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법조계에 파송된 사회 선교사입니다”
“전 법조계에 파송된 사회 선교사입니다”
  • 지유석
  • 승인 2017.02.03 0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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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 박종운 변호사 ⓶

1부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해부터 온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재점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JTBC를 위시한 거의 모든 언론이 세월호 7시간 규명에 취재력을 모으는 와중이고, 실제 일단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일전에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7시간에 대해 자기고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고요. 과연 7시간을 둘러싼 진실이 드러나리라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안전사회 소위원장으로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중대한 재해·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가 어떠한 경로, 절차, 방식으로 보고를 받고, 어떤 단위에서 누구의 책임 아래 해결책, 대안들이 강구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경로, 절차, 방식으로 시기에 부합하는 유효적절한 내용의 지시가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싫어했습니다. 청와대를 조사하기는커녕 접근하는 것조차도 불순하게 보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7시간을 상세하기 밝혀내기 전에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청와대와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 7시간에 대해 제대로 밝히기 어렵거나 밝히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얼렁뚱땅 두루뭉술하게 넘어 가려고 하겠지요.    

박종운 변호사 Ⓒ지유석

세월호 특조위 합류 전 기독 법조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압니다. 기독교 신앙이 특조위 활동에 영향을 끼쳤다고 여기는지요? 

저는 ‘법률영역에 파송된 사회선교사’라는 자기 정체성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명감이 없었다면 세월호 특조위에 들어가지 않았겠지요. 그러다보니 약간은 특별한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파견 공무원을 비롯한 특조위 구성원(사람)에 대한 태도, 업무 진행 방식,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 상황 판단 등에서 보수 성향을 지닌 분들과 많이 달랐던 것은 물론이고 진보적인 분들과도 사뭇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점으로 인해 중간에서 오해도 사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요.    

지난 5일 ‘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기엔 참여하지 않는지요? 

지난 해 10월 세월호 특조위가 비록 정부에 의해 강제 해산됐습니다. 그럼에도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의 취지상으로는 조사활동을 시작할 준비가 된 날로부터 1년 6개월 동안 조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아직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은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법 해석에 대해서는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아보아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미 일부 조사관들이 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조사단이 발족했을 때에도 저를 포함한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들은 조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민조사단과는 협력해야 할 관계에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비상임위원 2분과 조사관 중 일부가 조사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누구나 범할 수 있어, 문제는 그 다음 

여담이지만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해결하는데 동분서주 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 목사 건은 예장합동 총회에서 더 이상 재론하지 않기로 못을 박다시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시 전병욱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 여성과 그 분을 돕던 언론인이 제가 근무하던 법무법인에 찾아왔었습니다. 그 바람에 그 일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저는 누구나, 설사 목회자라고 하더라도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나 실패, 혹은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비교하자면, 침몰을 사전에 예방하지도 못하고 탑승객을 구조하지도 못한 정부는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보인 태도야말로 저를 정말 분노케 했습니다. 여야 합의에 따라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해서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밝히며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할 책무를 세월호 특조위에 줬습니다. 그래 놓고선 세월호 특조위를 부정하고 조사활동을 끊임없이 방해한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악의적인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성추행 사건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회개하고 대가를 치르고 회복되는 모습을 기대했고 그런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여느 다른 성추행 사건보다 못하게 되었습니다. 잘못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정의입니다. 큰 교회 목사라고 해서 감싸는 것은 세상의 정의보다 못한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어떤 점에서는 정말이지 종교개혁 당시의 가톨릭보다 못한 것은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끝으로 세월호 유가족,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진실을 알고자 원하는 모든 독자분께 새해 덕담 한 마디 부탁합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뒤이은 대규모 촛불집회, 국회에 의한 대통령 탄핵, 국정조사, 특검, 헌법재판소 심판, 여당의 분당, 개헌 논쟁, 대통령 선거 등등 2017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향후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정의·평화의 나라로 전진하느냐, 아니면 수십 년 뒤로 후퇴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목상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가 개혁되어야 하고 그동안 쌓였던 적폐가 일소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몇 년 전으로 복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한 노력과 성취 가운데 세월호참사의 진실도 드러나게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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