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 넘은 박근혜 지지세력의 신성 모독
시론] 도 넘은 박근혜 지지세력의 신성 모독
  • 지유석
  • 승인 2017.01.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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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 집회 등장한 대형 십자가, 기독교 정신 오염시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박사모 주축으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대형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대통령 탄핵 기각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박근혜 대통령 지지세력의 종교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 소크라테스를 입에 올리더니 이번엔 십자가를 내세웠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운동본부’(아래 탄기국)가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서 일부 개신교 단체가 대형 십자가를 짊어지고 거리를 행진한 것이다. 

십자가를 짊어진 이들은 자신들을 목회자로 자처했다. 이들은 십자가를 지고 행진하면서 탄핵 무효를 외쳤다. 예수께서 이 광경을 보시면 무어라고 말씀하실까? 

우선 십자가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십자가는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 등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의 상징이다. 신약성서의 사복음서 기록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다. 그곳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 당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 나셨다. 특히 가톨릭에서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을 새겨 넣는다. 예수 그리스도가 당한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원래 십자가는 형틀이었다. 로마 제국은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반대 세력을 가혹하게 다뤘다. 정치범의 경우 특히 더했다. 로마는 정치범에게 십자가형을 내렸다. 십자가에 달린 죄수들은 물과 피가 몸에서 빠져 나가는 고통을 당하며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로마는 십자가형을 통해 정치적 반대 세력에 강력한 계고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예수는 가장 치욕스런 형벌을 그리스도교의 상징으로 바꿨다. 

이스라엘 지역을 다스리던 로마 총독 본티오 빌라도는 처음엔 예수 그리스도에게 큰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고심 끝에 그를 십자가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로마 제국과 결탁한 이스라엘의 종교권력자인 사두가이 측이 예수의 처형을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티오 빌라도는 망설이기는 했지만, 예수가 이스라엘 전역을 돌며 벌였던 복음전도 활동이 훗날 광범위한 독립투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로마 식민권력과 이스라엘 종교권력의 정치적 이해타산이 맞아 벌어진 일인 셈이다. 

박해 받는 지도자 박근혜?

탄기국 집회에 나온 목회자들이 십자가를 앞세운 의미는 명확하다. 즉, 박 대통령이 불의하게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탄핵 심판이 이뤄지는 헌법재판소 법정에까지 등장했다. 박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는 예수와 소크라테스에 빗대며 박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한 건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국회와의 알력이나 혹은 다른 정치적인 이유로 탄핵 소추안이 통과돼 직무정지 당한 건 결코 아니다. 그보다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이 더 크다. 지난 11일 박 대통령 측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았다. 관계자의 입을 통해 박 대통령은 “당일 오전에는 서류를 검토하느라 TV를 보지 않았고, 점심 무렵 식당에서 TV를 봤다. TV로서는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줄 알았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일 거의 모든 국민들은 TV, 라디오,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는 세월호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때 전원구조 소식에 안도했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급기야 세월호가 침몰하는 광경은 생방송으로 전세계에 중계됐다.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직무는 국민의 안위를 돌보는 일이다. 304명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 생중계로 전해지는데, 대통령은 점심 식사하다가 TV로 당시 상황을 처음 접한 것이다. 업무 혼선으로, 그리고 대통령 본인의 당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상황을 뒤늦게 인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세월호 침몰상황을 봤다면 식사하다 말고 뛰쳐나와야 했다. 불행하게도 박 대통령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둘러싼 사실관계와 법리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겠으나,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 만으로도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탄기국, 그리고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아래 박사모) 등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은 자주 종교적 제의를 끌어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자는 수차례 이 같은 행위의 부적절성을 지적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보란 듯이 대형 십자가까지 끌고 나왔다. 

물론 개신교, 더 넓게 그리스도교 성직자와 신도들마다 현 시국을 바라보는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예수에 빗댄다거나, 십자가를 앞세워 박 대통령을 부당하게 정치적 박해를 받는 사람으로 포장하는 행위는 분명 잘못이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배도요, 신성모독이다. 

이미 개신교계는 박사모나 탄기국의 종교적 행위에 대해 ‘개신교를 대표하는 행위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 11일 개신교, 가톨릭,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이 꾸린  ‘조속한 국가운영 정상화를 바라는 종교인모임'(아래 종교인모임)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시국에 대한 종교계의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일래 한국교회연합 전 회장은 “기독교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그런데 탄핵 반대 운동이 기독교 정신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이 자리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개신교의) 일반적인 견해일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개신교 신앙을 갖는 건 자유다. 그러나 그 신앙을 현실에 함부로 끌어 들여서는 안 된다. 성서가 쓰여진 맥락을 면밀히 고찰하고, 현 시대에 올바른 예를 찾아 적용하는 게 신앙인 본연의 자세다. 

앞서 지적했듯 탄기국 집회에 등장한 대형 십자가는 그리스도교 신성에 반하는, 신성모독행위다. 교단, 교파를 초월해 그리스도교계가 십자가를 모독한 행위를 엄정 질타하고, 여기에 가담한 목회자들의 목사직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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