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박 대통령 지지세력은 촛불을 이길 수 있을까?
시론] 박 대통령 지지세력은 촛불을 이길 수 있을까?
  • 지유석
  • 승인 2017.02.26 19: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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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 목적으로 나온 지지자, 절대 양심 못이긴다
지난 25일 서울 시청광장과 태평로 일대에서는 탄기국 주도의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가면서 탄기국 역시 물량공세를 극대화하는 양상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뉴스 M(서울)=지유석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가면서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아래 탄기국)을 축으로 한 박 대통령 지지세력들의 준동이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준동을 두고 각 언론들은 대한민국이 분열됐다고 규정합니다. 분명 박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나라가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열상은 어디까지나 탄핵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 측이 국면전환을 위해 부추겼다고 봅니다. 여전히 대다수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고, 아울러 박 대통령 집권기에 이뤄진 온갖 비정상들이 바로잡히기를 염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한국갤럽은 응답자의 79%가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전 지난 해 부터 가장 최근에 있었던 탄기국의 집회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마침 지난 24일엔 제가 사는 천안에서도 탄기국 주최로 탄핵 반대집회가 열렸습니다. 이들의 집회를 지켜보면서 몇몇 박사모 회원에게 다가가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ㅤ회원으로부터 ‘개XX’라는 욕설을 듣기도 했고요.

구체적인 상황은 이랬습니다. 집회를 지켜보는 도중 한 참가자가 제게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탄핵은 위법이다, 헌재가 재판을 공정하게 하지 않고 있다”며 탄핵반대를 외쳤습니다. 이분에게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가 탄핵이 적법하다는 의견서를 냈다. 왜 위법이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회원은 갑자기 저를 노려보면서ㅤ“너 어디서 왔냐? 왜 이런 걸 묻냐? 녹음하는거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이에 “그저 질문만 한건데 왜 이렇게 흥분하냐?”고 반문하니 저를 향해 거침 없이 욕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4일엔 천안 시내 중심가에서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 중엔 계엄령 선포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계엄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사실 탄핵 반대집회 참가자로부터 봉변을 겪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해 12월의 일입니다. 태평로 일대를 걷다가 갑자기 태극기 시위대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이유는 마침 당시 아내와 함께였는데, 아내 손에 촛불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때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와 “한국전쟁을 겪지 못한 것들(?)이 뭘 알어”라고 다그쳤습니다. 이 말을 듣고 기가 찼습니다. 한국전쟁을 겪으려면 적어도 예순은 훌쩍 넘겨야 했는데, 이 여성은 전쟁을 겪었다고 주장하기엔 너무 젊어 보였기 때문입니다.ㅤ

또 한 번은 집회를 마치고ㅤ귀가 차 서울역으로 향했는데 마침 역 입구에서 박사모 회원 한 명이 다가와 탄핵 찬반 여부를 집요하게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 괜히 사상검증을 당하는 것 같아 답을 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무척 살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욕설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이들의 거친 행동에서 한 가지 확신을 얻었습니다. 무슨 확신이냐면 아무리 박 대통령 지지세력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난동을 피워도 결국 촛불을 이기지 못하리라는 확신 말입니다.ㅤ

고전 영화 통해 촛불의 승리를 확신하다 

여기서 잠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고전 <대부2> 이야기를 잠깐 하려 합니다. 영화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제 확신을 보다 쉽게 전달하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주인공 마이클 콜레오네는 유대인 마피아 하이만 로스와 함께 투자를 위해 쿠바를 방문합니다. 마침 쿠바는 바티스타 정부군과 카스트로의 혁명군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이었습니다. 

동업자 로스는 투자를 권하지만 마이클은 계속 꺼립니다. 마이클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전 참전용사에요. 거리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하는 모습을 봤죠. 정부군은 사기가 떨어진 반면 시위대의 눈빛은 강렬하게 타오르더군요."

마이클은 쿠바 혁명의 성공을 내다봤습니다. 그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카스트로의 혁명이 성공하고, 미국인들은 황급히 쿠바를 빠져 나갔습니다.

다시 탄핵반대 집회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보면 살벌한 구호가 난무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계엄령입니다. 수차례 본 집회에서 계엄령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참가자는 없었습니다. 

탄핵에 반대한다는 의사표시까지는 좋습니다.ㅤ그러나 자신들이 외치는 주장에 대해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고,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명확히 대답할 수 있어야 그 집회가 공감을 얻는 법입니다. 계엄령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현 정부조차 적법 의견을 낸 탄핵절차마저 위법이라고 우기며 욕설과 폭력으로 대응하는 행태는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참가자들에게서 한 번도 신명나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집회는 그저 ‘탄핵무효’, ‘탄핵기각’이라는 구호만 되풀이되고, 참가자들은 이 구호에 맞춰 기계적으로 태극기(그리고 성조기)를 흔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2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 사진 = 지유석

이런 점을 두고 본다면 촛불시민들은 실로 위대합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드신 어르신까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매주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드니까요. 광장에 나오려면 온갖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불편이 무색하게 촛불시민들의 얼굴은 늘 해맑았습니다. 재치도 넘쳤습니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한 정부여당 의원의 발언이 전해지자,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LED 촛불이 등장한 게 한 예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대통령이란 어떤 자리이고 그 권한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대한민국이 지금 보다 나아지기 위해선 정치권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또 왜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의 수사시한이 연장되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척척 내놓습니다. 이걸 보면 광장은 거대한 학습장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들의 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박 대통령 지지세력의 준동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은 변함이 없다. 사진은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7차 범국민행동. ⓒ 사진 = 지유석

지난 해 10월 말부터 지금까지 벌써 촛불은 4개월 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12월 중순부터 태극기를 든 박 대통령 지지세력들이 기승을 부리고, 탄핵 심판 막바지인 요즘엔 백색테러마저 예고하는 지경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결코 촛불시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오로지 적대적 구호로만 무장한 이들이, 그리고 오로지 물타기 목적만 갖고 거리에 나온 이들이 더 나은 내일을 갈망하는 촛불시민들의 선한 양심을 압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ㅤ

촛불시민 여러분, 조금만 더 힘냅시다. 박 대통령 지지세력들이 거칠게 굴고, 폭력이나 욕설을 가해도 참아 넘겼으면 합니다. 저들은 간단한 질문에 조차 답을 못하고 폭력성만 드러내는 부류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폄하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새로운 세상이 오면 왜 이들이 맹목적으로 박 대통령을 지지했는지, 왜 인터넷에 범람하는 가짜 뉴스에 현혹돼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는지 면밀히 따져 이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줘야 할 것입니다. 

지난 겨울 동안 품어온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갈망을 잃지 맙시다. 승리가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ㅤ박근혜 없이 맞이하는 봄은 우리가 겪었던 그 어떤 봄보다 더 싱그럽고 화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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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2017-03-06 12:06:16
중국 유학생 촛불 60만명 매수 동원 = 애국 태극기 500만
비교도 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