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동포들, 고향 떠오르는 플러싱에서 '박근혜 퇴진' 외치다
뉴욕 동포들, 고향 떠오르는 플러싱에서 '박근혜 퇴진' 외치다
  • 경소영
  • 승인 2016.11.28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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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퀸즈 플러싱 지역,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3차 시위 열어
지난 주말 뉴욕 퀸즈 플러싱에서 약 300여 명의 한인이 모여 박근혜 퇴진 집회를 열었다. (사진/ Dami choi 제공)

[뉴스 M (뉴욕) = 경소영 기자] 26일 토요일 저녁 뉴욕 퀸즈 플러싱에서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3차 시위가 열렸다. 맨해튼 시내 한복판에서 있었던 1, 2차 시위와 달리 이번 주말 집회 장소는 플러싱이다. 뉴욕주에서 한인들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 바로 플러싱이다. 맨해튼과 달리 플러싱은 한국처럼 느껴질 만큼 한글 간판도 매우 많다. 집회에서 만난 한 지인은 “플러싱에는 처음 와봤는데 고향에 온 것 같아요”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주말 저녁 한인들이 하나둘 집회 장소로 모여든다. 차를 몰고 멀리서 온 사람들도 있지만, 동네 마실 나온 느낌으로 두툼한 점퍼를 걸치고 가족과 함께 걸어나오는 이들도 많았다. 제법 추운 날씨에 목도리와 모자는 필수, 참석자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제공한 주최 측(뉴욕 희망세상)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뉴욕 뉴저지 세사모 회원들도 일찍부터 모여 몸자보를 입고 집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집회 참석자 뿐 아니라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세월호 참사를 알리기 위해 노란 리본과 브로셔를 나누어 주었다.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그저 구경만 하는 이들, 관심없이 지나가는 한인들도 많았는데, 세사모 회원들은 이들을 놓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진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요즘, 세월호를 알리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뉴욕 뉴저지 세사모 회원들은 이날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세월호에 대해 알리며 노란 리본과 브로셔를 나누어 주었다. ⓒ<뉴스 M> 유영

저녁 6시 반, 사람들이 거의 모이자 집회가 시작됐다. 이날 사회를 보기 위해 멀리 코네티컷에서 달려온 한인, 그가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넨다.

“뉴욕에 살면서 이런 시위를 왜 할까요. 답답하니까요. 조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담한 현실에 위로를 받고 싶은데 혼자 위로할 수 없으니까 여기 나오셨잖아요.”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매일 터져나오는 국정농단의 실체와 증거, 기상 천외한 비리 관련 뉴스에 한인들도 힘들고 지쳤다. 뉴저지에 사는 한 집회 참석자도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뉴스만 보다가 저녁 시간을 날려버린다고 토로한다. 이제 내려올 때도 됐는데 국민들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플러싱은 한인 밀집 지역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한인들이 모여 들었다. ⓒ<뉴스 M> 유영

약 300여 명의 한인이 모였다. 시위 장소인 레오나르드 스퀘어 광장은 이 인원을 딱 수용할 수 있는 크지 않은 공간이다. 사방은 도로, 길 건너엔 온통 한국 음식점, 한국 마트다. 고국의 향기가 물씬나는 이곳, 동포들이 오순도순 모여 나라 걱정하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가 있을까 싶었다.

시위 행사는 이날 모인 한인들의 자유 발언과 구호 외침, 간간히 함께 노래 부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발언을 듣기 위해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물론 3분이 넘었다고 해서 매정하게 자르는 일은 없었지만, 어린 아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장치가 되었다. 

자유 발언의 첫 주자는 한동균 씨(뉴욕컬럼비아대학원)였다. 그는 수줍게 앞에 나와 “혼자일 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자리가 생겨, 시위에 참여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살, 2살 아이 엄마인 정은주 씨는 “매일 터지는 뉴스가 드라마보다 흥미롭다. 이 시점에서 열심히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모든 것이 잘 되길 바란다”며 조국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이어 자신을 70대라고 소개한 한 한인은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픈데 나를 여기까지 나오게 한 박근혜, 이제는 내려와야 한다. 어린 꿈나무들을 수장시키고 어떻게 그 자리에 아직까지 있는가. 끌려 나가지 말고 자진해서 내려와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청년은 “소속은 대한민국, 직위는 국민!” 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단호한 어투로 발언을 했다.

“먼 땅 뉴욕에서 시위를 한다고 무엇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 분노하면서도 조국에 있는 친구들이 나서 주기만 바라는 마음이 양심에 합당치 않아 이 자리에 나왔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국민과 싸우겠다면 끝까지 지치지 말고, 쫄지 말자. 반드시 이겨야 한다”

미국에 이민 온 지 23년이 된 양영욱 씨는 “먹고 사느라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다가 세월호 참사 때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운을 뗐다. 세월호에서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가 왜 퇴진해야 하는지 수첩에 꼼꼼히 적어왔다. 그 내용을 참석자들과 나누었고 큰 호응과 공감을 얻었다.

두 자녀와 함께 롱아일랜드에서 온 황서윤 씨 가족은 ‘바위처럼’, ‘농민가’를 불렀다. 특히 어린 아이가 농민가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모습에 모든 참석자들이 놀라며 즐거워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굳세게도 서 있으리.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 가며 마침내 올 해방세상 주춧돌이 될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위처럼'의 가사이다. 30여 년 전 민주화 운동을 하며 불려진 노래들이 2016년 뉴욕 시내에서 울려퍼지는 상황이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이 노래들을 부르며 대한민국 국민과 한 마음을 품는다. 그리고 간절히 바란다. 조국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한 세력들이 책임지고 물러나기를, 그리고 정의롭고 평등한 민주주의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말이다.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성미 씨는 박근혜 퇴진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어서 이날 선보여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사진 속 그림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오는 모습을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사진/Dami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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