이다. 쇼윈도는 수단, 목적은 따로 있다. 먼저 한일 관련이다.  

이 날(9월 13일) 전개된 B-1B 2대는(...) 괌에서 한반도까지 약 4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속도(마하 2)를 내면 괌 이륙 2시간 만에 평양 상공에 도착할 수 있다. -<조선일보> 9월 14일자 

분초를 다투는 그 상황에서 전략폭격기들은 두 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미군은 13일에 B-1B가 조선반도를 향할 때 항공자위대 F2 전투기가 B-1B와의 편대 비행을 한국군 F15 전투기에 "인계했다"고 발표하며 "일•미•한 3개국의 강한 연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 교도통신 한글 사이트 9월 21일자  

일본 공군이 우리 공군에 B-1B 2대를 "인계"했단다. 축구로 치면 패스를 한 거다. 군사작전도 축구도 속도가 생명이다. 괌에서 한반도까지 단독 드리블로 2시간이면 슛(억지력 과시)을 할 수 있는데도 운동장 한 구석으로 한국과 일본을 불러내 3각 패스 연습을 하느라 2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 슛보다 패스, 경기보다 한미일 단일팀 만들기가 우선인 거다. 

미국 하원이 지난 9월 7일 결의안(H.Res.634)을 채택,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 한미일 정보공유, 한미일 미사일방어망 구축 등 사실상 한미일 군사일체화를 압박한 것,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청문회(9월 27일)주제가 '한·미·일· 3각 협력'인 것 등은 오늘날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잘 알려준다.  

그래서다. 일본은 대놓고 당돌하다. 지난 9월 10일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은 한민구 우리 국방장관과의 전화 회담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 조기 체결"을 요구했다. 그래서다. 정부는 조용히 끌려간다. 

윤병세 외교장관이 '한-일간 안보협력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일본 쪽의 제안에 "그 필요성에 대해 완전히 동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19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윤병세 외교장관이 1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45분간 만나 양국 간 "안전보장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 <한겨레> 9월 19일자  

어찌 될까? 

기시다 후미오 일 외무상은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윤병세 장관은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 9월 20일자 

국민의 이해와 협조? 불가능하다. 그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북한의) 위협 논리가 두 나라 군 간의 추가 협정 체결에 설득력 있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혀, 앞으로 미국이 적극적으로 양국의 협정 체결 독려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 <한겨레> 9월 29일자  

▲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월 6일 오후(현지시간)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이 실제로 하는 것2] 한-중 분리 

9월 5일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사드 배치 발표 후 두 달 동안 화장품·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중국 관련 기업 10곳의 시가총액이 8조 원 가까이 증발(경향신문 9월 9일)"하는 등 피해가 확인된 후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반대 입장은 미중 정상회담 때보다 더 강경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미국이 한국에 사드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이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처리되지 않으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 당사국 간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9월 6일자.

좋은 방향 처리 안 되면 갈등 격화? 외교의 껍질로 감쌌지만 이건 명백한 협박이다. 어떻게든 해봐야 했을 게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사드와 관련해 "한·미·중 간 소통을 통해 건설적이고 포괄적 논의를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미·중과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 <조선일보> 9월 6일자

한미 간 합의하고, 부지까지 발표한 사안을 한미중이 논의할 수 있다고, 한중 정상 회담에서 약속한 것이다. 논의는 조정, 변경 여지를 포함하는 것, 중대한 변화다.  

전날 미중 정상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사드 배치 철회 절대 불가" 못 박은 게 갑자기 무색해졌다. 예정에 없던 한미 정상회담이 갑자기 다음 날로 잡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사드는 순수한 방어체제로 북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포함한 연합 방위력 증강 및 확장 억제를 통해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 <한겨레> 9월 7일자

이렇게 한쪽을 다시 정돈하고도 안심이 안됐던 모양이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이날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서 사드 배치를 재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모두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 <뉴시스> 9월 8일자 

[미국이 실제로 하는 것3] 남북 대결 

대북확성기는 지난 대응에 투입했으니 이번엔 더 강한 게 필요해서일까? 아예 대통령이 직접 대북확성기 역할을 한다. 

북한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테니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  -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 

교전 중 적에게 날리는 심리전 방송, 귀순전단 수준이다. 왜 이럴까? 원래 그러니까? 맞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정치인은 주어진 환경에 조응한다. '분위기 좋던' 2002년에는 평양까지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 만나지 않았던가.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객원 선임연구원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 현 도전과제와 전망'에 대해 발표를 갖고(...)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리스크도 따르는 어려운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미국 행정부도 이런 방향에서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9월 8일자  

북의 비핵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자니? 대화가 아니라 대결로 가자는 거다. 그게 미국의 정책이고 정권이 바뀌어도 그건 안 바뀐단다. 그런 말을 왜 하필 통일부에 가서 했을까? 대화를 위해 만든 부서이기 때문일 거다. 대결을 업으로 하는 부서들에 가서 그런 말을 하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된다. 그러나 통일부에 가서 그런 말을 하면 일파만파, 학습 효과가 극대화된다.  

북한의 침략행위를 억제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격퇴할 것이다(...) 미국 국방부 고위당국자가 8일 서울에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데이비드 쉬어 미국 국방부 아태 정책수석부차관이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5차 서울안보대화(SDD) 1차 본회의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 <통일뉴스> 9월 8일자 

귀순 전단 나부끼는 배경 화면으로 썩 어울리지 않는가. 

사드 말고 대안이 있으면 말하라?

2016년 북 미사일 중 주목되는 세 가지가 있다. 먼저 무수단이다. 

미사일이 고도 1000㎞ 이상 상승 비행한 뒤 폭발 없이 낙탄이 됐다는 것은(...) 남한 지역에 마하 10이 넘는 엄청난 속도로 낙하하게 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는 말할 것도 없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도 막아내기 힘들다. -<중앙일보> 6월 24일자 

다음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특히 핵을 탑재한 SLBM은 적국의 핵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아 '제2격(Second Strike·보복 핵공격)'을 가할 수 있어서 '최종 핵병기'로 불린다.  - <동아일보> 8월 25일자 

끝으로 동일표적을 향한 세 발 연속(동시)발사다. 

정부 관계자는 북조선이 미사일 3발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거의 같은 지점에 착탄 시킨 '높은 기술력'에 경종을 울렸다. - 교도통신 한글사이트. 9월 5일자 

1분 이내에 세 발을 모두 쐈고 그중 두 발은 거의 같은 시간에 발사 버튼을 눌렀다 (...) 공중에서 두 발이 날아가면 1단과 2단이 분리된 것인지 각각 다른 미사일인지 분간하는 데 시간이 걸려 요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중앙일보> 9월 7일자  

이처럼, 세 가지 미사일 시험 발사가 공통으로 노린 것은 '사드 뛰어넘기'다. "끊임없는 사드 반대와 같이 대안 없는 정치 공세에서 벗어나(9월 9일 청와대 안보상황 점검회의 대통령 발언)"서 "현실적으로 1대로 (남한) 전역을 방어하는 건 어렵다. 2~3개 포대가 배치(9월 21일. 한민구 국방장관 국회 발언)"되면 북 미사일은 가만히 놀고 있을까? 아니란 걸 미국이 더 잘 안다. 그래서다. "한일 접착과 한중 분리와 남북 대결 등에 사드 말고 대안이 있으면 말하라!" 

▲ 기상청은 지난 9월 9일 오전 북한에서 발생한 지진이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의 파형, 진폭으로 볼 때 인공지진이 확실해 보인다"며 "핵실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밀 분석중"이라고 전했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시점과 장소는 9일 오전 9시 30분 1초, 북한함경북도 길주 북쪽 인근이며, 규모는 5.0으로 추정했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인공지진 발생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 연합뉴스

[어디로 갈까] 어둠과 빛  

미 군축협회(ACA)는 10일 성명을 내어 "강력한 비난과 제재만으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다음 미국 행정부는 일단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동결시키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9월 12일자

더욱 끔찍한 건 북한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개발할 능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점이다. 그러므로 내년 1월 취임할 미국의 새 대통령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만이 북핵을 해결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의 국가임을 명심해야 한다. - <중앙일보> 9월 20일자. 조엘 위트 한미연구소 연구원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고 북 핵과 미사일 능력을 시급히 동결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미국 내 권력층의 공유는 더욱 확대 강화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속내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참고로 미 외교협회 보고서를 보자. 

특히 북핵 동결을 중간 목표로 삼는 단계 협상론을 공개 제안했다. "협상 초기(...)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 플루토늄 재처리, 우라늄 농축, 영변 원자로 가동 등 다섯 가지 항목의 중단 조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시설 사찰 재개가 내용이다. 협상 진전에 따라 한·미가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규모·내용도 조정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중앙일보> 9월 24일자 

북의 핵과 미사일 동결 욕구는 뾰족하고, 대화 성사의 유인은 뭉뚝하다.  

보고서를 발표한 미국 외교협회 리처드 하스 회장이 한국일보에 보낸 글도 보자. 

북한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미국 개입을 단념시킬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고 남한과 일본이 판단한다면, 두 나라는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을 높이면서 비핵국가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더는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위험 요소도 있다. 재정난에 처한 북한은 최고가를 주겠다는 유혹을 받고 핵무기를 수출할 수도 있다. - <한국일보> 9월 26일자  

그가 꼽은 미국의 당면 위험 요소는 첫째 한국과 일본의 대미 불신(그에 따른 핵무장 시도), 둘째 북의 대외 핵 확산이다. 대안은?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이 몇 가지 있다(...) 협상에 관해서라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이 자신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최고 수단이라 여기는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확신할 만한 이유가 있다 해도 그렇다. - <한국일보> 9월 26일자

북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확신할 만한 이유, 즉 북미 협상이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서는 경우에도 협상 가능성은 없단다. 어떤 경우에도 북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왜 이러는 걸까?  

현대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는 1950년보다 훨씬 높다. 미·소 경쟁에선 유럽이 중요했지만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21세기엔 아시아가 가장 중요하다. 아시아가 신흥 패권국 중국의 앞마당이 되는 걸 기존 패권국 미국은 용인할 수 없다. 국제정치와 세계사의 철칙(鐵則)이자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의 배경이다. - <조선일보> 9월 18일  

미국은 이미 말했다. 

미국이 당면한 전쟁을 끝냄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주둔과 임무를 최우선에 두라고 국가안보팀에 지시했다. 미국은 21세기 아태 지역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 2011년 11월 오바마 미 대통령 호주 캔버라 연설) 

다음 전장은 아시아태평양이며, 거기서 중국을 꺾겠다는 거다. 한일 접착, 한중 분리, 남북 대결은 미국 패권유지의 사활적 요소다. 이 마당에 한반도가 불쑥 평화지대가 된다면?  

그래서다. 우리밖에 없다. 할 수도 있다 .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북한은 협력 대상'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은 지난해보다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 '협력 대상'이라는 인식은 지난해 35.2%에서 올해 43.7%로 8.5%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북한은 적'이라는 인식은 16.5%에서 14.3%로 2.2%포인트 낮아졌다.
- <한겨레> 9월 30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2016년 통일의식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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