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에 점화된 촛불
'샬럿'에 점화된 촛불
  • 김은주
  • 승인 2016.11.2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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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열린 시국 토론회 및 박근혜 퇴진 시위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서, 꽃 좋고 열매 많으니..."

우리의 선조들이 자손만대 한민족의 웅장한 미래를 그린 용비어천가의 한 대목이다. 그 아름다운 우리 겨레의 기상과 이상이 매판 사대주의와 반민족, 부정 부패 비리, 부정선거로 더럽혀지고 있다. 유신잔재, 헌정질서 파괴범들의 국정농단에 곱게 핀 돌담의 봉선화가 가엽게 스러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심장에 비수가 꽂혔다.

이에 극도로 분노한 군중이 마침내 동학혁명 위민(爲民)의 출사표를 내세우고 거리에 뛰쳐나왔다. 이들의 가슴 심연에 활활 타 내연되던 분노가 분화구를 찾아 하늘로 치솟았다. 광화문의 백만 촛불시위, 그리고 촛불에 점화된 작은 시위의 물결이 전국 대, 소도시를 휩쓸고 있다. 심지어 유신잔재의 온상인 영남지역까지도.

이 시위는 마침내 태평양을 넘어와 L.A와 뉴욕, 그리고 워싱턴으로, 그리고 지난 주말에서 미국의 벽촌 그리고 KKK의 온상,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샬럿에까지 점화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장호준 목사가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비상 시국 토론회를 이끌고 있다. (사진/ 김은주 제공)

지난주 토요일 샬롯 시에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약 30여 명의 한인 동포들이 모여 비상시국에 대한 토론회를 했다. 

이 자리에는 고 장준하 선생의 삼남인 장호준 목사가 특별 인사로 초청되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미주희망연대 의장 장호준 목사는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독립군의 자손은 삼대가 쪽박을 차고 친일파의 자손은 삼대가 떵떵거리며 산다는 말이 들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라고 역설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시는 자유와 정의를 외친 민주열사들이 고문으로 죽어 가고 독재로 민중을 짓밟은 자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일이 이 겨레와 나라에서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민중이 존중받는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다시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 우리는 거리에 당당히 나선 것입니다.

순국선열들과 민주 열사들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겨레의 역사가 바로 서고 나라의 민주주의가 우뚝 솟는 그 날까지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맙시다. 목이 쉬더라도 외칩시다."

장 목사는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독립군의 자손은 삼대가 쪽박을 차고 친일파의 자손은 삼대가 떵떵거리며 산다는 말이 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김은주 제공)

참석자들은 “박근혜는 사퇴하라,”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를 한 목소리로 힘차게 외쳤다. 이날 모임에는 워싱턴에서 이재수 희망연대 사무총장, L.A에서 린다 리 씨(희망연대 서기/회계), 그리고 뉴욕에서 공립학교 과학교사 김은주 씨가 <뉴스 M> 특파원으로 참석했다.

이 지역에는 3천 명 정도의 동포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이런 모임이 거의 없었다" 라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샬럿까지 운전해서 세 시간이나 걸렸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국의 소식을 들려주고 싶어서 함께 왔다"고 말했다.

비상 시국 토론회에서는 '조국의 비상시국에 재미 동포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금 우리는 어떻게 출발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토론 예정 시간은 30분이었으나 토론 열기가 뜨거워진 탓에 이야기 마당은 뒷풀이 식으로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이번 모임의 특별한 점은 참석자들이 자발적인 '동지애 열기'로 뭉쳐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튿날인 20일 일요일 아침에는 장호준 목사의 집전으로 예배와 성만찬을 했다. 기독교인 및 참여를 원하는 이들이 함께 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오후에 있을 시위를 준비했다. 다같이 모여 피켓을 함께 만들고, 피켓에 들어갈 문구도 상의해서 손글씨로 직접 썼다. 1시부터는 약 30여 명이 Gmart 앞에서 '박근혜 퇴진' 시위를 벌여, 많은 미국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최순실을 비롯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탄식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얼어붙은 광야에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 버리신 독립투사들과 뜨거운 길거리에서 피눈물을 바치신 민주열사들에 의해 세워지고 지켜진 겨레와 나라의 자손들입니다. 우리는 동학 농민 혁명과 3.1 만세 운동,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 그리고 6.10 시민 혁명을 이루어 낸 민중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친일 매국노들과 독재부역자들의 손에, 더욱이 사이비 이단 주술사의 농간에 내 겨레와 나라를 내던질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문제는 무지하고 무능하며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박근혜입니다. 그는 더이상 내 조국의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 그 손에 대한민국을 맡겨둔다면 우리는 순국선열과 민주투사들을 뵐 면목이 없을 것은 물론, 우리 아이들 앞에서도 부끄러운 조상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이 시위에는 부모를 따라 온 어린이와 학생들도 참여해 영어로 쓰인 피켓을 들고 "박근혜 퇴진! 하야 하라! SOUTH KOREAN DEMOCRACY IS UNDER ATTACK! OUT, OUT, OUT! PARK GEUN-HYE! "라고 외치면서, 어깨를 펴고 대범하게 시위를 벌였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참석자들은 헤어지기 아쉬워 가까운 공원을 찾아 다과를 나누며 대화를 이어갔다. 삼겹살, 김밥과 음료수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해외에서도 고국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하면 '정권 교체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결의를 다졌다. 샬럿에 모인 한인들은 다시 한 번 '박근혜 퇴진'을 우렁차게 외치고, 일제시대 해외 독립군들의 큰 업적을 되새기기도 했다. 어두움 속에 빛을 밝히는 촛불을 점화하는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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