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전쟁
난민들,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전쟁
  • 김동문
  • 승인 2017.01.2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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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유럽에 진입한 시리아 난민들의 첫 겨우살이

유럽에 힘겹게 진입한 난민이 난민 또는 어쩌다가 된 이민자로서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길은 여전히 험하다. 그것은 준비 없이, 급박한 현실을 피해 가까스로 유럽에 진입했지만, 그것은 새로운 고난의 시작이었다.

전철을 갈아타기 위해 무리지어 가는 파리 시민들 틈에서, 갑자기 낯익은 얼굴과 아랍어 말소리가 들린다.

"나흐누 쑤우리인 민 빌라드 앗-샴"-"우리는 시리아인들입니다".

'빌라드 앗샴' 지역은 지금의 시리아, 레바논이 자리한 지역을 표현하는 고유한 아랍 표현이다. 한편 이라크는 두 강 유역의 뜻을 가진 'bilād ar-rāfidayn'<빌라드 아르-라피다인>으로 부르곤 한다.

갖은 사연을 안고 유럽에 진입한 시리아 난민들의 첫 겨우살이는 녹록치 않다. 파리 시내 지하철 환승역 곳곳에서, 시리아인들이 눈에 띈다.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어를 거의 못하고, 짧은 프랑스어로 도움을 구하지도 못하는 이 난민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왜 이들은 아랍계 이민자들이 많은 곳에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이곳 시민들 틈에서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것은 무슬림이니까, 같은 아랍계니까 더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직 영어와 프랑스어 등을 전혀 못하는 시리아 난민들이 아랍어로 자신들의 처지를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반응은 추운 이곳 날씨 만큼이나 냉담하다. 아랍어 외침에 주목하지 않은 파리 시민들의 모습은 도시의 차가운 일상이다. 이들의 말을 알아듣는 북아프리카 출신 아랍계 이민자들은 물론 무슬림 이주자들조차 이들의 외침에 아무런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난민, 그들도 파리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생존을 위한 또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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