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당 훼손' 대신 사과한 게 우상숭배라고?
'불당 훼손' 대신 사과한 게 우상숭배라고?
  • 지유석
  • 승인 2017.02.2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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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훼불사건 사과했다고 파면당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 ⓒ 지유석 기자

[뉴스 M(서울)=지유석 기자] 서울기독대학교가 우상숭배를 이유로 이 학교 신학대학원 손원영 교수를 파면한 일이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손 교수는 지난해 1월 경북 김천 개운사에서 60대 기독교(개신교)인이 훼불사건을 일으킨 일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는 한편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기독대를 세운 종파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와 서울기독대 총동문회는 지난해 4월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조사할 것을 촉구했고 12월 이사회는 징계안을 제청했다. 그리고 이달 17일 이사회는 손 교수를 파면 조치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지어서는 안 되는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다는 게 이유였다. 

손 교수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숭인동 돈암 그리스도의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치가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반헌법적 사건"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는 당초 기자회견 장소였던 돈암 그리스도교회에 외압을 행사해 회견을 못하도록 막았다. 이에 손 교수와 취재진들은 교회 밖에서 회견을 진행해야 했다. 기자회견 뒤 따로 손 교수와 접촉해 이번 사태를 둘러싼 저간의 사정과 본인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 지난 해 1월 김천 개운사 훼불행위에 대해 사과문을 올리고 모금 운동한 걸 두고 학교측은 파면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회견문을 보니 파면사유가 꼭 이것뿐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 학내 사태도 한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저의 문제에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 학교 측은 훼불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니까 부담스러운지 외부 언론을 통해 이 문제 대신 2015년 학내사태로 사유를 돌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이라면 면피성인,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파면의 비중을 든다면 아마도 8대 2쯤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파면 사유 중 학교 측이 문제 삼는 2015년 학내 사태 역시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당시 우리 대학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비리 대학으로 분류되어 최하등급인 E등급으로 강등되었습니다. 대학 80년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학생들의 70% 이상이 그 발표로 충격을 받고 자퇴서를 작성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 학생, 교직원, 동문 등 학내 공동체 모두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비리의 책임자인 총장의 퇴진과 불법지출된 교비 50억 원의 조속한 환수를 위한 투쟁을 공동으로 펼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생각, 특히 학교를 떠나려는 학생들을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고통당하는 학생들을 지지하는 입장에 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대책위 소속 모든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학생들을 지지하는 1인 시위에 나섰는데, 저도 기꺼이 참여하였습니다. 

학교 측은 이를 문제 삼아 제가 '정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부가적인 파면사유로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 대책위를 이끌던 교수 5명과 교직원 대표 1인 모두 6인을 정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 당국이 재임용 탈락이나 징계위 절차를 통해 모두 해임을 시켰답니다. 말하자면, 인격 살인 사건이 벌어진 셈입니다. 참담한 일입니다. 

학교 측은 여기에 덧붙여 제가 감리교에서 그리스도의교회로 교단 변경을 약속하였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도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제가 입사할 때 교단 변경을 조건으로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제가 학교에 오래 있다 보니 학교의 지속적인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예의이다 싶어 제가 속한 감리교 어르신들과 상의하고 양해를 구한 뒤, 3년 전 총장과 타협을 하고 교단 변경을 약속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교단 변경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말로 황당한 이유를 대면서 저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제 아내가 침례를 안 받았다는 이유로 말이죠.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아내는 자신에게 재침례를 강요하면 이혼하자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제가 그리스도의교회 목사가 되기 위해 이혼해야 합니까? 말이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들이 저를 안 받아들이면서, 교단변경을 하지 않았다고 저를 파면하라고 하는데, 정말로 몰상식한 일입니다."

- 2013년 10월에도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정직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 측은 이전에도 손 교수가 물의를 수차례 일으켰다고 밝혔습니다. 이때는 무슨 이유로 징계에 회부됐는지요? (손 교수 파면과 관련, 서울기독대 최아무개 법인처장은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손 교수가 ▲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 그의 활동이 보수주의를 내세운 학교 학풍과 맞지 않으며 ▲ 손 교수에 충분히 소명 기회를 줬다고 해명했다.) 
"물의를 많이 일으켰다고 말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저야말로 학교에 충성한 것밖에는 없습니다. 저는 학교의 최고보직인 교무연구처장과 신학전문대학원장을 비롯하여 학교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쳤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런 말로 비하하는 것이 우선 너무나 슬픕니다.  

말씀하신 대로 2013년 당시 징계위에 회부되어 정직 2개월을 당했습니다. 이유는 학교 측에서 저에게 재침례와 교단 변경(감리교에서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로 변경)을 요구한 것에 대하여 제가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경으로 돌아가자', '교단보다는 전체 교회의 일치를 추구하자'라고 외치는 환원운동을 강조하는 우리 대학에서 어떻게 비성경적인 재침례를 강요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교단(협의회)의 총회에서 그리스도의교회가 강조하는 침례교리를 훼손하였다며 학교에 파면을 결의하여 공문을 보냈습니다. 학교측은 이를 빌미로 저에게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직 결정을 내렸던 것이었지요.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창피한 일입니다." 

학문의 전당에서 벌어진 인격살인

손원영 교수는 자신의 파면 조치가 학문의 전당에서 벌어진 인격살인이라고 했다. ⓒ 지유석 기자

- 많은 사람들은 개운사 모금운동이 파면 사유로 적시된 데 대해 납득을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서울기독대 총장은 이를 '우상숭배에 준하는 행위'이며 파면사유라는 의견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지요?
"대학인의 한사람으로서 학교 측 주장이 너무나 황당하고 창피해서 오랫동안 이 사건의 확대를 자제해 왔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1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정말로 학교 내부에선 논란이 많았지만, 저는 수도 없이 학교 당국을 설득했습니다. 어떻게 선행이 우상숭배라는 명목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게다가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에서 이런 걸 두고 징계를 하면 대학이 얼마나 우스워지느냐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총장은 저에 대한 악감정 때문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징계를 밀어붙였고 이런 황당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참고로 질문에서 '우상숭배에 준하는 행위'라고 하셨는데 총장은 실제로 이사회에서 징계를 제청할 때, 분명히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말하였음을 밝힙니다. 목사에게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함부로 쓸 수 있습니까? 이는 거의 인격살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모금운동을 두고 교단 안에서 견해는 어땠는지요? 찬성 쪽이 우세했는지, 아니면 반대 혹은 비방이 강했는지 궁금합니다.
"거의 모두 찬성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지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수없이 했습니다. 특히 최근 교계의 불미스런 일들 때문에 많은 교인들이 '개독교'라며 교회를 떠나거나 또 실제로 전도도 힘든 실정입니다. 그런데 저의 그 행동으로 인해 기독교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었고, 선교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얼마나 보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기자회견 때 말씀, 그리고 현장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그리스도교회에 애정이 깊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교단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제가 보기에 그리스도의교회의 가장 큰 장점은 '신앙의 순수성'입니다. 그것은 '환원운동'이란 모토 속에 잘 나타납니다. 즉, 환원운동은 교리보다는 성경, 교회의 조직보다는 교회의 일치 등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성서로 돌아가자',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가 우리 대학의 모토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치입니까? 그런데 지금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와 학교 당국의 최고책임자들은 이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환원운동의 정반대로 치닫고 있습니다. 성경 대신 교리로, 초대교회 대신 교회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슬픕니다. 이번 기회로 정말로 환원운동의 정신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원래 기자회견은 돈암 그리스도의교회에서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교단 측이 외압을 행사해 거리에서 회견을 했습니다. 이쯤 되면 교단 전체의 책임이라고 봐야 하지 않은가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그리스도의교회와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는 분명히 다릅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의교회는 정말로 순수하고 복음에 대한 열정밖에 없는, 좋은 분들이고 좋은 교회입니다. 그런데 협의회의 고위직에 앉아있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들은 교만과 권력욕으로 똘똘 뭉쳐있습니다. 그분들은 정말로 반성해야 합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어떻게 저의 기자회견까지 교회를 협박하여 막을 수 있습니까?" 

- 향후 대응과 관련해서 한 말씀, 그리고 수많은 기독교 및 불교 신자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제가 학교 측에 저의 파면취소를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학교와 그리스도의교회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일단 며칠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러나 끝내 파면철회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주위의 법률전문가와 상의해서 적절한 법적 절차를 강구할 생각입니다. 

끝으로 모쪼록 저의 사건을 통해 기독교와 불교 사이에 좋은 화해와 친교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온 뒤, 더 땅이 굳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특히 한국사회가 지금 매우 혼란스럽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두 종교가 서로 갈등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을 합해 한국인의 상처를 위로하고 싸매어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종교의 본래 목적이니까 말이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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