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멋 알리는 젊은 한인들, 전시회 열다
한글의 멋 알리는 젊은 한인들, 전시회 열다
  • 유영
  • 승인 2016.10.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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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집단 '크리에이트', 맨해튼에서 한글날 맞아 정기 전시회 14일까지 진행
7일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스페이스 나비'에서 한글의 미를 담은 전시회가 열렸다. ⓒ<뉴스 M> 경소영

[뉴스 M = 유영 기자]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젊은이들의 공간, 스페이스 나비가 '불금'을 맞아 북적인다. 입구에 들어선 사람들은 평소에 보지 못하던 조형물을 마주한다. 뉴욕에 거주하는 젊은 한인 예술가 17명이 한글날을 맞아 특별한 전시회를 진행한 탓이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은 한글날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들은 크리에이트(K/REATE), 맨해튼에서 한국의 미를 주제로 작업하는 젊은 예술집단이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문자다. 누군가 분명한 의도로, 누군가를 위해 과학적으로 창제한 문자로 알려진 건 한글 외에는 없다. 세계 어느 문자도 창제자가 누구인지, 원리와 배경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크리에이트 이상인 대표는 "우리가 한글을 주제로 작품을 준비해 전시회를 여는 건 어떤 의미에서 너무나 당연하다"며, 이번 전시회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외국인 관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이상인 대표. ⓒ<뉴스 M> 경소영

"처음에는 한글 자체를 주제로 작업해서 전시회를 열었다. 한글을 알리고 아름다움을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한글을 응용하고 작품에 삽입해 한국의 문화와 예술 정신을 담아 설명하고자 했다. 올해는 17명의 작가가 한 가지 주제로 각자 작업해 전시한다. 아트큐브에 한글의 미와 여러 정신을 살려 넣었다." 

우성하 작가의 '물먹은 별'의 경우, 한글 시의 시각적인 비유와 언어를 조형으로 표현했다. 정지용의 시, '유리창'을 주제로 작업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큐브가 이뤄지는 모습은 어두운 밤을, 그 안에 한글 '별'을 넣어 투명한 별이 반짝이는 보석처럼 빛나게 만들었다. 

우성하 작가의 '물 먹은 별'. 3D 프린팅과 정지용의 시 '유리창'을 주제로 작업했다. ⓒ<뉴스 M> 경소영

이상인 대표는 평소 이상 시인을 좋아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거울'로 만들어 제작했다. 정육면체 안에는 해골이 놓였다. 반투명 유리는 홀로그램으로 이상인 작가의 사진을 비춘다. 해골 위에는 한글로 시인의 문구로 장식했다. 

"'바라보는 자아'와 '내면의 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괴리를 '투영'이라고 생각했다. 해골은 내면의 자아를 말하고, 그 위로 투영된 홀로그램을 바라보는 '관객'은 투영된 작가의 바라보는 자아와 마주할 수 있다." 

이상인 작가의 작품 '거울'. ⓒ<뉴스 M> 경소영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작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순수 예술가만 아니라 시각 디자인과 건축 등을 전공해 뉴욕에서 일하는 이들도 크리에이트에 모인다. 조항록 작가는 건축 전공자다. 그의 작품 '삶 그리고 인연들'은 전공을 살려 큐브 안에 입체성을 살렸다. 그의 작품 설명은 다음과 같다. 

"큐브 자체를 한 사람의 인생으로 가정한다. 각 나무는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다양한 인연들을 표현한다. 각기 다른 나무 높이와 색들은 서로 다른 생각, 이념, 성격 등의 차이를 나타내며, 색이 없는 부분은 아직 만나지 못한 인연을 말한다. 

색이 있는 나무, 인연이 닿은 사람 사이도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무 끝까지 색이 가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도 서로 완전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없는 관계에 놓인 미지의 영역을 나타낸다." 

조항록 작가의 '삶 그리고 인연들'. ⓒ<뉴스 M> 경소영

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은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한인 사회와 미국 사회를 예술로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크리에이트가 진행하는 정기 전시회만 보아도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크리에이트는 1년에 세 번, 삼일절·광복절·한글날 정기 전시회를 연다. 더불어 한국 사회의 아픔과 문제에 공감하기 위해 함께 특별 전시를 진행하기도 한다. 

작가 17명의 혼이 담긴 예술 작품들이 전시된 '스페이스 나비'를 찾은 관람객들. ⓒ<뉴스 M> 경소영

"정치적 의도로 작업하는 작가는 없다. 다만, 우리 사회가 함께 공감하고 아파하는 문제를 두고 작업해 위로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특별 작업을 하기는 한다. 지난 세월호 2주기를 기념하는 공동 작품이 좋은 예다.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국 사회에서 한국 문화와 미를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한국 사회의 문제도 함께 고민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크리에이트의 꿈은 지금처럼 지속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마음으로 모여서 진행해 왔다. 많은 예술집단이 한두 차례 전시회를 열고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런 지원 없이 예술가들의 참여로 4년 동안 지속한 건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처럼 지속하고 싶다."

한편, 크리에이트는 작품 제작과 전시를 준비하며 소셜 펀딩으로 지원비를 모금한다. 모든 작품 제작과 전시 진행(작품 설치, 카달로크 제작 등)을 작가들 자비로 진행해 왔다.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예술가들의 자발적 참여로만 단체를 운영한다. 기부를 통해 예술가들을 격려하고 좋은 작품 활동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14일까지 진행된다. (장소 : 275 5th ave, New York, NY 10001)

크리에이트(K/REATE) 홈페이지 바로 가기

한글날 2016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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