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기도 안해 세월호에서 못 나왔다니..."
"부모가 기도 안해 세월호에서 못 나왔다니..."
  • 지유석
  • 승인 2017.03.07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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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고 문지성양 어머니 안명미씨의 고백 "세월호 문제 제발 해결됐으면"
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기독교부스에서 열린 사순절 기도회에서 단원고 2학년 고 문지성양의 어머니 안명미씨가 증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제가 본 교회의 모습은 '못 걷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1반 문지성양의 어머니 안명미씨의 고백이다. 안씨는 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아래 정평위, 위원장 남재영 목사) 주최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는 사순절 기도회'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털어 놓았다.

"전 정말 하나님 안에서만 산다고만 알았습니다. 전 4대째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대개 3대, 4대 정도 신앙생활하면 복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 말을 듣고 신앙 생활을 했습니다. 어느 날 우리 아이가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때 '설마 하나님은 우리 아이는 구해주실 거야', '그동안 하나님 열심히 섬겼잖아'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15일 만에 나왔습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팽목항에 마련된 기도실에 있었습니다. 새벽기도를 하는 버릇이 있어 새벽 일찍 일어나 기도실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왜, 왜 입니까?'라고 참 많이 물었습니다."

안씨는 문지성양의 주검을 수습하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안씨는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감사의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안씨는 다시 기도하러 기도원에 갔으나 그곳에서 크나 큰 상처를 입고 돌아왔다. 안씨의 말이다.

"설마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는데 돌아왔습니다. 아이를 수습했을 때 하나님께 '돌아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화가 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왜'라는 물음에 말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따지러 기도원에 올라갔는데, 거기서 상처만 받고 왔습니다. 기도원에서는 왜 왔는지 메모를 해달라고 해서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따지러 왔다'고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기도원 원장이 '부모가 기도를 안해서 못 나왔다'고 했습니다. 결국 상처만 받고 돌아왔습니다. 이후에 기도를 못하겠더군요."

일어날 줄 모르는 한국교회 

안씨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이 썩어있음을 목격했다. 그래서 거리로 나가 외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안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너희들 아픈 소리 좀 그만해, 듣고 싶지 않아'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곪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안씨는 이 와중에 한국교회의 민낯을 목격했다.

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기독교부스에서 열린 사순절 기도회에서 단원고 2학년 고 문지성양의 어머니 안명미씨가 증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저는 교회가 정말 정의로운 모습인 줄만 알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아파서 힘들어 하니까 분명 교회는 우리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 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교회의 모습은 '못 걷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와서 세월호를 외치는데 교회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전 제 부모로부터 좋은 신앙을 물려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교회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만 있는 게 과연 예수님이 원하는 모습일까?'는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정의로운 일에 앞장서야 할 교회가 우리 연약한 부모들이 내몰리게 그냥 내버려두고 있었습니다. 많은 말 중에 '빛이 되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교회가 빛이 되어주지 못한 것입니다."

안씨는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앞까지 행진한 뒤 간절히 외쳤다. 마침 이번 주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선고를 내리게 된다. 헌재 재판관들이 안씨의 간절한 외침에 귀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 지난 토요일 헌법재판소에 외치기 위해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전에는 그냥 잘 처리해 달라고만 외쳤습니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엔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늘에 대고 외쳤습니다. 

'하나님, 우리 아픕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주세요. 정말 하나님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내는 고통의 소리를 듣고 출애굽 시켜주신 것처럼 우리 세월호 문제를 해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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