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입성만큼 의회 다수당도 중요하다.
백악관 입성만큼 의회 다수당도 중요하다.
  • 김동찬
  • 승인 2016.10.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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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당선됐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개혁의 성과를 내지 못 했다. 8년 내내 전임 대통령 부시 행정부가 만들어 놓은 엄청난 재정 적자와 금융 공황의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더불어 지루한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일했다. 사실상 오바마는 자신이 계획했던 개혁 중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라는 결과 하나만 남겼다.

물론 영원한 적이라 생각했던 쿠바와 수교를 회복했고 이란과 핵 협상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숙제는 중국에게 대신 하라고 하다가 결국 해결할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달았다. 여러 국제 여건도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오바마의 발걸음을 막은 것은 다름아닌 의회였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점한 의회는 사사건건 오바마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행정부와 의회 권력의 싸움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미국의 시스템 오류를 노출시켰다.

기대 속에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는 기대 이하의 성과만 남기고 8년을 마무리한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대통령 선거, 과연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 것인가? 그러나 백악관 행에 모두들 눈이 쏠린 틈에 또다른 권력인 연방의회 권력을 두고 각 지역에서 각 주에서 피를 말리는 또다른 혈투를 벌이고 있다. 모두들 '대통령'이라는 최고 1인자를 놓고 벌이는 대혈투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각 지방과 각주를 대표하는 의회 권력을 어느 당에서 장악하는 가에 따라, 사실상 미래를 향한 미국의 길이 결정된다. 대통령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가자고 할 뿐이다. 사실상 문을 열어 제치는 것은 의회 권력이다. 의회가 문을 열면 길을 제시한 대통령의 의지대로 행정부가 움직인다. 

오바마 정부가 아무리 길을 제시하고 가자고 해도, 의회는 꿈쩍 하지 않고 오히려 길을 막아 나서는 바람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1000만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위한 개혁 논의가 진행되지 않자, 대통령이 행정 명령으로 추방 유예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점령한 의회와 보수적인 대법원은 그것을 무효화 하였다.

매일 수많은 미국인들이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호소하며 나섰고, 의회에는 총기 규제를 위한 수많은 법안들이 제출된다. 하지만 총기 규제 법안은 의회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채 폐기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의회에 더 많기 때문이다. 

전쟁을 치르는 것만큼 매일 총기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도 총기를 규제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미국인들도 스스로 이해하지 못 한다. 법안은 의회가 만들기 때문이다. 의회가 반대하면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이 나와도 총기 규제는 불가능하다.

무수한 사람이 총기로 사망하지만, 총기 규제는 이뤄지지 못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를 외쳐도 의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법제화할 수 없는 탓이다.

2010 인구조사 이후, 다수당인 공화당이2012년 선거구 재조정을 주도한 다수당이 공화당이다. 그때 공화당은 10년 동안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선언을 했다. 모든 하원 선거구를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재조정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별로 2명씩 배정된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 오바마 정부가 의회와 협상을 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2년 전 선거에서 상원마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오바마 민주당 권력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대선을 맞이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트럼프가 되면서 공화당 내부의 분란이 심각해지더니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를 비판하고 트럼프와 같이 선거 운동을 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하원 선거가 공화당으로 기우는 모양이다.

지금처럼 국론이 분열되어 미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권 분립을 통한 입법, 사법, 행정부가 서로 견재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미국의 방식이 오히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공화제의 꽃을 피웠던 로마가 왜 제정(황제정치)로 갔는지 미국이 역사 속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 이러다가 미국이 욕했던 독재국가로 가는 건 아닌지.

김동찬 소장 / 시민참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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