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하는 유학생, 마이크를 들다
한국을 사랑하는 유학생, 마이크를 들다
  • 유영
  • 승인 2016.12.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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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뉴욕대학교대학원 사회복지 석사 과정 김영인 씨

[뉴스 M (뉴욕) = 유영 기자]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재외동포 행동’이 뉴욕 맨해튼과 플러싱에서 네 차례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9일에 열린 집회에도 200여 명의 동포가 모였다. 뉴욕 뉴저지 지역에 25만 한인이 모여 살지만, 한인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이러한 시민 행동은 전 세계에 한인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다. 유럽과 호주, 일본, 동남아시아 등 30여 개 국가에서 집회가 매주, 격주로 이뤄진다. 그런데 가만 보면 유럽 등에서 열리는 집회와 뉴욕에서의 집회는 무언가 다르다. 바로 참가하는 ‘유학생'의 수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민한 동포 외에도 유학생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뉴욕 집회는 유학생을 보기 쉽지 않다. 뉴욕에 유학생이 적은 것도 아니다. 뉴욕 주 전체에 9,000명 정도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유학생이 있는 두 학교, 뉴욕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가 맨해튼에 있다. 9,000명에 포함된 어학연수생도 주로 뉴욕시에 밀집했다. 인근 뉴저지까지 확장하면 1만 5000명가량이 있다. 

3차 집회(아래)와 4차 집회(위) 자유 발언에 나선 김영인 씨. ⓒ<뉴스 M> 경소영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매 집회에 참여해 자유 발언으로 집회 참가자를 격려하는 유학생은 매우 이색적으로 보인다. 바로, 뉴욕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석사 과정에 있는 김영인 씨다. 뉴욕 2차 집회에 처음 참석한 그는 2차 집회부터 4차 집회까지 모두 자유 발언자로 나섰다. 

“11월에 사안이 심각해지면서 그동안 나온 글들을 모두 찾아보았다. 이건 정말 어떤 이유를 대든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광화문에서 모이는데, 뉴욕에서도 왠지 집회가 있을 것 같았다. 1차 집회는 정보를 얻지 못해 참가하지 못했는데, 2차 집회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웹자보를 보았다. 조금 일찍 도착해 전단 나눠주는 걸 돕고 있는데, 사회자가 자유 발언을 해보면 어떨지 물었다. 준비한 것 없이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김영인 씨는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캐나다로 조기 유학을 떠났다. 한국을 나온 건 12년이 지났지만,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와 친척, 친구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어떠한 상황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가 국회의원실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학부에서는 뇌와 뉴런의 작용을 연구하는 심리과학을 전공했다. 사람을 더 잘 알고 싶었다. 동물 실험이 많았다. 재미있었지만, 사람과 직접 맞닿는 일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도 교수와 오랜 상담을 했고, 사회복지를 전공하기로 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의 복지와 환경을 좀 더 알고 싶어 국회의원 인턴으로 지원했다. 당시 메르스가 유행했다. 내가 속한 국회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김영인 씨는 12년 전 유학길에 올랐지만, 가족과 친지, 친구 생각에 여전히 한국에 관심이 많다. ⓒ<뉴스 M> 경소영

미국으로 돌아온 김영인 씨는 뉴욕대학교대학원 사회복지 전공으로 입학했다. 미국은 사회복지가 발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구와 논의는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나라 중 하나다. 실제 복지 이슈도 다양하다. 의료와 교육 등 세계적으로 논의가 많은 분야부터 미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인종차별, 성소수자 등도 사회복지 연구 대상이다. 

김영인 씨가 공부하고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소외 계층 복지다. 미국 대도시 어디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노숙자와 범죄자 문제를 위해 공부한다. 이를 위해 현재 할렘에 있는 한 센터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 중 3일은 인턴으로 활동하며 배워야 하고, 2일은 세미나에 참여해 수업을 듣는다. 

“현재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범죄자 행동 유형에 따른 사회화 과정이다. 미국 법원은 피고의 행동 분석에 따라 관련 기관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범죄자가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거나 글을 모르고,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등 요청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노숙자도 같은 이유로 노숙하는 경우가 많다. 글을 몰라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거리로 밀려나는 사람도 많다.”

뉴욕대학교대학원에서 사회복지로 석사 과정에 있는 김영인 씨는 미국 소외 계층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다. ⓒ<뉴스 M> 경소영

미국에서 사회복지는 자본주의 영향 아래 가장 큰 제원이 나가는 분야 중 하나다. 빈곤층 노인(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의료는 전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아 이와 관련한 재원이 없지만, 연방 정부는 이를 담당한다. 실제 65세 이상 노령 계층은 보험 가입도 쉽지 않다. 김영인 씨는 이러한 복지 제도의 한계를 통감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연구를 위한 연구의 한계도 아쉽다고 했다.

“사회복지는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경험해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데, 미국 정치도 돈에 묶여 있어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복지 제도에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사회보장제도 확충에 가장 크게 반대하기도 한다. 미국도 이러한 부분은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저소득 의료 혜택인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는 노인들이 ‘오바마케어’를 반대했다. 

한국도 사회복지 확충을 저소득 계층이 반대하는 경우를 본다. 특히 노령 인구 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농단 상황에서도 노령 계층은 공범으로 적시된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 노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박근혜 대통령 옹호에 나서기도 한다.

김영인 씨는 이러한 부분에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는 대화와 이해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까닭이다. 이번 집회를 통해 한인 노령 계층의 반응을 보며, 안타깝게 여긴 부분이 많다. 

“한국에서 떠나 온 시대에 시간이 멈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인들은 미국에 정착하기도 벅찬 생활을 하지 않던가. 기회가 닿는다면 이런 노령 계층과 만나 사회와 복지, 한국 등을 주제로 이야기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서로 이해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영인 씨는 다양한 계층에 있는 사람과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며,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기대한다. ⓒ<뉴스 M> 경소영

집회할 때 “왜 이러한 시위를 하느냐”고 반대 의견을 외치는 이들도 다른 의미에서 나름대로 나라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집회 장소에서 듣곤 한다. 이러한 동포들은 국가를 정부로 여기며, 경제부흥기를 경험한 이들인 탓이다. 하지만 오랜 유학 기간을 거친 김영인 씨는 현재 해외 동포들의 집회를 보며, 이들은 국민과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 있어도 여기에 있는 분들이 한국을 많이 사랑한다는 마음을 느낀다.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으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며,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 거리에 나서는 것 아닌가. 방학하면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잠시 돌아가지만,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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