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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배제와 차별의 세계, 'Heil, Trump!'를 외치다

[뉴스 M (뉴욕) = 유영 기자] 미국에 히틀러가 부활했다. 독일의 나치식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숭앙하는 이들이 망령을 불러냈다. 바로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미국 네오 나치의 정치적 고백에서 말이다. 이들은 연신 히틀러에게 충성스럽게 외쳤던 구호로 경례한다.

“만세, 트럼프! (Heil, Trump!)"

미국 시사지 <The Atlantic>이 공개한 이 영상은 미국에 새로운 극우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었다. 영상은 인터넷 상에서 스스로 ‘대안 우파’(Alternative Right)라고 부르는 인종차별 민족주의자들의 정치 행사장에서 일어난 일이 담겼다. 워싱턴 D.C.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타워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200여 명이 참석했다. 

'헤일 트럼프'를 외치며 네오 나치주의가 사회 전면에 부상했다는 사실을 알린 NPI 대표 리처드 스펜서. 트럼프 당선이 백인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al-right’(대안 우파의 줄임말)의 싱크탱크 ‘국가정책연구소’(National Policy Institute)는 매년 이러한 정치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상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영상을 공개한 <The Atlantic> 기자는 “실제 행사에서는 비교적 온건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만찬 후 대부분 언론이 행사장을 떠나자 스펜서가 연단에 올라 진짜 원하는 것을 연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리차드 스펜서는 NPI 대표로 NPI가 발행하는 <Radix Journal> 발행인이기도 하다.)

“백인이 된다는 것은 노력하는 사람, 십자군의 전사, 탐험가, 정복가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전 세대까지 백인의 나라였다. 우리와 우리 후손을 위해 만들어진 나라다. 이 나라는 우리가 만들었고, 우리가 물려받은, 우리 것이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주류 미디어는 ‘거짓 언론(Lugenpresse)’이다.” 

‘Lugenpresse’도 ‘Heil’처럼 나치가 사용한 용어다. 나치에 비판적인 언론을 공격할 때 이 말을 썼다. 이들의 사상적 배경이 되는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단어다. 

이들은 평소에도 심각한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트위터를 통해 이민자와 여성, 성소수자 등 소수자 혐오 발언을 생산하고 퍼트리는 데 앞장섰다. 트위터 본사에서 계정을 중지할 정도로 사회적 여파가 컸다. NPI 공식 계정과 <Radix Journal>, 스펜서 대표, NPI 대표 사상가를 자칭하는 폴 타운 등 대안 우파 활동가들의 계정이 중단됐다.  

'대안 우파’라는 용어는 스펜서가 처음 사용하며 알려졌다. 이 용어는 주류 보수, 주류 우파와 달리 유럽 혈통의 백인과 문화 우월주의를 주장한다. 평등과 다문화를 다루는 정치 때문에 '피해'를 입고, 범죄로 규정된 ‘백인 우월주의’를 되살리려고 한다.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조직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념에 공감하는 개인과 여러 조직들이 느슨하게 연계돼 있는 형태이다. 

스펜서가 대표로 있는 대안 우파 '국가정책연구소'가 발행하는 <레딕스 저널>. 2016년 11월 22일 오후 4시(미국 동부시각) 메인 페이지 갈무리.

현대의 나치들, 일어나다

네오 나치 활동은 트럼프 현상을 중심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에 불과하다. K.K.K.처럼 알려졌든 알려지지 않았든 백인 우월주의를 기반으로 한 네오 나치 현상은 백인 사회에서 계속해서 이어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이들의 활동이 우습게 그려졌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몇 년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종차별주의 단체 ‘사회민족주의운동’(NSM)이 "백인들의 천국을 만들겠다"며, 노스다코타 주의 시골 마을 리스를 중심으로 활동한다고 공언했다. 신호탄은 NSM 회원 폴 코브가 쏘았다. 그는 이 마을로 이사하면서 백인 우월주의 활동이 리스에서 시작된다고 언론을 통해 천명했다.

폴 코브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백인들을) 위협하는 인종들을 몰아내고, (백인) 민족의 깃발을 휘날리게 할 것이다. 리스를 넘어 다른 마음, 나라, 전 세계로 운동을 확산할 계획이다."

코브는 캐나다에서 인종차별을 주장하다 ‘증오 선동’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하지만 이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쳤고, 미국에서 계속 이러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런 사람이 차별을 기치로 내세워 백인을 위한 천국을 만들겠다고 나서자 미국 시민들은 경악했다. 

여러 우려에도 NSM은 뜻을 이뤄갔다. NSM 단체 ‘사령관’을 자처하는 제프 셰프는 ‘우리 운동이 마을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리스 이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실제 이들은 이후 회원들을 리스로 불러들여 컨퍼런스를 열기도 했고, 이곳으로 이주해 살아갈 계획을 준비했다.

지역 유일한 흑인인 바비 하퍼는 코브의 집 바로 건너에 살고 있었다. 그는 국영 라디오(NPR)과 한 인터뷰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밝혔고, 백인인 아내는 '이혼 협박을 계속 받는다'고 호소했다. 

미국 남부에서는 여전히 남부연합기를 들고 남북전쟁을 재현하는 이들이 많다. 남부연합기는 흑인을 노예로 삼으며 백인 우월주의를 이어간다는 상징과도 같다.

독일의 새로운 차별주의 발흥

백인 우월주의를 중심으로 한 인종차별은 미국 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치의 본고장 독일도 이러한 극우주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네오 나치주의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현상이다. 당시 히틀러 음성이 담긴 벨소리와 나치 문양 ‘하켄크로이츠’가 들어간 옷과 신발, 액세사리가 유행했다. 이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독일에는 외국인이 너무 많다. 그들이 떠나야 독일이 살기 좋아진다. 알바니아계 인종은 마약상이며, 가난한 터키인과 러시아 인은 불량배다. 유대인들은 부자다. 그들은 부모가 살해당한 대가로 돈을 받아 부자가 되었다.”

2000년대 중반 이러한 주장을 하던 10대 네오 나치들은 이제 20, 30대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7월 난민과 중동계 이민자들이 독일로 들어오면서 이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세대의 네오 나치활동은 ‘페기다’(PEGIDA,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유럽의 애국자들)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2014년 12월 창당한 이들은 국가주의,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을 전면에 내세우며 출범했다. 

실제 페기다는 외국인 테러 음모를 꾸미거나 계획하다 적발됐다. 독일 정보 당국 조사에 의하면 뮌헨 페기다 대표는 테러 조직과 공조하고 있었다. 뉘픈베르크 페기다는 난민 캠프 공격을 계획하다 적발되어 처벌받았다. 페기다 창당 이후 외국인 대상 범죄 건수는 2배 이상 증가했고, 난민 거주지 공격은 2015년 400건 이상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1년 동알 일어난 범죄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독일 NPD는 네오 나치주의를 기반으로 급격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도 했다. 히틀러와 나치즘을 사상 전면에 내세우며 극우주의 정체성을 드러냈던 이들이다. 한 때 한국인들에게도 '스킨헤드'라고 불리며 잘 알려졌다.

네오 나치주의가 독일 젊은이들에게 접근한 방식은 프로파간다를 외치는 형식이 아니었다. 축구와 캠프 등을 통해 접점을 늘리고, 이러한 사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이민자와 외국인이 얼마나 '악'한 존재인지 청소년들의 경험과 삶에 맥락짓도록 도왔다.

실제 이들의 활동은 2006년 열린 지방 선거 전까지 무시당했다. 마치 초창기 '일베'처럼 말이다. 이를 뒤집는 상황은 지방 선거 결과를 통해 일어났다. 극우정당 ‘독일국가민주당’(NPD)은 지방 선거에서 7.3%를 득표해 의회에 진출했다.

독일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독일헌법재판소가 2003년부터 이 정당의 반민주성을 심의하고 있었고, 정치학자와 법학자들은 정당이 추구하는 사상과 이념에 히틀러와 나치주의가 있다고 경고해 왔던 터였다.

게다가 독일 내무부는 이러한 정당을 강제 해산해 왔다. 1983년 해산된 국가사회주의자행동전선, 1994년 해체된 청년바이킹 등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NPD는 국회에 진출하기까지 했으니, 자녀들이 '좌파'라고 폄훼한 부모 세대의 충격은 상당히 컸다.

네오 나치는 러시아 백인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푸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가주의 기반에는 이러한 젊은 세대가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이끈 이들

이러한 극우주의 현상은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현대 자본주의 세계가 보여준 한계에 기인한다. 대다수 나라에서 청년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외국에서 유입된 싼 노동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가 바닥에 깔렸다는 의미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은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몰락한 동부 지역 노동 계층의 반란으로 평가된다. 독일의 네오 나치도 가난, 사회 불평등과 연관이 깊다. 이들은 가난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유색인종, 외국인 혐오로 불만을 표출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핵심 세력은 백인 우월주의를 사상의 기반으로 한다.)

이는 ‘브렉시트’로 알려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도 드러났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대표적 인사로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이 꼽힌다. 그는 이민자, 외국인 혐오 발언을 쏟아내 '영국의 트럼프'로 불렸다. 존슨 시장은 "EU에 내는 재정을 영국으로 돌리면 국민 혜택이 늘어나며, 대거 들어온 이민자들이 영국의 복지 서비스를 마음껏 누리고 일자리마저 빼앗는 상황을 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렉시트를 이끈 인물로 알려진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이러한 주장은 대중을 속이기 위한 전략에 불구하다. 다른 이유로 EU 탈퇴에 찬성한 노동계의 지적을 들어보자. 

"EU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산물이고, 금융계만 배불리는 조직이다. 영국 자본이 EU에서 빠지려는 것은 이 안에서 얻을 이익이 확실하지 않기에 발을 빼려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그동안 철저하게 노동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EU 노동관련 법률은 각 국가 사정에 따라 적용되지 않는 예외 규정이다. 이 때문에 EU는 유럽 자본 공동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자본과 언론은 "세계 경제 불황과 유럽 부채 위기, 영국 정부의 긴축 정책이 초래한 영국 국민의 경제적 고통은 이민자 탓"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을 받아들인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인종차별을 부추겼다. 사람들은 이를 기반으로 현재 경험을 해석하고 혐오범죄에 가담한다. 

새로운 민족주의와 차별은 세계적 대세?

물론 새로운 국가주의, 민족주의, 우월주의, 차별주의는 미국과 유럽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한, 중, 일 동아시아 3개국과 동남아시아, 러시아,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주요한 정치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네오 나치와 유사한 극우주의가 동아시아 관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들은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한국인 혐오를 중심으로 외국인 차별을 저지른다. 한국의 외국인 차별과 여성혐오 역시 대다수 대중이 여과없이 저지를 정도로 심각하다. 호주에서도 인종차별은 심각한 사회문제고,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의 종교적 배제와 계급 차별 역시 심각하다. 

이 역시 가난과 노동 계층 착취에 기인한다. 여성혐오 역시 일자리와 기성세대와 다른 평등한 남녀관계를 요구받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남성을 중심으로 확산한다. 이러한 남성이 우러르는 대상은 주로 강하고 부유한 남성이다. 히틀러, 트럼프처럼 말이다. 

일본 역시 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주의가 국민 사이에 여전히 팽배하다. '하켄크로이츠'와 '욱일승천기'를 들고 행진하는 일본 극우주의 단체.

'대항서사'가 필요하다

이는 대중이 현실을 역사 속에서 맥락 짓지 못하고, 경험을 통해 서사하고 있기에 나타난다. 과격한 혐오주의자로 살다가 전향한 사람들이 설립한 단체 ‘Exit’ 회원들은 이러한 맥락을 잘 알고 있다. 그러한 경험과 혐오에 사로잡혀 살다가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면서 벗어난 까닭이다. 

이들은 혐오를 바탕으로 한 극단적 배타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서사’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개인이 경험한 서사를 깨어줄 ‘대항서사’가 맥락 짓기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Exit 회원 로버트 오렐과 이브라힘 아흐메드의 이야기다. 스웨덴인 오렐, 인도계 영국인 아흐메드의 이야기는 혐오주의 서사에 대항서사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준다. 

로버트 오렐의 경우 모든 일이 1995년 여름밤에 시작되었다. 이혼한 부모를 둔 14세 소년은 이민자 가정 출신의 학교 폭력배에게 괴롭힘 당했다. 그를 위안한 건 바이킹족의 정복을 소재로 다루는 펑크 락 음악이었다. 오렐은 바이킹 티셔츠를 입고 토르신의 망치 모양 목걸이를 걸고 다녔다. 그런 그에게 ‘모집책’이 접근해왔다. 

그들은 오렐에게 “스웨덴을 위해 일어서자”라고 적힌 스티커를 건넸다. 몇 년 후 그는 네오 나치와 연관된 훌리건 그룹에 몸담게 되었고 결국은 네오나치가 되어 학교를 그만두고 동지들과 동거를 시작했다. 검은 옷을 입고 반유대주의 팜플렛을 읽으며 주말에는 유색 인종 청소년들을 골라 폭행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인종이 나의 종교였죠. 내가 성전을 치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극단주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단체 'Exit' 활동가로 살고 있는 리처드 오렐.

아흐메드의 성전은 1997년 런던의 한 모스크에서 시작되었다. 그의 부모는 파키스탄과 인도 출신의 이민자였지만, 종교적인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는 유색인종이 거의 없는 중산층 거주 지역에서 자라면서, 학교에서 인종차별적인 괴롭힘에 시달렸다. 

어느날 그는 모스크에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영국은 전쟁의 땅이고, 너는 군인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몇 달 후 그는 중동에 이슬람교 왕국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히즙 웃 타흐리르에 가입했다. 2년 간 그는 영국 내 비밀요원으로 늘 총을 가지고 다녔고,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전향자로 불리는 극단주의 단체를 떠난 이들과 만나면서 이전 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Exit의 도움을 받아 폭력으로 이어진 극우주의 생활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신앙처럼 신봉한 ‘서사’를 전복한 ‘대항서사’를 발견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왜’ 극단주의자가 되었는지 이유를 찾는 것에 집착하면 답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는지 알면 이러한 극단적 행동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항서사를 중심에 둔 실험적 프로그램은 덴마크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직 어떠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전문가들은 ‘어떻게’ 폭력적 극우주의, 과격주의로 사람들이 빠졌는지 이해하는 일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유영  young2@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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