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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몰랐다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서평]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고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의 겉표지.
콜롬바인 총격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 ⓒ 반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좀처럼 답을 찾기 어려운 이 질문에 16년의 세월을 바친 한 아이의 엄마가 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의 저자 수 클리볼드. 수는 '콜롬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다. 

1999년 4월 20일 졸업을 앞둔 딜런은 친구 에릭 해리스와 함께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을 향해 총을 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이었다.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사망했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런 뒤에 딜런과 에릭은 학교 도서관에서 자살했다. 미국 내에서 청소년이 벌인 대량 살인사건이자, 미국 역사상 충격적인 테러 사건이었다. 

콜럼바인 사건은 단순히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학교 식당에 미리 폭탄을 설치했을 만큼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폭탄이 불발하는 바람에 인명 살상의 피해는 줄었지만, 사건 발발 후 미국 전역은 불안에 휩싸였다. 콜럼바인 고등학교가 있는 콜로라도 주 리틀턴은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계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리틀턴에서도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면, 미국 어디라도 안전할 수 없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은 중산층에서 자란 평범한 청소년들이 그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딜런과 에릭의 부모는 아이에게 학대를 하거나 무관심한 부모가 아니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없이 자란 두 아이가 어떤 경로를 거쳐 자살과 살인을 계획했는지, 수많은 전문가들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가해자의 부모인 수는 혼란스러웠다. 경찰이 찾아와 집을 수색하고, 도망자처럼 살던 집을 버리고 은신처를 떠돌면서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수는 수치스러웠다. 계획적인 살인이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수가 알고 있던 딜런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수는 딜런이 벌인 계획에 대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수에게 딜런은 평범한 아이였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또래의 남자 아이들이 그렇듯 혼자 있기 좋아하고,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아이였다. 학교생활에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예민한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반항적인 행동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딜런의 문제적 행동은 학교에서만이 아니었다. 딜런과 에릭은 자동차에서 전자 장비를 훔쳐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었다. 처벌로 청소년 교화프로그램인 다이버전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그때에도 딜런의 심리 상태에 대해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에릭의 경우는 달랐다. 그 이후로 에릭은 전문가와의 심리 상담을 따로 받았다(그렇다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은 점점 증폭되었다. 딜런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학교, 상담기관 어디에서도 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더구나 이미 문제가 발견된 에릭을 위해 학교나 사회 기관에서 특별한 보살핌이 이뤄졌는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는 소개되지 않았다. 

아이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에 부모들은 문제되는 아이의 행동을 보지 못하거나 그냥 이해하려고 한다. 더구나 아이들은 문제를 직면하기보다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친구들이 괴롭히지 않느냐고 수가 물으면 딜런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수는 그런 딜런의 말을 믿었다. 딜런의 곁에는 친구들이 제법 많았고, 그 당시만 하더라도 따돌림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후에 알게 된 사실

사건이 나고서야 수는 딜런과 에릭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학생들로부터 '게이'라는 놀림을 받았던 것이다. 책에 따르면 미국고등학생의 20퍼센트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괴롭힘을 당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이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괴롭힘을 가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는 아이들을 '괴롭힘 희생자'라고 한다. 딜런과 에릭이 이런 과정을 겪었던 것이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거쳐야할 크고 작은 과정들이 있다. 그 사이사이 아이는 불안과 상처의 경험을 겪는다. 그 경험이 어떤 아이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되지만, 다른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창피함을 당하는 걸 유독 두려워했던 딜런에게 친구들의 놀림은 깊은 상처가 됐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심리학자 토머스 조이너 박사는 두 가지 심리 상태를 자살의 원인으로 꼽는다. 첫째는 나는 혼자일 뿐이라는 좌절된 소속감이고, 둘째는 스스로를 짐이 되는 존재로 여기는 생각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이 두 가지의 심리 상태를 자주 경험하는 사회적 공간이다. 문제는 이런 심리적 불안을 경험한 학생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딜런이 겨눈 과녁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주인을 잃어버린 딜런의 방에서는 담배갑과 항우울제 약병이 나왔다. 자살 계획을 적은 일기장과 총기와 폭탄을 실험한 동영상도 발견됐다. 이를 검토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비슷했다. 에릭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띠었고, 딜런은 분열형 인격 장애 특징을 가졌다. 

딜런의 내재된 폭력적 성향이 어떻게 극대화된 것일까. 이를 위해 수가 읽어낸 관련 서적과 방대한 자료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특히 예일대학교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가 눈에 띄었다.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자살을 생각할 확률은 2~9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였다. 자살은 10대 사망 원인에 포함될 정도로 위험하지만, 다른 질병과 달리 연구는 미비하다. 자살은 '병'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이다. 

역사상 '최악의 엄마'라는 오명을 품고 살았던 수가 엮어낸 한 권의 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때로는 일기장 같고, 때로는 보고서나 캠페인 같은 문맥들 사이사이 '나는 몰랐다'는 수의 고백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설까. 

"그때 딜런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오늘날까지도 나는 전혀 모른다는 것이 나의 가장 고통스러운 상처 가운데 하나다." (370쪽)

졸업 후 대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딜런이 마음 속에 남몰래 그리고 있었던 지옥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게 수 혼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청소년기에 일어날 법한 까칠한 행동과 심리적인 문제 행동을 가늠하기란 부모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수는 말한다. 

"학업의 성취도 대신 학교 분위기와 문화를 아는데(딜런과 잘 맞는지 파악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중략) 내가 가장 크게 후회하는 점은 딜런의 내면이 정말 어떤지를 알기 위해 해야 할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309쪽)

죽은 아이를 살릴 수는 없지만... 

수는 이 책을 통해 먼저 딜런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참극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랐다. 죽은 아이를 살릴 수는 없지만, 죽을지도 모를 위험에 빠진 아이들은 살려내고 싶었다. 수는 다른 질병처럼 자살도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수는 자살예방활동가로 미국 전역을 돌며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수익금도 전액 자살예방운동에 쓰일 예정이다. 

두 아들 녀석을 둔 엄마로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쳤다. 수가 이 책을 통해 보여준 부모로서의 민낯은 나의 자화상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이가 힘들 때 마음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 만약 아이의 불안한 스위치를 부모가 감지하지 못한다면, 콜럼바인 사건과 같은 불행은 어디에서라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어두운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다. 

한 쌍의 젊은이들이 200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주(州) 리틀턴에서 컬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10주년 기념비 행사후 기념비를 바라보고 있다. 10년전인 지난 1999년 4월 20일 발생한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13명이 죽고 다른 23명이 부상했다(EPA=연합뉴스).

어쩌면 콜럼바인의 비극은 이 시대의 비극인지도 모른다. 핵가족화 된 현대 사회에서 부모의 역할은 그 비중이 커졌다. 아이의 문제를 부모의 시선에만 맡겨두려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도 이에 큰 영향을 줬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지만, 인간이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간다면, 그 말은 다르게 수정돼야 할 것 같다. 바로 이렇게. 아이들은 사회의 거울이다.

딜런의 마음 속에서 끓어올랐던 분노는 어떤 뿌리에서 싹튼 것일까. 혹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이들의 머릿속에 '자살'이라는 단어를 키워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른들의 질문에 '괜찮아요'를 습관적으로 반복하며, 괜찮지 않은 속마음을 혼자 짊어지며 방황하는 청소년들. 이 시대의 토양 위에서 힘겹게 성장하는 아이들은 시들시들 말라버린 잎사귀처럼 푸른 생명력을 상실해가고 있지 않는지,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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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숙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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