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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삼성을 구원하지 못할거야!우리 모두 두려움을 극복해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마침내 구속됐다. 지난 1월 20일 한겨레 그림판에서 권범철 화백은 불구속을 축하한다며 청와대에서 걸려온 전화를 거부하는 이재용을 묘사했다. 그는 전화기를 바라보며 "내가 니 친구인 줄 아니?"라고 비웃는다.

한국 사회 재벌과 권력의 역학관계를 잘 보여주는 컷이었다. 지난 1월에 이어 다시 청구된 이재용 구속영장이 마침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져 한국시간으로 2월 17일 구속되었다.

삼성은 기업 창설 79년만에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벼랑에 섰다. 이병철의 사카린 밀수사건, 이건희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에서 삼성은 모두 구속을 비켜갔다. 오히려 떡값 명단을 폭로한 노회찬 의원은 구속과 더불어 당시 의원직을 잃었고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고초를 겪었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삼성불패 신화의 악몽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마침내 2차에서 구속됨으로써 불안감은 사라졌다. 특검과 탄핵재판은 별개의 것이지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기에 일각에서 흘리는 탄핵 기각설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결정이었다.

다른 재벌 총수가 구속된 적은 있었어도 삼성에 대해서만 유독 여론이 민감한 것은 삼성이 가진 위상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의 통계에 따르면 삼성이 차지하는 대한민국 GDP 비율은 약 26% 정도 되며 수출액의 25% 정도를 삼성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재벌 타협론’을 설파해온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삼성이 가진 위상을 인정하는 주장으로 소장 진보 경제학자들과 마찰을 겪기도 한다. 장하준 교수의 지난 2014년 7월 20일 한겨레 신문 인터뷰를 보자.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성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애플도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죽은 뒤 칼 아이칸 같은 펀드에서 자사주 매입을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삼성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일단 삼성의 현 경영구조를 유지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순환출자도 허용해주고, 금산분리 원칙 적용도 배제할 수 있다. 대신 경영을 제대로 못하면 경영권을 뺏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삼성 지분이 7~8% 정도 된다. 정부가 삼성 3세들의 상속세를 주식으로 받아 국민연금에 넘기면, 국민연금이 대략 12~13%를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국민연금이 삼성의 최대 주주가 되어 외국 자본을 막아내자는 장하준의 주장은 거꾸로 국민연금을 이용하여 이재용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래도 장하준은 '삼성 특별법'을 만들자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진보학자들 사이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말했듯이 삼성이 망하면 한국 경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 말로도 번역된 '지상의 위험한 천국', '파멸의 시대, 저항의 시대'로 잘 알려진 칼럼니스트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지난 2월 12일 인터넷 매체 '트루스디그(truthdig)'의 '엘리트들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거야'(The Elites won't save us)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민주주의가 기업의 횡포로 비틀거리고 있다"고 썼다. 족벌 경영, 특정 분야가 아닌 문어발식 확장, 순환 출자 등으로 묘사되는 재벌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는 미국에서 조차 대기업의 횡포가 민주주의를 위협해 왔다고 분석하는 판에 재벌이 한국 사회에 미친 폐해는 상상 이상이다. 헤지스가 말한 40년이란 세월은 레이건 행정부 이후 신자유주의가 터를 잡은 해를 일컫는다. 이 역시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없던 때부터 전횡을 휘둘러온 재벌에 비한다면 약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크리스 헤지스의 이번 칼럼은  트럼프 정권 이후 벌어질 친 기업적 정책을 우려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는 단단한 기업 연대를 추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언론이나 법원, 의회도 아주 온순해 질 것이라는게 헤지스의 주장이다. 단순히 트럼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쥐락펴락하는 기업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들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그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헤지스는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그들이 힘을 잃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지속적 저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 구조가 해체되어야 하느냐 마느냐는 각론의 문제다. 이는 정치인들이나 경제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일단 시민들부터 두려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재용이 구속된다고 삼성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그의 구속으로 삼성은 더욱 건전해 질 수 있고 다른 재벌들에게도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지배 엘리트들이 미국을 구원할 수 없듯이 이재용이라는 지배 엘리트가 삼성을 구원할 수 없고 더군다나 그가 없다고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지도 않을 것이다. 정치 권력보다 위에 있는 그들을 향한 끊임없는 감시와 질타가 경제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살리는 일이다. 

이후 보수 언론에서 쏟아낼 한국 경제 위기론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 까닭이다.

김기대  gilbert@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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