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목사를 떠올리게 하는 박근혜 대통령
비리 목사를 떠올리게 하는 박근혜 대통령
  • 지유석
  • 승인 2017.01.26 11: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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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탄핵정국 세심한 출구전략 마련해야

25일 하루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먼저 비선실세 최순실은 특검을 맹비난했다. 이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한국경제> 정규재 주필을 청와대로 불러 인터뷰를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쭉 이렇게 진행과정을 좀 추적해보면 그렇게 좀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도 지울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날 벌어진 일들은 탄핵 정국의 출구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미 박 대통령은 지난 달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피, 눈물' 운운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었다. 순순히 권력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때 이미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측의 대응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기시감이 든다. 기자는 교회 분쟁이나 사이비 종교단체 내부에서 불거진 갈등을 수차례 목격한 바 있었다. 흥미롭게도 박 대통령의 대응 방식이 교회, 혹은 사이비 종교단체의 갈등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교회 내 갈등을 겪었던 성도들 역시 기시감이 든다는 뜻을 전해왔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자신에게 우호적인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을 청와대로 불러 인터뷰를 가졌다. ⓒ 정규재TV 방송화면 갈무리

1. 언론보도 

교회, 특히 신도수가 많고 부유한 교회 내부의 비리는 내부 문제제기를 통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보다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난 2010년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경우, 기독교계 인터넷 언론인 <뉴스앤조이>가 해당 사실을 보도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 그리고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겼다. 그러다 <한겨레>, <JTBC>, <TV조선> 등의 보도로 그 실체가 알려지게 됐다.

2. 철저한 내부단속, 뒤이은 마녀사냥 

교회, 혹은 종교단체의 비리가 언론을 통해 수면위로 떠오르면 해당 단체들은 내부단속에 들어간다. 그리고 비리 사실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마녀사냥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신천지'라는 종교 집단은 이단 사이비 종파로 알려져 있다. CBS는 이 단체의 치부를 드러내는 관찰보고서를 연속 기획으로 제작해 방송했다. 이러자 신천지는 전국에 있는 CBS 방송사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무차별 고소를 남발했다.

비선실세의 존재는 2014년 정윤회 문건파동 때 일단이 드러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해당 문건을 '찌라시'로 폄하하면서, 사건의 성격을 문건 유출로 규정했다. 검찰은 이를 지침 삼아 당시 조응천 청와대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기소했다.

3. 비등한 비난 여론 

지난 2010년 분당중앙교회는 최 아무개 담임목사의 불륜, 재정의혹으로 갈등을 겪었다. 교회 정상화를 바라는 성도들은 포털 '다음'에 '교회 새출발을 위하여'란 카페를 개설하고 교회 내부에서 벌어졌던 불합리한 사례들, 그리고 교회운영과 관리, 재정에 대한 의견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 목사의 비리를 상세히 다룬 언론보도도 나왔다.

박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도화선은 <JTBC뉴스룸>의 최순실 테블릿PC 보도였다. 이 보도 이후 국민적 공분이 일어났고, 급기야 천 만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4. 잘 준비된 반격

종교 단체 내부에서 비리가 불거져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 일단 당사자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 앞서 언급한 분당중앙교회 최 아무개 목사의 비리가 불거진 시점은 2010년 10월이었다. 이에 최 목사는 그해 12월 안식년에 들어갔고 다음 해 1월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사의 표명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최 목사에게 우호적인 성도들이 포털 '다음'에 카페를 개설하고 최 목사 사임 반대 운동에 들어갔다. 최 목사는 기다렸다는 듯 사임 의사를 번복했다.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경우 2010년 11월 교회 홈페이지 사과문을 게시하고 교회를 떠났다가 2012년 홍대새교회를 개척하고 목회활동을 재개했다.

박 대통령을 추종하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는 국회 탄핵소추 가결 다음 날인 지난 달 10일 광화문에 몰려가 난동을 부렸다. 이어 박사모를 주축으로 50여개 극우단체가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를 꾸린 뒤 탄핵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잇달아 열었다. 또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정권에 우호적인 극동방송 김 이사장을 만나 기도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5. 우호적인 언론을 동원한 물타기 

비리에 연루됐거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목회자나 종교단체 수장들은 언론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우호적인 언론을 선별해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지난 해 3월 국가조찬기도회 설교를 통해 테러방지법 제정, 개성공단 중단,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박 대통령 재임 시 이뤄졌던 쟁점 현안에 대해 찬성입장을 드러냈다. 이후 이 설교가 논란이 되자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국가조찬기도회 설교는 결코 권력을 탐하거나 아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국가 지도자에게 용기를 북돋으려는 노력이 담겨있다고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1월1일 청와대 기자단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이어 25일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는 '정규재TV'와 인터뷰를 갖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 박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대해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연결지으며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고 폄하했다.

반면 탄기국의 맞불집회에 대해선 "지금 이제 촛불시위의 두배도 넘는 정도로 열성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고 듣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해야 한다, 법치를 지켜야 한다 그런 것 때문에 여러가지 고생 무릅쓰고 나오신다는 것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며 치켜세웠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인식을 두고 지지세력을 결집시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촛불을 내려놓아서는 안된다 

교회 내부, 혹은 종교단체 내부의 갈등 중 상당수는 파국으로 귀결됐다. 박근혜 정권은 출범 초부터 정부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강요한 경향이 강했다. 탄핵 정국에 반응하는 행태 역시 종교단체와 유사하다. 결국 탄핵 정국의 뒤끝(?)이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야권은 사실상 손을 놓은 모양새다. 또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등 야권 대선 후보들은 탄핵이 기정사실인 양 대권행보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의 대응 방식은 탄핵 정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이와 관련, <머니투데이 the300>은 24일 박 대통령이 △대리인단 교체 △헌재 변론 출석 △신임 헌재소장 지명 등의 카드로 탄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탄핵 정국에 과도하게 매몰되는 건 분명 금물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측 대응을 감안해 본다면 정치권, 특히 야권이 세심한 출구전략을 마련해 탄핵정국을 마무리하는데 정치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촛불도 내려놓아서는 안 되겠다. 이래저래 국민만 힘든 겨울을 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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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jr 2017-01-28 21:40:31
지유석, 분석을 하려면 정확한 상황과 정보를 가지고 글을 쓰시요.
촛불은 종북세력이고, 종북세력과 언론, 그리고 검찰이 합작하여서 나라의 기강을
뒤엎으려한것이 발각이 된것임다. 당신같이 기레기 기자들이 잘못전달하는 정보를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우린 방송이나, 신문사 상대가 아닌,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