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부디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 경소영
  • 승인 2016.11.01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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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토)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진'에 참여한 뉴욕뉴저지 세사모 회원들
29일(토) 뉴욕 맨해튼 리버사이드 파크에서 'Walk to Feed the Hungry(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진)' 행사가 열렸다.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모두가 참석하여 평화롭게 걸으며 그 뜻을 새기는 날이다. ⓒ<뉴스 M> 유영 기자

[뉴스 M = 경소영 기자] 지난 주말 오전 뉴욕 맨해튼 리버사이드 파크에서 조용한 행진이 있었다. 세계 불교 단체가 주최한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걷기대회'가 열려 약 7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네 명의 뉴욕뉴저지 세사모 회원도 이에 동참하여 2시간 동안 4마일(6.4km) 거리를 행진했다.

뉴욕뉴저지 세사모 회원 4명도 이날 행진에 동참했다. ⓒ<뉴스 M> 유영 기자

몸자보를 입은 세사모 회원들은 한 손엔 노란우산을, 한 손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얼굴이 담긴 대자보를 들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두꺼운 옷을 껴입은 사람들, 그러나 30분 이상 걸으니 이내 코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이번 행진은 전 세계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을 불교계에서 매년 주최하는 걷기대회이다. 기아문제 관련 행사에 세사모 회원들이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자보를 들고 열심히 걷고 있던 세사모 회원 김기준 씨는 "저희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갑니다. 그래서 기아문제를 위한 행진이지만 동참했죠"라고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세월호가 많이 잊혀져 가는 것 같아서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행진에 참여한 것도 그러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세월호 문제에 관심 갖고 동참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어요. 외롭습니다. 함께해 주세요.“

김기준 씨는 세월호 참사가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한인들이 이러한 행사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뉴스 M> 유영 기자
세사모 회원 나경한 씨는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하면 무조건 나온다'라고 말한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는 실제로 정기 집회 등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많은 일들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뉴스 M> 유영 기자

기준 씨는 세월호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관련 행사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그다. 함께 긴 대자보를 들고 있던 세사모 회원도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노란우산을 들고 묵묵히 걷던 세사모 회원 박미경 씨, 사색에 잠긴 채 행진하던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걷고 계세요.

'내가 왜 이렇게 노란우산을 들고 여기서 걷고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어요. 오늘은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자비를 베풀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진인데, 우리는 솔직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참여했어요. 세월호를 알리기 위해 온 거죠.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지구 한 쪽에서는 권력에 의해 순수한 이들이 희생되는 일도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노란우산을 들고 있으니까 눈에 잘 띄어요.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지 않나요.

네, 많이들 물어보죠. 전 '2년 전에 세월호 참사라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아무도 구하지 않았고, 아무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좀 더 이 일을 알리고 싶어서 나왔다'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어떤 사람은 '세월호 희생자와 아는 관계인가'라고 묻더라고요. 저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없다. 그저 너무 아프고 화가 나서 나왔다'라고 말하면 '그랬구나. 안 됐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며 안타까워 하죠. 

세사모 회원 박미경 씨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멈출 수 없다. 게다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순실게이트'에 대해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화가 난다며, 뉴욕에서도 한인들이 연대해 행동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스 M> 유영 기자

미경 씨는 오래 전부터 오늘 행진에 참가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인이 좀 더 많이 참석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날 만난 세사모 회원들은 모두 한결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서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말 아침부터 거리로 나와 세월호를 알리는 그들의 모습은 가히 위대했다. 멀리서도 노란 몸자보와 우산은 눈에 확 띄었다. 세사모 회원들의 비장한 표정, 대자보를 꽉 쥔 손도 함께.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는 민중총궐기 '모이자! 분노하자!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가 열렸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행진한 세사모 회원들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온 국민은 한마음으로 외쳤을 것이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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