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작곡가 이지혜 '시대의 아픔을 작곡하다'(하)
재즈 작곡가 이지혜 '시대의 아픔을 작곡하다'(하)
  • 서상희
  • 승인 2017.03.10 0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즈의 메카 뉴욕서 활동하고 싶어요"

제7차 뉴욕 뉴저지 촛불집회에서 노래하는 이지혜씨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마음가짐은?

“뉴욕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지금도 믿어요. 올바른 생각으로 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정의를 실현하는 자리에 함께하기 위해 1차 집회부터 참가했어요.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두 번째 집회부터 무대에서 노래하게 됐습니다.”

집회에 참여하면서 드는 생각은?

“우선 집회를 계획하고 실현하는 모든 분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다만 집회가 장년층에 집중된 듯 보여요. 좀 더 청년층을 결집하는 집회였으면 좋겠어요(이 인터뷰는 제8차 촛불집회에서 젊은이들이 진행한 ‘청춘당당’ 행사 이전에 진행되었다). 세대 간의 조화와 균형을 맞추고 능력과 재능 있는 사람이 많이 참여할 수 있으면 더 알찬 형태의 집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중요하니까요.”

음악을 한 계기는?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집에 있던 유일한 악기인 리코더로 코드를 바꿔서 만화 주제가를 불곤 했지요. 부모님이 주의 깊게 보셨다면 좀 더 일찍 음악을 만날 수 있었겠지만, 한동안 계기가 없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베이스 기타를 치던 친구를 만나서 음악에 입문했어요. 독학으로 화성학을 공부하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유학 온 이유는?

“유학 오기 전에 동덕여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홍대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일상의 삶은 만족스러웠지만, 음악적으로 무언가 갈급한 느낌, 어딘가에 다른 세계가 있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또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지배했어요. 저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어서 음악적으로 궁금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서 유학을 결심했어요.”

유학 생활은?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이 가득 찬 버클리는 정말 활기 넘치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재즈 오케스트라라는 아트 형태를 발견하고 무엇을 가장 사랑하는지를 알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곡은 계속 써왔지만, 연주곡이나 오케스트레이션은 버클리에서 시작했는데, 굉장히 빨리 발전할 수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버클리가 생동감 있고 다채롭고 세계 여러 곳의 아이들과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면 맨해튼 음대는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었어요. 클래식 작곡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 ”

계속 곡 작업을 하고 있는지?

“2018년도에 새 앨범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6곡은 이미 썼고 3~4곡을 더 작곡할 계획이에요. 이 앨범에 수록될 곡은 지난 곡과 아주 달라요. 보스턴과 뉴욕지역이 주는 영향인 것 같아요. 뉴욕이라는 풍토가 제 음악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어요. 개인적인 변화도 영향을 미쳤고요. 뉴욕에 처음 와서 친구도 없고 외롭고 그랬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번 곡은 어둡고 혼란스러워서 듣기가 어려울 듯해요. 뉴욕이라는 땅을, 뉴욕 자체를 묘사하고 표현했어요. 돌아보면 저 자신도 그런 시간을 보냈고요. 제 곡은 이 시대의 사람과 환경을 기록하는 것, 정직한 아름다움이랄까요? 곡의 주제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나타내는 마인드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어요.”

석사과정을 마치면 이후 계획은?

“유학생의 선택적 실습 훈련(Optional Practical Training), 즉 OPT로 1년의 기간이 있어요.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제게 영감을 주는, 재즈의 메카 뉴욕에서 활동 하고 싶어요."

블루 노트에서 공연을 생각해본 적은?

“유명 뮤지션들만 설 수 있는 메인 섹션은 범접할 수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든 재즈 뮤지션의 꿈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의 음악 환경에 대해 ?

"지금 세상은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상황이라서 음악도 특정 음악에만 노출되기 쉬워요. 우리에게 들려지고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지요. 자신만의 음악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불가능해서 생존권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언제나 에술가는 가난했고 목마름이 예술로서의 깊이를 더하지만요.

예술은 소통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고 지지해줄, 듣고 싶다고 계속해서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거대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예술 말고 좀 더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다양한 예술이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독점 지배의 세상에서 로컬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고, 자신의 색깔을 내는 아티스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길 바라요. 다양함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해야만 한다는 소명감으로 재즈 오케스트라를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가끔 합니다. 열정을 잃어버리면, 동기를 읽어버리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해요. 어려운 길에 조금의 응원과 관심이 있으면 힘을 내서 오래 음악을 하는 용기가 나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이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는가?

“모든 개인은 세상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믿어요. 예술가로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곡을 썼는데, 이처럼 음악과 음반이 삶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빵을 제조하는 사람은 빵 만드는 것으로,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신념에 따른 용기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겠지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케스트라는 적절한 수준의 초기 투자가 필요합니다. 재능 있는 한국인 작곡가가 뉴욕서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예술에 대한 가치를 보고 지원해주는 후원자가 나타나길 소망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