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성교회 대물림, 막는다고 막아질까?
기자수첩] 명성교회 대물림, 막는다고 막아질까?
  • 지유석
  • 승인 2017.03.1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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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세습 막는다고 공교회성 회복 보증하지 않아

명성교회 당회가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을 결정하면서 기독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실 김삼환 원로목사가 2015년 은퇴하면서 명성교회의 후계구도(?)는 교계는 물론 사회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대물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걸림돌은 교단법이었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은 지난 2014년 제99회기 총회에서 세습방지를 교단 헌법에 명시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1)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2)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혹은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틈새가 있었다. 99회 총회 당시 헌법개정위원회는 “해당 교회에서 이전에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목사 및 장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 조항은 표결 끝에 폐기됐다. 신앙 후손에게 무한대로 세습을 금지한 건 지나치다는 총대들의 반대가 부결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원로 목사가 은퇴 시점에 제3의 인물을 담임으로 지명했다가 다시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변칙세습이 가능해졌다. 결국 교단 총회 총대들의 이해관계가 변칙세습의 길을 열었고, 명성교회는 이 틈새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명성교회의 변칙세습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예장통합 산하 신학교 교수 78명은 15일 장로교신학대학교 홈페이지에 호소문을 올리고 변칙세습에 우려를 표시했다. 다음 날인 16일 오후 장신대 학생들은 김하나 목사의 강의 시간에 맞춰 피켓시위를 벌였다. 17일엔 장신대 신학대학원 신학과 학우회, 여학우회 목연과 학우회, 여학우회 등이 공동성명을 내고 “세습과 관련한 모든 행위들을 당장 중단하고 세습의도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변칙세습, '그라운드 제로'에서 출발하는 좋은 계기일수도 

이 대목에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함께 야속한 말을 해야겠다. 먼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위에 적은 세습 반발 움직임이 명성교회의 변칙 세습을 막을 수 있을까? <한겨레신문>은 16자 사설에서 “김삼환 목사는 현재 국외에 나가 19일 공동의회가 세습을 결정한 뒤인 23일에야 들어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원로목사가 은퇴 했지만 여전히 제왕적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변칙세습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만약, 예장통합 교단 안팎에서 견딜 수 없는 압력을 가해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을 걸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명성교회는 김 원로목사의 소유가 아니라 공교회로서 바로 설 것인가?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김 원로목사는 반대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교회 대물림을 관철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지유석 기자

사실 명성교회의 후계구도와 무관하게 공교회성 회복은 요원하다고 본다. 김 원로목사는 자신이 35년 동안 키운 교회를 자녀에게 물려주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교회 자체가 ‘돈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금란교회, 임마누엘 교회 등 명성교회 말고 세습을 완성한 교회들이 거의 예외 없이 원로목사의 카리스마가 강하고, 부유한 보수 대형 교회들이이었다. 말하자면 부를 대물림한다는 말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공교회란말이 무색하게 부와 권력에 찌들대로 찌든 상태다. 지난 박근혜 전 정권 동안 교회, 특히 보수 대형교회는 아픔 당한 이웃의 눈물은 철저히 외면하면서도 권력자의 마음은 세세하게 헤아렸다. 다른 사례를 들 것도 없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세월호 참사 직전인 2014년 3월 열린 국가조찬 기도회에서 박근혜 씨를 고레스에 빗대 찬양했다. 그런 김 원로목사가 한 달 남짓 지나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는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해 빈축을 샀다. 이런 교회가 담임목사를 김 원로목사와 무관한 사람을 세운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질까?

만약 명성교회 신도들이 세습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들고 일어나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이 교회 신도들 사이에 세습반대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이 교회 신도들은 김하나 목사를 원하는 것 같아 보인다.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의 페이스북에 자신을 명성교회 대학부에 가끔 출석한다고 소개한 어느 페이스북 유저가 의미심장한 댓글을 남겼다. 이 댓글에서 이 교회 분위기를 짐작해 본다. 

"1. 지금 명성교회는 최선을 다해서 담임목사 초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빙된 목사님들이 모두 관두십니다. 교회가 너무 커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담스럽다고 해서 그만둔거라고 하네요.

2. 또한 교인 다수가 김하나 목사님을 담임목사로 세우길 원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질문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세습"이란 것으로 김하나 목사님을 담임목사로 세우는것이 비판받아야 하는 건가요?"

한국교회의 현 상태로 보건데 고쳐 쓸 수준이 아니다. 차라리 이참에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완전히 ‘그라운드 제로’에서 시작하자는 말이다. 그래야 처음부터 차곡차곡 다시 주님의 몸된 교회를 쌓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교회 대물림에 반대해 행동에 나선 뜻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겐 참으로 미안하다. 그러나 중병 걸린 환자에게 반창고 하나 붙여주는 일 보다, 차라리 죽여야 할 암 덩어리는 확실히 죽이는 편이 회복의 단초가 되리라고 본다. 

명성교회의 대물림이 암 덩어리가 되버린 한국교회를 죽이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말이 너무 야속한가? 야속하다고 하기엔 한국교회의 병증이 너무나 심각하다. 글을 쓰고 보니 사망선고를 내리는 의사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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