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작곡가 이지혜 '시대의 아픔을 작곡하다'(상)
재즈 작곡가 이지혜 '시대의 아픔을 작곡하다'(상)
  • 서상희
  • 승인 2017.03.02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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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추모 앨범 '4월' 미국서 유통 시작

재즈 작곡가 이지혜 씨를 처음 만난 곳은 뉴욕 촛불집회 현장이었다. 단아하지만 당찬 모습으로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뇌리에 새겨졌다. 우연히 그녀가 발표한 음반 ‘4월’을 들었다. 가수로 알고 있던 탓에 ‘지혜 리 오케스트라 4월’ 표지를 보고 든 생각은 “본인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해서 노래를 하네.”였다.

세월호 추모 앨범 '4월'의 표지

깜짝 놀랐다. 목소리가 아니라 재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나와서. 곡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듣게 된 빅밴드의 음악은 도전적이었고 슬펐다. 이 CD에는 이 씨가 작·편곡한 여섯 곡의 작품을 직접 지휘 한 재즈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이 담겨 있었다. 재즈를 좋아하던 친구 따라 한때 드나들었던 블루노트가 떠올랐다.

세월호 참사의 비통함을 재즈 음악으로 작곡하고 촛불집회서 노래하는 이에 대한 급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을 조사하니 그녀에 대한 여러 기사와 블로그 글이 있었다. 한국서 '지요'로 활동하던 싱어송라이터. 버클리 음대서 재즈 작곡과 보컬 복수 전공. 동 대학 작곡부의 '듀크 엘링턴 어워드' 2년 연속 수상.

‘제2회 여성 작곡가를 위한 재즈 작곡 대회’ 아너러블 멘션. '빅밴드 프로젝트'기금 모금에 세계 각국의 네티즌이 제작비 후원. 맨해튼 음대서 재즈 작곡으로 석사 과정 중.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짐 맥닐리에 의해 “음악적 재능에 호기심, 상상력을 지닌 아티스트”라 평가받음. 버클리음대 원로 교수진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이루어진 앨범 '4월' 발표.

재능과 실력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과 흔적이 숨어 있었다. 그녀의 삶과 음악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그녀는 현재 서울 공연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에 있었다. 뇌리에 새겨졌던 촛불집회에서의 모습과 의미 있는 재즈곡을 작곡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이 겹쳐져 장거리 전화인터뷰를 제안했다.

한국 방문 이유는?

“작년 8월 한국에서 발매한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4월’이 지난 2월 24일에 아이튠스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유통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조율과 어머니의 환갑, 그리고 3월 10일 홍대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연주회를 지휘하기 위해 왔습니다.”

10일 공연을 소개한다면?

“세월호 사건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비극과 무고한 희생이 사라지길 염원하는 앨범 ‘4월’에 수록된 6곡과 이 앨범 발표이후 작곡한 2곡 등 총 8곡을 들려드릴 계획입니다. 기존의 오케스트라에 바이올린이 추가될 것이고요.”

앨범 ‘4월’은?

"버클리음대 교수이자 작곡가인 그레그 홉킨스와 함께 프로듀싱을 하고 버클리음대 교수 및 전문 연주자 20명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가 이 앨범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세계적인 음악가와 수많은 시민의 뜻이 모여 한 장의 추모 앨범을 만든 셈입니다."

기금으로 앨범을 제작했다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

“킥스타터라는 사이트에 프로젝트 펀딩으로 재즈 앨범을 제작하겠다고 올렸어요. $18,000을 예상하고 시작한 이 모금에는 2015년 7월 18일부터 8월 28일까지 40일간 186명의 후원자가 약 2만 달러를 지원했어요. 후원금은 10불 이상의 소액부터 2,500달러의 고액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어요. 미국 내 보스턴, 케임브리지, 퀸스, 엘에이, 브루클린 이외에도 서울, 토론토, 멜버른, 발렌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재능과 열정을 사랑하는 후원자의 성원이 답지했어요.”

미국에서 유통된 음반에 관한 반응은?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물론 다양한 매체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지요. 뉴욕시의 대표적인 대안 언론인 빌리지 보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씨는 한국 예술에서 극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인 ‘한’을 작품에 스며들게 했다”는 평을 받았어요. 미국뿐 아니라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도 반응이 있습니다.”

개인으로서 느끼는 일상적인 달로서의 4월과 앨범 ‘4월’은?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당시 폭탄이 터지는 생생한 소리를 제 아파트에서 들었어요. 다음 해 4월에는 온 국민을 절망으로 빠뜨렸던 세월호의 비극이 있었고요. 만물이 피어나고 소생하는 하는 계절 4월에 가슴 아픈 사건을 겪고서도 다시 꽃을 기다리고 아름다운 계절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앨범 ‘4월’을 제작했습니다.”

특히 애착이 가는 곡은?

“각각의 작품마다 스토리가 있고 의미가 달라서 다 특별해요. ‘깊고 푸른 바다(Deep Blue Sea)’와 ‘4월의 바람(April Wind)’은 예지적인 곡이고, 아픔과 비극을 담은 ‘세월호’는 사건 자체를 직접적으로 묘사해서 의미가 있어요.”

뉴욕 공연 계획은 ?

재즈 작곡가 이지혜 씨

“오는 4월에 1회 공연할 예정입니다. 오케스트라 인원이 많고, 대관료도 비싸서 구체적인 장소나 날짜, 시간이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4월에 공연할 것입니다. 사실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수익이 나기는 어려운 구조에요.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위의 도움을 받으려 합니다. 대관료의 일부 지원이나 홍보 쪽에 도움이 필요해요. 공식적인 기금모금이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후원자를 찾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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