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현실과 이상 사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현실과 이상 사이
  • 안정권
  • 승인 2016.11.15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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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 속에서 바람직한 기업의 역할을 되새겨볼 수 있게 하는 멋진 용어다. 단, 관련된 책을 읽거나 공부할 때만.

현실에서 CSR 관련 업무를 짧게라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개념과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개념을 벗어나 실행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면 도대체 무엇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또 어디까지가 기업의 책임이어야 하는 건지 눈 딱 감고 선을 긋기도 쉽지 않다. 하물며 조직의 특성에 맞게 탁월한 CSR 전략을 세우고 CSR이 조직 전체에 잘 내재화되도록 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들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CSR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학자들 사이에서도 CSR의 범주가 어떠하며 또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적지 않게 있었다. 다만, 이런 다양한 주장들은 조금만 시간을 내어 구글링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므로 약방의 감초와 같이 거론되는 이론 두어 가지만 힐끗 살피고 바로 개인적인 생각을 끄적거려 보련다.

CSR 논의에 있어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가 캐롤(Archie B. Carroll) 교수의 CSR 피라미드 모델이다. 몇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CSR 분야에서는 상식이다. 아래의 피라미드 모델을 통해 캐롤 교수는 기업의 책임 영역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의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Archie B. Carroll의 CSR 피라미드, Carroll(1991)

캐롤 교수의 논문에는 CSR 피라미드와 각 영역에 대한 특징이 잘 설명되어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1) 경제적 책임은 재화와 서비스의 효율적 생산을 통한 수익 창출, 2) 법적 책임은 법적 의무의 준수, 3) 윤리적 책임은 윤리적이고 공정한 활동, 4) 자선적 책임은 기부 및 자선과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의미한다.

그런데 언뜻 보면 피라미드 모양이기 때문에 더 아래에 있는 책임이 더 우선적인 책임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캐롤 교수는 경제적 책임이 다른 책임들보다 중요하다거나 각 책임 간에 선후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지 않았으며, 네 가지 책임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교적 최근에는 경영전략의 대가로 알려진 마이클 포터 교수도 CSR에 대한 이론적 정리를 시도했다.

Michael E. Porter와 Mark R. Kramer의 전략적 CSR 접근법 / Porter and Kramer(2006)

포터 교수는 ‘공유가치창출(CSV)’의 전도사를 자처하기 이전인 2006년에 기업들의 CSR 활동을 경영전략 관점에서 분석하여 HBR에 실었다. 포터 교수는 이 글에서 기업이 사회에 참여하는 정도와 방식에 따라 ‘대응적 CSR’과 ‘전략적 CSR’의 두 가지로 범주화하여 새로운 관점의 CSR 분석 프레임을 제시하였다.

이 프레임에서 대응적 CSR은 기업과 사회의 긴장 관계에 기반을 두는 것으로, 주로 기업이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들을 말한다. 반면에 전략적 CSR은 기업의 경쟁우위와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상충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소위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보다 전략적인 접근 방법을 가리킨다. 역시 경쟁전략의 대가답게 철저하게 전략적 관점에서 CSR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CSR의 영역과 특징을 범주화하는 다른 이론과 주장들이 여럿 존재하지만, 키보드만 두드리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여기서 더 소개하지는 않고 대신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좀 색다른 그림을 그려 정리해보고자 한다.

CSR의 영역과 범주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현실에서 실행할 때는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지금부터 풀어나가려는 이야기는 모두 이 물음에 대한 하나의 길잡이로 제시하는 내용이다. 바로 아래에 있는 그래프처럼 ‘요구/기대’라는 하나의 축(세로축)과 ‘시간/사건’이라는 또 다른 축(가로축)을 연결 지어 CSR의 기본적인 개념과 바람직한 실행 방향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본 그래프는 해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 CSR 전문가의 설득력 있는 주장을 개인적으로 더 발전시켜 본 것이며, 이해관계자 입장보다는 CSR을 실행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다. 그렇다고 포터 교수처럼 오로지 기업 전략 관점에서 사회를 도구적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니고, 사회와 기업의 상호관계 속에서 CSR에 대한 당위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시각을 함께 담고 있다.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을 — ISO 26000의 관점을 빌어— 사회적인 관심이나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연결 지어 단순화시켜 보면, 대략 세 가지 선(線)과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의 경제, 사회, 환경 측면의 활동들은 각각 또는 통합적으로 위 그래프의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하나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법/규제 선

그래프의 가장 아래에 계단 모양으로 그려진 법/규제 선은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국가의 법과 정부의 정책, 규제를 의미한다. 보통 법규는 특정 일자로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적 기대와 요구는 계단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법규는 강화되기도 하고 종종 완화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CSR과 관련된 사회, 환경 분야의 법규들은 시간이 지나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함에 따라 내용이 강화되거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전체적인 법/규제 선은 우상향하는 추세를 가진다.

불법 영역

법규를 준수하지 못하는 행위가 존재하는 기업 즉, 법/규제선 아래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은 쉽게 말하자면 불법적인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있어 불공정한 활동을 하거나 회계 부정과 같은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 또는 환경 관련 법규를 위반하거나 노동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기업 활동에 관한 법적인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법적인 정당성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필수 요건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법규를 몇 가지 위반해서 정당성을 상실했다 하더라도 기업이 바로 문을 닫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법적인 정당성을 심각하게 상실한 기업이 곧바로 존폐 위기에 내몰리는 사례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CSR 분야의 단골 사례로 등장하는 ‘엔론’과 ‘아서앤더슨’, ‘월드콤’ 등의 경우처럼 법규 위반이 중대하거나 고질적인 경우에는 하루아침에 거대기업이 사라지기도 한다. 최근 사례는 배기가스 배출 조작으로 미국에서만 20조 원 이상의 벌금이 예상되는 폴크스바겐 그룹이 환경 관련 규제를 위반함으로써 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대표적이다.

법/규제는 사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합의된 최소한의 원칙이자 강제성을 가진 규범이다. 그만큼 기업이 법과 규제를 위반할 경우 이는 문제의 경중을 떠나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한다.

따라서, 법인격으로서 기업이 법규를 준수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이자 의무라 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사회적 기대 선

다음으로 이해관계자/사회적 기대 선 (여기서 ‘사회’는 지속가능성의 ‘사회’와 ‘환경’을 포괄하는 의미)은 이해관계자들이 조직에 대해 갖고 있는 요구 수준 그리고 사회 전반에 형성된 조직에 대한 기대를 의미한다. 이해관계자의 요구나 사회적 기대 역시 특정 사건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곡선의 형태를 띤다고 볼 수 있다.

위험 영역

보통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사회적인 기대는 법이나 규제 요구보다 높아 어떤 기업이 법규를 준수하더라도 사회적인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소지가 항상 존재한다. 이러한 불일치는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발생 가능하며 대개 사회적 비난이나 갈등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기업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주는 위험요소가 된다. 이런 점에서, 이해관계자/사회적 기대 선과 법/규제 선 사이에 존재하는 영역은 ‘위험 영역(risk area)’이라 할 수 있다.

대중 입장에서는 이 위험 영역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가장 친근(?)하다. 과거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대리점주 욕설 파문과 그 이후 일어났던 제품 불매 파장, 조현아 씨의 대한항공 기내 폭행 사태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난, 그리고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무리한 합병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 등 이 적절할 예라 하겠다.

남양유업 욕설 파문 후 불매 운동 사진 (출처: 연합뉴스.)
대한항공 땅콩 사건을 언급하는 미국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
시민사회단체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판. (출처 : 참여연대)

비슷한 사례들은 이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사례의 많고 적음을 떠나 위험 영역에 대해서 상기해야 할 점은, 기업이 이해관계자 또는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갈등이 발생하고, 불법을 저지를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활동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때는 윤리적, 사회적 정당성을 상실하는 것인데 현실에서 이 윤리적, 사회적 정당성은 법적 정당성과도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매우 강한 위험 요소가 된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CSR의 기대효과에 자주 거론되는 ‘License to operate’이라는 개념이 바로 이 이해관계자/사회적 기대 선 아래의 위험 영역과 관련이 깊다.

기회 영역

반면에 이해관계자/사회적 기대 선 위의 영역은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 영역(opportunity area)’이라 할 수 있다. 이 기회 영역은 기업이 이해관계자와 사회로부터의 기대를 넘어서는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전략적으로 실행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사회적 기대라는 특정 선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위험 영역과 기회 영역이 칼로 무 자르듯 구분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기업이 이해관계자와 사회로부터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CSR을 지속해서 실천하면, 그 기업은 더 높은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요구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 진입 또는 경쟁력 창출의 기회들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현실에서 특히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기회 영역에 해당하는 좋은 사례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특별히 원인으로 삼을 만한 두 가지 경향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일단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비가시적,’ ‘비재무적’ 위험과 기회를 잘 포착하지 못한다.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보면 재무적인 측면 못지않게 비재무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위험과 기회의 식별과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국내 기업 상당수는 이런 일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거나 관심이 적다. 비가시적이기 때문에 더 잘 보려고 해야 하는데 안보이니까 안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내 기업들은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우회 전략을 통해 덮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즉, 불법이나 위험 영역에서 불거지는 문제를 다른 부분 ( 주로 사회공헌) 에서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상쇄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기회 영역은 불법 영역, 위험 영역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가 없다.

아래의 영역들(불법 영역, 위험 영역)을 먼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기회 영역에 아무리 노력을 쏟더라도 이는 사상누각 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사회혁신, CSV에 매진하지만, 인증이나 수상이 아니라 정말 대중들이 먼저 인정하고 사랑하는 브랜드가 몇이나 될까? 나이키, 이케아, 파타고니아처럼.

그런 브랜드가 많이 없다면 왜 그런 것일까? CSR이나 이해관계자 경영 또는 장기주의 관점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위험 영역을 간과한 기회 영역의 활동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자원 제약 선

그렇다면 평판을 강화하고 경쟁력과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CSR 전략과 활동에 투자하는 비용과 자원을 늘려야 하는가? 어느 수준까지는 그렇지만 무한정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특정 목적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 활용에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제약을 고려하지 못하면 되레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자원 제약 선은 이런 측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선이다.

다만, 자원 제약 선은 앞에서처럼 기대/요구의 수준을 실제로 반영하는 선이라기보다 현실적인 제약 아래서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한 가상의 선(점선)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그래서 가장 위쪽 영역에 위치하는 것이 논리적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CSR을 이해하는 단계가 아니라 실제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자원의 전략적인 분배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인 ISO 26000에서 조직의 이해관계자를 식별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행하는 프로세스의 후반부에 자원과 역량을 파악하는 활동을 중요한 단계로 언급하고 있는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비효율 영역

자원 제약 선 위의 영역은 CSR을 위한 자원 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영역 즉, 비효율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효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에서 안 그래도 부족한 CSR 자원 활용에 비효율이 어딨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꽤 많은 기업이 유독 CSR에는 전략적 사고의 스위치를 꺼버리고 자의적이고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자의적이라 함은 글로벌 규범과 경영시스템 관점보다는 경영진의 관심 중심으로 CSR의 범주와 접근법이 결정된다는 의미이고, 감성적이라 함은 CSR이 전략적 분석보다는 피상적인 논리와 기대에 근거해 실행된다는 의미다. 이런 모습은 특히 사회공헌과 CSR 커뮤니케이션에서 두드러진다.

사회공헌은 특성상 ‘좋은 동기’만으로도 정당성이 존재하는 영역이라 성과나 효과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에서야 관심이 투입, 활동에서 성과로 옮겨오는 중이다. CSR 커뮤니케이션도 기존 홍보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해, 목적도 불분명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세 번만 발간하면 담당자가 지속가능성에 회의를 느낀다는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렇듯 자원의 제약을 고려하여 전략적 선택을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CSR은 비효율을 낳게 된다. 따라서, CSR을 실행할 때에도 자원과 역량의 확보에서부터 효율적인 실행과 성과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통합된 전략과 관리가 중요하다. 자원을 가변적으로 운영하면서 지속적인 성과를 바라는 것도 무리수이며, CSR을 보이기 위주로 추진하면서 내실 있는 열매를 바라는 것도 과한 욕심이다.

마무리하며

CSR 개념의 범주와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선과 영역을 나누어 설명했지만, 현실에서 이런 기준이나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CSR 이슈가 다양한 차원의 기대와 요구를 동시에 담고 있을 때도 잦다.

그래서 CSR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가 보다, CSR/지속가능성 관점이 조직의 철학과 전략, 모든 단위업무에 얼마나 내재화되어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아울러, 책임 있는 기업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네 가지 영역에서 조직의 역량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법규는 사실상 모든 기업이 지켜야 할 명문화된 기대치이고 또 위반에 따른 결과가 확실하므로, 준법 의지가 강한 기업이라면 불법 영역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장 상단의 비효율 영역 역시 이윤과 효율을 본성으로 하는 기업의 특성상 CSR을 조직 전반에 통합하고 거버넌스를 제대로 구축한다면 해소할 수 있으리라 본다.

반면에 현실에서 이해관계자/사회적 기대 선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위험 영역과 기회 영역은 사회적 책임 이슈가 가장 많이 잠재해 있으면서 예측하기도 가장 어렵다. 당연히 위험 영역과 기회 영역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난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CSR의 성공 여부는 조직이 위험 영역과 기회 영역에서 얼마나 체계적이고 진정성 있는 전략과 활동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위험 영역에서는 경제, 사회, 환경 전반에 걸친 전사 차원의 ‘위험관리’를 얼마나 체계적이고 선행적으로 수행하는지가 관건이다. 기회 영역에서는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명성을 쌓아나가는 ‘평판경영’이 핵심이다. 나아가 이해관계자와 사회적 니즈를 통찰 있게 분석하여 새로운 경쟁력 요소로 발전시키거나, 공유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업기회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다.

CSR을 추진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을 접해보면 ‘이해관계자 참여’에 대해 모르는 기업이 없고, 이해관계자 대화도 꽤 많은 기업이 ‘개최’하고 있다. 중요 이슈를 분석하는 방법론을 나름대로 수립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진정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사회적 기대를 식별하는 일에 목적과 의지를 갖추고 고심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하고자 적절한 자원을 활용하는지 의문인 경우가 다반사다.

조직이 영향을 주고받는 이해관계자와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이를 토대로 하는 위험관리도 평판경영도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위험 영역이나 비효율 영역에서만 맴돌면서 자화자찬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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