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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촛불의 바다 속 외로운 섬, 청와대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민 65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8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렸다. ⓒ 지유석

17일 서울 광화문은 다시 한 번 촛불로 뒤덮였다. 벌써 여덟 번째 촛불이다. 이번 집회는 광화문 광장 북단에서 열렸다.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면 흡사 촛불이 칼끝처럼 청와대를 겨누는 형국이다. 물리적 거리로 봐서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함성은 곧장 청와대로 전해졌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시각 청와대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광장의 촛불과 청와대의 어둠, 이런 괴리는 현실의 반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 정지임에도 대통령 놀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얼결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총리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국정역사교과서 등 현 정권이 추진했던 정책을 밀어붙일 기세다. 한편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재차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친위부대 본색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대통령 놀이의 정점은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다. 박 대통령은 16일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24쪽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국회는 헌법 위반 5건, 법률 위반 8건 등 13건의 탄핵 사유를 제시했는데 박 대통령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고 생명권을 침해한 사실로 보긴 어렵다”는 대목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시민들은 또 다시 광장으로 뛰쳐나와 촛불을 들었다. 어쩌면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 와중에 청와대는 촛불의 바다에 떠 있는 한 점 외딴 섬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청와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 시민의 시선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2016.12.17. 서울 광화문 광장]

17일 서울 도심 광화문 광장은 또 다시 촛불로 뒤덮였다. ⓒ 지유석
한 시민이 청와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 시민은 청와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 지유석

 

지유석  luke.wyclif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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