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의 날, 일본군 위안부를 생각한다
마틴 루터 킹의 날, 일본군 위안부를 생각한다
  • 김은주
  • 승인 2017.01.18 0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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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은 마틴 루터 킹 목사(Rev. Dr. Martin Luther King Jr) 날이다.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을 기리는 의미로 1987년부터 1월 셋째 월요일을 공휴일로 제정했다.

아침 일찍부터 자녀와 함께 마틴 루터 킹의 날(이하 MLK Day)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 허드슨 강가에 있는 개리슨 마을 도서관을 찾아 나섰다. 날씨가 추웠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해 킹 목사의 고귀한 뜻을 미국인들과 함께 기리고 싶었다. 

마틴 루터 킹의 날 행사 포스터(왼쪽), 필자의 딸 한내 양과 그의 시 낭송 교사 벤자민 씨(오른쪽). (사진/ 김은주 페이스북 갈무리)

특히 행사에는 시 낭송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딸 한내의 시 낭독 지도 교사이자 시인, 교수인 벤자민(Ghi'al Benjamin) 씨가 전체 진행을 맡았다. 이날 벤자민 씨를 만나 대화하는 가운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증조할머니는 14살 때 할머니를 낳았고, 할머니도 아주 어린 나이에 벤자민 씨의 엄마를 낳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할머니는 14살 때 백인에 의한 '강간'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증조할머니는 그의 증조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백인 전용 입원실에서 흑인들이 사용하는 병실로 옮겨졌다는 증언을 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것이 당시 미국의 현실이었다.

'MLK Day'를 맞아 우리 역사를 되짚어 본다. 어떤 이유로, 누구의 힘과 의지로 한국이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 말이다. 우리는 1919년 4월 11일 상해에서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1945년 8월 15일 드디어 민족의 숙원인 해방을 성취했다. 따라서 우리의 '건국'은 임시정부 수립이 그 기원이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어린 여자 아이들 수십만 명이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로 전락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고 이런 치욕스러운 근대사를 왜곡했다. 일본과의 굴욕적인 "위안부 협정"은 매국적 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어린 아이들의 처참한 처지를 생각해 본다. 그들도 귀한 딸, 손녀, 오누이였을 것이다. 열 두 살, 열 세 살 철없을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강간을 당하고, 성 노리개로 처참한 생활을 강요당했다.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사망한 그들의 시체를 트럭에 싣고 다니는 등 추악한 행위를 수없이 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후 70여 년이 되도록, 아직 공식적인 사과를 거부하는 그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아주 어린 나이에 강제로 생명을 잉태했을 여성들이 있다. 흑인 노예들은 백인에게 온갖 추행과 폭행을 당하면서도, 끈질기게 영혼의 생명 줄을 놓지 않고 생존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생존을 아름다운 예술로 표현하고, 그들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교사 벤자민 씨 같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축복으로 여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백인들의 성폭력 피해자인 미국 여성이 영혼의 의형제를 맺을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싶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고 우리가 있기에 그들이 있다. 분명 존재했던 역사 현실을 부인해선 안 된다. 역사적 진실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사랑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의 날, 고통 받던 이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그를 기리며 내 영혼의 언니들과 딸의 스승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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