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독일 사회 적응 해법
난민의 독일 사회 적응 해법
  • 두꺼비
  • 승인 2016.12.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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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와 신앙의 사회에서 탈출하다

난민 적응 문제는 난민에게서 해답을 구해야 한다

시리아 내전 이후 독일이 수용한 난민 숫자는 어림잡아 1백만 명. 최근 1년간 독일 언론들은 ‘난민’에 대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떠들어댔고, 독일 국민들 역시 난민 주제를 두고 양극으로 갈라졌다.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다수가 무슬림인) 난민들을 독일 사회에 수용, 통합할 것인가”였다. 이 와중에 벌어진 크고 작은 난민의 성추행 사건(쾰른 대규모 성추행 사건 이외에도 수영장 혹은 파티에서의 성추행 역시 빈번하게 보도되었다.)과 중동 국가의 조혼 풍습, 난민 출신 IS의 테러 시도는 난민 수용 회의론에 불을 지폈다. '난민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가 독일의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음에도 건설적 토론은커녕 극좌는 이상주의에 기반해, 극우는 인종차별주의와 반외국인정서에 기반해 감정적 싸움만 해댔다.

반면, 난민들은 그저 수용되어야 할 수동적 존재였기에 정작 문제 당사자인 난민들의 목소리는 무시되거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난민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회 적응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난민들에게서 이 해답을 찾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이를 위해 시리아 출신 난민인 Mamoon Abu Assi와 인터뷰를 해 보았다. 27세로 시리아에서 국제법 학위를 마치고 작년 8월 독일에 입국해, 현재 1년 반 정도 독일에서 체류하고 있다. 짧은 체류 기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터뷰를 독일어로 진행할 만큼 그의 독일어는 유창했다.

현재 매일 C1 자격증을 위한 독일어 수업을 듣고 있으며, 일주일에 두 번, Tango와 복싱 수업도 듣는다. 주말에는 친구들도 만나며 굉장히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독일에서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기에 독일 정부에서 학생(후보)을 위한 지원금을 받고 있다. 참고로 시리아 국민들은 무슬림이 대다수이지만 Mamoon은 무슬림이 아닌 소수 종교 Drusen을 믿고 있으며, 그것도 ‘나일론 신자’이다.

주마다 다르지만,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독일 법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최소 생계유지 비용을 지원받는다. 난민 신청자 및 난민도 여기에 해당되며, 최저 생계비 400유로+주거비+의료보험비+독일어 수업비(400유로)가 지원된다. 학생의 경우, 최저 생계비 350유로+650유로 생활비+독일어 수업비(400유로)가 지원된다.

Mamoon Abu Assi, 베를린에서

수 많은 난민들이 독일을 선택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복지가 독일보다 더 좋은 북유럽 국가들도 있고, 이탈리아나,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 유럽도 있잖아요.

메르켈의 난민 우호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일의 난민 신청 처리 절차가 제일 빨라서 많은 난민들이 독일에 와요. 난민들이 선호하는 국가는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남유럽에 비해 실업률이 낮고 복지 정책도 좋은 곳이에요. 이 중에서도 독일을 선호하는 이유는 시리아인인 것만 증명하면 3개월 안에 난민 자격을 인정받아 추방 걱정 없이 안정적 체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북유럽 국가에 가도 난민 자격이 인정되지만, 절차가 더 오래 걸리고, 이는 불확실성을 의미해요. (난민 신청자는 정식 난민에 비해 받는 복지 혜택도 훨씬 적으며, 언제든지 추방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남유럽 같은 경우는 실업률이 이미 높아서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고, 터키나 레바논, 이탈리아, 그리스 같은 경우는 이미 난민 포화 상태예요. 난민 대우도 열악해서 텐트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하고요.

대다수의 시리아 난민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다

Mamoon도 알다시피 난민으로 인해 독일 전체가 떠들썩한데, 이는 반 무슬림 정서와도 연관되어 있죠. 특히 (무슬림) 난민들은 아예 서구 사회 적응 의지도 없고 전근대적 생활 방식만 고집해 서구 민주주의의 위협으로까지 인식되기도 하는데요. 도대체 난민들은 독일에 오기 전에 독일이란 나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오나요? 독일이 민주주의 및 신정 분리 국가인 것은 알고 오나요?

시리아 사람들 역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가 우리의 고향을 잃었어요. 이에 시리아 사람들 역시 민주주의와 세속국가의 가치를 존중하고, 또 독일 역시 민주주의 국가인 걸 당연히 알아요. 반면에 독일 사람들은 시리아에 대해서 전혀 아무것도 모르죠.

참고로 시리아 역시 민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법의 기초가 프랑스나 서구 사회의 법에 기초하고 있어요. 민법만 종교 규율을 따르죠.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보수적 무슬림 국가와는 달리 신정 분리가 잘 되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난민들의 독일 사회 부적응 사례가 빈번하게 보도되고 있어요. 어떤 이들은 난민들에 의한 성추행을 일례로 꼽고 있어요. 단순한 범죄가 아닌 여성 억압적 문화로 인한 문화,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문화 차이는 크다, 하지만 그것이 성추행의 원인은 아니다

우선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난민들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어딜 가나 성추행범들은 있어요. 미국에서는 심지어 성추행범이 대통령 후보에 지명되기도 하죠.

제 생각에 문화와 성추행과의 연관 관계는 굉장히 미약해요. 단지 독일 내 정치적 위기로 인해 몇몇 정치인들은 이를 난민들을 비난하기 위한 기회로 삼았고, 이에 대대적으로 집중 보도된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시리아를 비롯한 난민 출신 국가들 문화와 독일 문화 차이는 매우 크기에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성범죄의 경우 지나친 여성 억압 문화와 성 자체가 금기된 보수적 문화가 간접적 원인이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99.9%의 난민들은 성추행이 명백한 범죄라는 것과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아요. 실제로 난민에 의한 성범죄율 역시 독일 거주민에 의해 높지도 않아요. 결국 난민에 의한 성범죄는 예외에 불과한 거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역시 언론에 보도에 비하면 예외에 불과할 정도로 굉장히 적어요.

단순히 문화 차이가 크다고 하니까, 감이 잘 오지 않는데,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려요.

일단, 사회 자체가 종교를 떠나 전반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특히, 성(sex)은 거의 금기시되어 있죠. 도시 출신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진보적이지만요. 일례를 들면, 수도인 다마스쿠스에 살 적에 여자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놀았는데, 집주인이 시골에 계시는 제 아버지께 전화해서 이를 고자질했어요.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 밀폐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시리아에서는 불경스럽다 – 마치 한국 70년대처럼 말이다.) 이 만큼 성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보수적이에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데도 불구하고 혼전 섹스 및 성에 대한 토론, 언급이 일절 금지되어 있다 보니 건강한 성 문화가 싹틀 리 만무하죠. 성적인 측면에서 시리아인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던 거죠.

이러한 보수적인 사회에서 성이 개방된 독일 사회에 오니 엄격하고 보수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유만 갈망하다가 갑자기 자취한 격이나 다름이 없는 거예요. 문화적 충격도 클 수밖에 없고요.

앞에서 말했듯이 몇몇 무슬림의 경우 비이슬람 사회 적응이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이슬람의 경우 다른 종교에 비해 금기 사항이 훨씬 더 많고, 이에 대해 더 엄격하다고 생각해요. 논리적 설명 없이 허용되는 것(halal, 할랄)과 금지된 것(haram, 하람)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이에 대해 종교적 권위를 빌어 엄격한 실천을 요구하죠. 지나치게 독실한 신자의 경우 이것이 독일 사회 적응에 큰 장애 요소임은 분명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천성이 나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독일 사회에 적응할 것이라고 믿어요.

무슬림의 유럽 사회 부적응 문제는 세계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독일 사회에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벌써부터 극우파들은 무슬림들의 의한 독일 사회의 이슬람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고, 부모 없이 홀로 입국한 시리아 미성년 난민들이 IS의 꾐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절대로 이 사람들에게 독일식을 강요해서는 안되요. 무슬림 문제는 비단 독일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문제예요. 무슬림들이 전부 다 나쁘고 테러리스트라는 말이 아니라, 강대국의 실패한 중동 정책에 기인한 국제 정치의 문제라는 거죠.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 역사는 엄청 오래됐지만, 이슬람이 세계의 악으로 부상한 건 최근의 일이죠.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서 생략하겠지만, 반 무슬림주의는 서구 사회가 만들어난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무슬림 사회에서도 이를 이용한다는 점이에요. 전 세계가 IS에 대해 떠들고 있고, 무슬림들 역시 자신들이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테러리스트 취급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알 자지라 등 아랍 방송들은 서구 사회에 의한 무슬림 차별, 이중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이를 접한 무슬림들은 자신들을 서구 중심 사회 질서의 희생양으로 생각하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무슬림들은 강요된 혹은 제안된 서구화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해요. 어설프게 강요된 서구화, 독일 사회 적응 요구는 오히려 무슬림들을 도발하고 역효과를 낼 수 있어요. 서구의 도덕적 이중성에 환멸을 느낀 무슬림들은 이를 무슬림 차별, 박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참고. 부르키니 금지 법안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에 더해 무고한 무슬림들을 IS나 테러리스트로 매도하면, 독일 내 무슬림들에 의한 테러 위협은 더 커지겠죠.

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한다고 믿어요. 사회가 무슬림을 문제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바라보면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별다를 것 없는 평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면 더 빠르게 적응할 거라고 믿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예외일 뿐 대다수의 무슬림들은 사회 통합 의지가 강해요. 다만 이들 역시 보수적, 권위적 문화를 한순간에 벗어던지기가 어렵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통합 의지가 강한 사람들도 통합을 강요받으면, 통합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독일 사회 근본적 가치를 제외한 부분에서 관용과 이해가 필요하다

아무리 그래도 성범죄나 미성년자 결혼 등 독일 사회에서 불법, 범죄로 간주되는 것까지 문화적 차이로 용인해주는 것은 지나친 것 같은데요

당연하죠. 앞서 말했듯이 성범죄는 범죄로, 이는 당연히 용인될 수 없어요. 타협될 수 없는 독일 사회의 근본적 가치는 무조건 지켜져야만 하고요. 독일 사회는 이러한 가치, 규범들을 난민들에게 잘 설명해주고 납득시켜야 해요. 무슬림 문화권에서 용인되는 풍습이나 행동을 금지할 경우에는 독일 사회의 가치 보존과 사회 통합의 역효과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하고요. 그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도록 문화 차이를 인정하고 기다려 주어야 해요.

물론 독일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겠지만, 난민의 사회 적응을 위해서는 난민뿐 아니라 독일인들 역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민들이 복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독일에 왔다거나, 독일 복지 및 경제 시스템에 커다란 짐이 될 거라는 주장에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난민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가 가까이 전쟁에서 탈출한 사람들이에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고국에 머물렀을 사람들이고요. 난민 중 어느 누구도 독일의 사회 복지 시스템에 기대 살고자 온 사람은 없어요. 대부분 독일어를 배우고 독일에서 취업해서 사회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대단하죠. 앞으로 5년 후면 난민에 대한 부정적 보도보다는 긍정적 보도만 들릴 거라고 확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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