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와 공명심
결과와 공명심
  • 김은주
  • 승인 2016.12.09 04:1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육군 공병대가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다코타 송유관’ 건설 계획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다코타 송유관 건설 반대’를 하며 미 노스다코타주 캐논볼에서 장기간 시위를 하던 원주민 및 활동가들이 송유관 건설 철회 발표 소식을 전해 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원주민 보호구역 스탠딩 락(Standing Rock)에서 있었던 송유관 건설 저지 투쟁이 드디어 성공했다. 미 육군은 지난 4일 노스다코타 송유관 건설 사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것은 오직 미국 원주민들과 이들의 투쟁을 지원한 많은 국민, 특히 양심적인 재향 군인들(Veterans)의 열렬한 협력으로 이룬 승리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데이브 아셤보 수족 족장은 “역사가 옳은 길로 가도록 결정 내린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미 육군, 법무부, 내무부에 모두 감사의 뜻을 보낸다”고 밝혔다. 그는 송유관 건설 반대 운동에 앞장선 인물이다.

데이브 족장을 비롯한 원주민과 스탠딩 락 지지자들이 승리를 거두며 기쁨과 감사함을 표현한 말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SNS를 통해 많은 사람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에 분노가 일어난다. 이 같은 엉뚱한 의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cyber space)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공은 다 시민들 몫인데, 상은 대통령이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바마 정권은 미국 원주민들을 위해 한 일이 없다. 오히려 이 사안에는 무능하게 대처했고, 비겁하게 침묵했다. 급기야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 오바마 정부는 12월 5일까지 시위대 캠프를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해산시키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내지 않았는가. 이 흑인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한 민중의 노력이 헛되게 느낄 정도로 그동안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

최근 제주 강정마을에 다녀온 친구도 다음과 같이 SNS에 글을 올리며 분노를 표현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도 깊은 관심이 있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재향 군인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스탠딩 락 투쟁 승리에 대해 오바마에게 감사하다는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이 수개월 전에 미국 원주민을 돕고 지원했다면 감사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도움을 주기는커녕 평화롭게 시위하는 원주민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경찰은 무자비한 탄압을 했고 그로 인해 수십 명이 부상으로 입원하고 체포되었다. 

수천 명이 자신의 시간을 내고 수고하며 희생했다. 이번 승리는 민중의 몫이다. 그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누가 행정부에서 책임의 자리에 있었는가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민중이 함께 힘을 합했을 때 승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민중이 함께하면 민중의 힘으로 우린 승리한다”라는 명언은 미국 원주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촛불 민중에게도 해당한다.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폭우가 쏟아지나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있는데, 나중에 슬쩍 나타나 이미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올리고 생색내는 자들이 있다. 국민은 다 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진심으로 세월호 유족과 함께 한 소수의 사람이 있다. 그런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되려 그 소수의 활동가를 음해하고 해치려고 한 사람들이 공을 차지하려고 했을 때 분노가 일어난다.

절대로 이런 도적질 하는 자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다. 이러한 일에 분노하는 나에게 몇몇 지인들은 말한다. "김은주 씨는 공명심이 높아요"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공명심’이라는 단어 뜻을 정확히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았다. 두 가지 뜻이 있었다. 첫째, 사사로움이나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고 명백한 마음, 둘째, 공을 세워 자기의 이름을 널리 드러내려는 마음. 한 단어에 전혀 반대되는 뜻이 담겼다. 적어도 두 번째 의미로서의 공명심은 내게 없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말이 있다. 덮으려고 해도 덮어지지 않는 것이 있고,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결과와 공명심의 공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economist 2016-12-10 04:05:52
An unexpected victory when the Army Corps of Engineers, a federal agency, announced that it would deny Energy Transfer Partners (ETP), the developer of the pipeline, a permit to cross the Missouri river.
Republicans attacked the Obama administration for blocking the pipeline construction.
Paul Ryan, the Speaker of the House, tweeted:
“big-government decision-making at its worst”
“to putting this anti-energy presidency behind us”.

Kevin Cramer, a congressman from North Dakota who is under consideration for the post of energy secretary in the incoming administration, called President Obama “lawless” and vowed to fight for the pipeline.

http://www.economist.com/news/united-states/21711340-decision-halt-construction-dakota-access-pipeline-likely-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