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은 실패한 작전?
김정남 암살은 실패한 작전?
  • 김기대
  • 승인 2017.02.16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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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암살으로 이득을 볼 자가 있을까?

[뉴스M=김기대 편집장] 김정은의 이복 형이자 김정일의 아들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됐다. 한국의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망사실을 공개했고, 용의자(베트남계 여성)와 살해방법(독극물)까지 언론에 상세히 알려졌다. 암살이란 글자 그대로 몰래 죽이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날 좀 보소'  하는 이벤트 같다.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가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수사관이 닥치기를 기다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다가 체포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런 석연찮은 점 때문에 '김정남 암살에 한국이 관련되어 있다'는 중국발 가짜 뉴스에 주류 매체 중앙일보까지 낚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내외신 매체들은 북한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왜?'라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오는 16일은 김정일의 생일을 기념하는 광명성절이다. 아버지의 생일 제단에 제물을 바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리 이복형이라도 김정남 제거의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 김정은의 정적일지는 몰라도 엄연한 김정일의 아들인데 말이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장면처럼 김정남이 핵무기 설계도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 동안 계속 흘러 나오던 대한민국과의 비선관계가 북한을 자극했다는 추측도 가능한데 이 또한 시기적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암살자를 의미하는 assassin은 '해시시를 피우는 사람들'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12세기 이슬람의 시아파의 젊은 광신도들을 그렇게 불렀다. 1090년 이후 유랑 설교자 하산 이븐 사바흐 주위에 몰려든 젊은이들은 기독교 순례자들과 이슬람내 반대파들을 거침없이 암살했다. 이들은  해시시(대마초의 일종)를 피우고 거사에 나섰는데 암살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현장을 지켜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종의 확신범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김정남 암살에는 확신범적인 태도도 나타나지 않았다.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암살들은 동기가 명확했다. 줄리어스 시이저에서부터 아브라함 링컨, 존 에프 케네디에 이르기까지 암살은 나름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케네디의 암살은 아직 많은 음모론을 양산하고 있는데 용의자였던 오스왈드가 잭루비에게 사살당하면서 음모는 더욱 부풀려 졌다.  CIA 관련설, 마피아 관련설, 미국으로부터 수많은 암살 위협을 받았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의 보복설, 가톨릭 신자 케네디에 대한 극우 개신교세력의 반발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이 되었던 나름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목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예화-케네디 가문이 술장사를 했기 때문에 가문의 저주라는 천벌을 받았다는 설은 합리성에서 제외하고).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면 비틀스의 존 레논을 암살한 마크 데이빗 채프먼처럼 정신 이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김정남의 경우 어떤 추론도 명확하지 않아 암살 사건이 장기간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유발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노린 파급효과는 미미하다. 누가 했든지 왜 했든지 그들이 얻고자 했던 반응은 얻지 못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건 실패한 작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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