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되짚어보기] 이정미 권한대행의 고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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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유석
  • 승인 2017.03.15 14: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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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 감사한다’ 발언 의미…한 개인의 신앙으로 존중하자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고별사에서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발언은 기독교인들 사이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 CBS 보도화면 갈무리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늘 함께 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13일 퇴임한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남긴 퇴임사 마지막 문장이다. 이 전 권한대행이 퇴임하던 날 취재진들은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 주위로 몰려들었고, 퇴임식을 실황중계 했다. 이 전 권한대행이 박근혜 씨 파면이라는 역사적 판결을 내린 주역이었기에 신문·방송 등 미디어의 관심은 당연했다. 이런 이유로 이 전 권한대행이 남긴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말 역시 진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이 전 권한대행의 퇴임사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 사이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그의 돈독한 신앙을 칭찬하는 게시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이어 이 전 권한대행이 온누리교회에 출석해 왔고, 박근혜 씨 파면 결정을 위해 40일 동안 새벽기도에 나갔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권한대행의 신앙관이 어쨌다는 말인가? 이 전 권한대행이 신실한 기독교인이어서 박근혜 씨를 파면했던가? 

이 전 권한대행을 비롯한 8명의 재판관들은 만장일치로 박근혜 씨 파면 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 위반이다.  이 같은 판단은 기독교 신앙과 거리가 멀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을 뿐이다. 이 전 권한대행 스스로 퇴임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눈에 띠는 점은 이 전 권한대행이 출석하는 온누리교회에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낙마한 문창극 씨도 출석한다는 사실이다. 문 씨는 지난 1월 친박 단체의 박근혜 씨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어둠의 세력이 날뛰고, 망국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복음을 들고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같은 설교를 들을 두 사람이 왜 이렇게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는 걸까?

같은 물도 누가 마시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치는 간단하다. 같은 물을 마셔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된다. 기독교 신앙도 마찬가지다. 인종적 편견에 가득한 사람에게 성서는 끔찍한 인종주의를 ‘하나님의 뜻’으로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또 물신주의가 팽배한 한국교회에서는 권력과 물질적 성공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둔갑한다. 역의 경우도 성립한다. 영국 성공회 사제인 데이브 톰린슨은 자신의 책 <불량 크리스천>에서 이렇게 적었다. 

“솔직히 지난 수세기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고 참혹한 일을 저지르는 명분으로 성서 구절을 인용했다. 신의 저주를 받은 인종이라며 1,400년간 아프리카인들을 폄하하고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데도 성서를 이용했다. (중략) 그러나 다른 측면도 있다. 성서는 이 세상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개혁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4세기에 니사의 그레고리우스는 성서를 근거로 노예제도를 규탄했다. 19세기 윌리엄 윌버포스와 존 뉴턴 같은 이들이 노예무역의 폐지를 위해 싸우도록 근거를 제공한 것도 성서이다. 성서는 또한 가난과 불의에 맞서 싸우고, 남녀평등을 주장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전 권한대행과 문창극 씨가 판이한 행보를 보이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보다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속성이 - 인간의 관점으로 볼 때 - 때론 모순적으로 보인다. 즉, 하나님은 때론 한 인간에게 감당할 수 없는 축복을 내리는 반면, 끔찍한 살육이 횡행하는 현장에서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말이다. 엔도 슈사쿠는 자신의 작품 <침묵>에서 하느님께선 때론 참혹한 박해의 와중에 역설적으로 침묵으로 자신을 드러내심을 갈파했다. 

그러니 공개석상에서 나온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발언 하나 갖고 신앙인이라는 식의 말들은 지양하기 바란다. 이런 말들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또 역으로 이런 말은 황교안 현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도사이기에 그를 지도자로 세우자는 주장과 하등 다르지 않다. 한 마디로 저급하다는 말이다. 

이 전 권한대행의 발언은 그저 한 개인의 신앙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해하자. 

덧붙이는 글. 

이 전 권한대행의 고별사에서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대목은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말이 아니라, 한비자에서 인용한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는 글귀다. 

지유석 기자 / <NEWS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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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판관 2017-03-25 03:18:44
가증스런 것이 기독교인이라고,,,,, 감히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거리는가?
도데체 너같은 x이 믿는 하나님은 어떤 사꾸라 하나님인고?
저런 사악한 것이 다니는 교회 목사는 어떤 사이비 삯꾼인고?
이정미 너는 헌법 재판관이라는 것들이 과연 어떤 쓰레기들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가장 더럽고 위선적인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헌법제판관들이란 사실을
알게해 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