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트럼프, 그리고 영화 '오멘'
박근혜와 트럼프, 그리고 영화 '오멘'
  • 이계선
  • 승인 2016.11.1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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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쌍발(同時雙發)로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그놈의 대통령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난리다. 한국에서는 무속의 조종을 받으며, 대통령 노릇 하던 박근혜의 비밀이 들통나서 난리다. 둘 다 대통령이 되면 안 될 사람이라는 것이다. 영화 <오멘>이 떠오른다. 

줄거리는 이렇다. 악마 숭배자들이 인류를 전멸시키려고 사탄의 아들을 미국 외교관 숀의 아들로 들여보낸다. 숀의 아내가 해산하자 아기를 죽여버리고 살짝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그가 데미안이다. 데미안이 자라나면서 괴이한 살인사건들이 일어난다. 데미안이 어른이 되는 날 인류는 끝장이다. 데미안의 정체를 알게 된 숀과 팩의 활약으로 악마는 본색이 탄로 나면서 퇴치당하고 일류는 위기일발에서 구원받는다. 

영화 <오멘>의 한 장면.

사이비 최태민 목사가 청와대로 몰래 들어가 박근혜를 데미안으로 키웠다. 최태민의 주술에 걸려버린 박근혜는 시집도 안 가고 평생을 최태민의 꼭두각시로 살아야 했다. 사이비를 사기꾼 정도로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사기꾼은 거짓말하는 악인이요 사이비는 악령을 받은 사기꾼이다. 최태민은 뱀처럼 빨간 입술을 날름대면서 속삭였다.

“영애는 죽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대신하여 국모가 됐습니다”

“영애는 아버지를 이어받아 장차 한국의 여왕 세계의 여왕이 될 것이외다”

육영수가 죽자 박근혜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다. 아버지 박정희가 암살당했다는 보고를 김계원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받은 큰딸 박근혜는 대성통곡 실신하지 않았다. 반응은 오히려 이러했다.

“동부전선은 이상 없지요?”

아버지가 죽었으니 '이젠 내가 대통령이지!'라는 자세다. 최태민의 주술대로였다. 그게 가능할까. 영의 지배를 당하면 심령술사의 지시대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곳에서 명령해도 마주 대하듯 통하게 되어 있다.

“너는 일어나 X를 찔러 죽이고, 3미터 담을 사뿐히 뛰어넘어 바람 속으로 숨어라.”

비실거리던 수행자에게 초능력이 임하여 신출귀몰, 번개처럼 움직이는데 경찰이 손 쓸 틈이 없다. 고도의 영매자는 지시할 것도 없이 암시만 해도 된다. 사이비들은 이런 영력이 있다. 중졸 출신 문선명은 유학을 다녀온 교수, 미녀들을 궁녀처럼 거느리고 다녔다. 통일교가 사이비인 걸 알고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문선명의 암시 저주에 걸려 떼굴떼굴 지옥 불 고통을 당한 후 회개(?)하고 돌아와야 했다.

박근혜는 평생 최태민의 영의 포로가 되어 지시하는 대로 살았다. 최태민이 죽자 최순실의 조종을 받아야 했다. 딸 최순실이 후계자가 됐기 때문이다. 영력은 전염성과 유전성이 있어서 2세 3세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박태선 전도관이 아들 박동명에게, 통일교 문선명이 아들 문형진에게 양위하듯 말이다. 대형 교회들의 부자 세습도 어쩌면 사이비나 아니면 사기꾼 수법이 아닐까.

최순실이 등장하면서 박근혜와 최태민 주변에 사람들이 죽어갔다. 박근혜의 조카 박용수 박용철, 최순실의 이복오빠 조순제, 청와대에서 비밀문서를 취급했던 최경락 경위 등. 경찰은 단순살인 아니면 자살로 처리해버렸다. 섬뜩하지 않은가. 최태민 연출, 박근혜 주연, 최순실 조연의 영화 '청와대 오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수로 버린 컴퓨터가 쓰레기통에서 발견되는 바람에 박근혜, 최순실이 벌인 샤머니즘 통치 음모가 청천백일(靑天白日)하에 폭로되고 말았다. 최순실이 심어놓은 청와대 십상시, 문고리 3인방, 팔선녀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끌려갔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종말을 맞을 위기일발에서 아슬아슬하게 구원받은 것이다.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있을 법하다.

“근혜 언니, 간밤에 태자마마(최태민)께서 현몽했어요. ‘대통령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았다. 근혜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유신을 복원하여 박정희 대통령의 꿈을 이루도록 하여라’ 했어요.”

“......”

박근혜는 말없이 이를 악 물었을 것이다. 알았다는 듯이.

한국 대통령 이야기가 정통극 '오멘'이라면 미국 대통령 선거는 코미디 극장이다. 힐러리는 장점만 늘어놨다. 정극 연기를 한 것이다.

“난 하버드를 나온 일류 변호사입니다. 남편의 외도를 덮어준 현모양처이고요. 대통령 남편을 내조를 잘한 퍼스트레이디입니다. 유능한 상원의원이었습니다. 키신저 이후 최고의 국무장관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단점만 자랑했다. 코미디 대작전으로 나온 것이다.

“난 13살 때 어른을 때려 군사 고등학교에 끌려가서 공부해야 했습니다. 2번 이혼하고, 3번 결혼했습니다. 대입 준비를 하는 여학생과 잠을 잤고, 발가벗고 포르노 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지요. 유부녀를 유혹하다 몽둥이를 잘못 휘둘러 실패하기도 했답니다. 4번 파산하여 20년 동안 세금을 안냈습니다. 국무장관 상원의원은커녕 공직이라고는 우편 배달부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난 그저 땅 장사꾼입니다. 돈이 많아 내 돈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부동산 재벌입니다.”

트럼프는 단점을 자랑했다. 블랙 코미디처럼.

누가 이길까? 정극(正劇)이 이기는 한국 같으면 당연히 힐러리가 이겼을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 주연의 '청와대 오멘'이 상영되자 100만의 촛불 시위대가 서울의 밤을 밝혔으니까. 100만 개의 촛불이 출렁이는 광화문 촛불 파도타기는 지상 최대 마스 게임이었다. 데모를 예술로 승화시킨 퍼포먼스였다.

코미디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뽑았다.

남자들 : “트럼프처럼 살고 싶으니까요. 맨날 부부싸움 하면서 한 여자와 평생을 사는데 트럼프는 3번이나 결혼하면서 젊은 여자와 바꿔치기했으니 얼마나 부러운가? 부동산 재벌에 항우 같은 절륜이니 얼마나 좋은가? 힐러리는 싫어요. 미녀 천재에다 빈틈없이 완벽한 여자와 산다는 건 숨 막힐 일이지요.”

여자들 : “강남 아줌마들처럼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는 트럼프처럼 힘 좋고 돈 많은 바람둥이지요. 같은 여자지만 힐러리처럼 똑똑하고 야무진 미녀는 샘이 나서 싫어요.”

그래서 45대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됐다. 코미디다. 그러나 미국은 대통령을 코미디로 뽑아도 끄떡없다. 그게 민주주의이니까.

등촌 이계선 목사 / 제1회 광양 신인문학상 소설 등단, <대형 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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