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되짚어보기] 매티스 국방장관 방한이 남긴 것
뉴스되짚어보기] 매티스 국방장관 방한이 남긴 것
  • 지유석
  • 승인 2017.02.04 0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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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원론적 수준 재확인....사드 장래 불투명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일 정부 서울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일, 3일 양일간 한국을 다녀갔다. 그의 방한은 여러모로 촉각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했다. 먼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달 1일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제작이 마감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 달 20일 ‘미국 먼저’를 들고나온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의 안보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돌출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안보 이슈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특히 주한미군 문제를 입에 올릴 때면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 부담금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을 싸잡아 “자체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 미국이 방위비를 아낄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국이 추구해온 비핵확산 정책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더구나 한국은 사상 초유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특검 정국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을 택했다. 따라서 그의 방문을 두고 북한을 겨냥한 행보인 동시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압력을 가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이와 관련 <JTBC뉴스룸>은 지난 달 26일 매티스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이란 '청구서‘를 들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매티스의 방문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이의가 있을 수 있다. 매티스 장관은 3일 오전 한민구 국방장관과 만남을 가진 뒤 가진 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혔다. 

“북한은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며, 위협적인 수사와 행동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편에 설 것이다.

동맹국 방위와 우리의 확장된 억지력 보장을 지키려는 미국의 약속은 여전히 굳건하다. 미국 혹은 동맹국에 가해지는 어떤 공격도 격퇴될 것이며, 핵무기 사용은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맨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이라는 표현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수사를 빼면 ‘한국과의 안보동맹을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전통적인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LA타임스>나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매티스 장관의 발언 수위는 오히려 한국, 일본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수사 성격이 강하다. 

매티스 장관이 한국에 도착한 날인 2일 <LA타임스>는 이렇게 적었다.

“매티스 장관은 첫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북한핵,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 첨예한 쟁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의 방문 목적이 새 대통령 트럼프의 거친 언사에도 불구하고, 한미-미일 동맹을 재확인하는데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매티스 장관의 방문의미를 아래와 같이 풀이했다. 

“매티스가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건 논리적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를 마쳤다고 밝히면서 동북아 지역 긴장은 고조됐다. 그리고 아시아 각국은 미국의 위치와 관련, 트럼프가 혼란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우려를 표시해 왔다.

(중략) 최근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안보공약은 ‘굳건함’(ironclad)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도적이기도 한 다양한 메시지가 매티스의 한국-일본에 대한 전통적인 방위공약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로 바꾸어 놓았다.”

사드, 예정대로 추진 가능할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는 한미간 최대 쟁점 현안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매티스 장관은 3일 한민구 국방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잇달아 만나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런데 매티스 장관이 미국 언론에 한 발언은 무척 미묘하다. 

매티스 장관은 한국에 도착했던 2일 CNN과 접촉해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제외한 어느 나라도 사드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즉, 북한의 안보위협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유일한 이유라는 말이다. 이 같은 입장은 사실 모호하다. 매티스의 발언을 뒤집으면 ’북한의 도발만 없다면, 사드는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드는 한국 측이 부지와 시설을 제공하고 미국 측은 전개·운용·유지비용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미국 먼저’를 들고 나온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합의를 이행할 것인가의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우리는 국가부채가 19조 달러(약 2경2000조 원)이고, 곧 21조 달러가 되려는 상황에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며 고립주의를 천명했다. 사드 한 개 포대의 구성비용은 약 1조 5천억 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북한이 뚜렷한 도발징후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이 도발을 자제한다고 전제할 경우, 트럼프가 1조 5천억이 드는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사드에 매달릴지는 미지수다. 물론 북한이 예측불허라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와 관련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 연구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한의 정치상황을 감안해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현재 북한의 제1 관심사는 한국의 차기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뒤이은 조기 대선 정국에서 진보 대통령의 집권을 원한다는 말이다. 확실히 북한은 보수 대통령을 원하지 않고, 그래서 어떤 도발도 보수 진영 후보를 지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본다.” 

미국 쪽 입장은 어떨까? 미국은 북한 변수와 무관하게, 한국 정치 상황 때문에 사드 배치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보도를 차례로 참고해 보자.

"한국에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중국이 줄곧 반대입장을 취함에 따라 사드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 워싱턴포스트 

"현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는 사드 배치를 지지한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치러짐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이 이행될지는 회의적이다."  - AP통신

한국 언론은 매티스의 방한에 대해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공격 반드시 격퇴”(중앙일보), “북한 핵무기 공격에 압도적 대응”(한국경제), “사드배치 대못 박고 北 핵위협에 '경고’”(연합뉴스), “사드 차질 없이 배치”(채널A) 등의 제목을 달아 한미 동맹이 격상되고 사드 배치는 기정사실화된 것 처럼 보도한다. 그러나 한미 동맹의 원론적 재확인이며, 한국 정치상황에 따라 사드 배치 여부도 유동적이라는 게 보다 사실에 가깝다. 

3일 청와대는 특검의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특검의 조사에 응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은 무죄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북한의 미사일개발과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등 주변 정세와 맞물리면서 안보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탄핵정국이 순탄하게 마무리 돼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국내정치 안정은 물론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중요한 국면을 타개할 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기사]

워싱턴포스트 : In initial Asia visit, Mattis vows joint stance against North Korean nuclear threat

CNN : US Defense Secretary Mattis: Only North Korea need fear missile defense

AP통신 : Defense Chief James Mattis Warns North Korea Against Any Attack on the U.S. or its Allies

뉴욕타임스 :  Jim Mattis, in South Korea, Tries to Reassure an Ally

LA타임스 : Mattis arrives in South Korea to reassure nervous U.S. 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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