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 포퓰리즘에 졌다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 포퓰리즘에 졌다
  • 윤현
  • 승인 2016.12.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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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실패... 반이민·반세계화 정서 강화될 듯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CNN

이탈리아의 정치 개혁 국민투표가 부결됐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이탈리아에서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의 출구 조사 결과 반대가 54∼59%로 찬성 41∼46%를 압도하면서 사실상 부결이 확정적이라는 집계가 나왔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한 이번 국민투표는 상·하원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는 현행 헌법을 고쳐 상원의원 수를 줄이고, 중앙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퓰리즘에 막힌 이탈리아 정치 개혁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70년 동안 63차례나 정부가 바뀔 만큼 고질적인 정치 불안을 개혁하기 위해 의회 규모를 줄여 세비를 아끼고, 국정 체제를 간소화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이번 개헌안의 목표였다.

상원과 하원이 입법 거부권과 내각 불신임권 등 동등한 권한을 가진 이탈리아에서는 의회가 입법을 지연시키거나 내각 불신임으로 자주 정부가 바뀌면서 결국 정치 불안이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야권은 높은 실업률과 난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이번 국민투표를 부결시켜 렌치 총리를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고, 유권자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압도적인 부결로 나타나고 말았다.

렌치 총리의 개헌안은 국제사회와 언론의 지지를 받고 상·하원도 모두 통과했으나, 마지막 관문인 국민투표를 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 역사를 경험한 이탈리아가 중앙 정부 강화에 반감을 가졌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결국 극우 성향의 야당들이 반이민과 반세계화 정서를 자극하며 부결을 주장함으로써 브렉시트(영국의 EU)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이은 포퓰리즘의 승리로 평가된다. 

렌치 총리, 사퇴 발표 "책임지겠다"

렌치 총리는 국민투표 직후 출구조사에서 사실상 부결이 확정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발표했다. 앞서 렌치 총리는 이번 국민투표를 부치며 부결될 경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렌치 총리는 "국민투표 부결의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며 "이탈리아 정부를 위한 나의 경력은 여기서 마치겠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2014년 2월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른 렌치 총리는 2년 9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렌치 총리가 물러나면서 이탈리아는 과도 정부를 구성한 뒤 오는 2018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내년 상반기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를 내걸었던 렌치 총리의 전격적인 사퇴로 이탈리아는 당분간 정국 혼란과 경제 불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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