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후기] “청와대 가서 모든 것 알아내고 말해주겠다”
기자회견 후기] “청와대 가서 모든 것 알아내고 말해주겠다”
  • 지유석
  • 승인 2017.03.18 0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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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질문에 당황하면서도 재치 있는 농담 건넸던 스칼렛 요한슨
17일 한국 찾은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출연진들. 왼쪽부터 마이클 피트, 스칼렛 요한슨, 줄리엣 비노쉬, 루퍼트 샌더스 감독. ⓒ 지유석 기자

기자회견의 묘미는 기자들의 돌발질문, 그리고 이에 답하는 회견자의 반응이다. 때론 우문현답이 나와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하고 또 때론 예기치 못한 거친 반응으로 좌중을 얼어붙게도 한다.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그랜드 볼룸에서 진행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방한 기자회견은 이 같은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던 자리였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넨털 서울에서 방한 기자회견을 가진 스칼렛 요한슨. 요한슨은 시종 일관 환한 미소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 지유석 기자

현장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해 10월 최순실 국정개입이라는 초대형 정치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다소 뜸했던 할리우드 스타의 방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또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블랙 위도우 / 나타샤 로마노프 역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배우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방한은 참으로 반가웠다. 요한슨 역시 “꼭 한 번 한국을 와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요한슨은 루퍼트 샌더스의 신작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홍보차 감독을 비롯해 줄리엣 비노쉬, 마이클 피트와 나란히 한국을 찾았다. 요한슨의 한국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견은 예의 감독의 연출의도, 배우의 준비 상황 등 ‘기초적인’ 질문이 오갔다. 질문은 역시 스칼렛 요한슨에게 집중됐다. 질의응답 중에 가장 인상적인 답변은 액션연기에 대한 것이었다. 요한슨은 <공각기동대>에서 강력 범죄, 테러를 진압하는 특수부대의 수장 메이저로 분해 액션연기를 펼친다. 그의 액션연기는 이미 마블의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익히 봐 왔다. 그런데 요한슨은 <공각기동대>의 연기가 마블의 블랙 위도우 캐릭터와는 결이 다름을 강조했다. 요한슨의 말이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넨털 서울에서 방한 기자회견을 가진 스칼렛 요한슨. 요한슨은 시종 일관 환한 미소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 지유석 기자

“블랙 위도우는 방어적으로 싸운다. 하지만 메이저는 훨씬 공격적, 전술적이다. 무기를 많이 사용하고, 팀과 함께 싸운다. 연기를 위해 로스앤젤레스, 뉴욕 경찰과 함께 훈련하며 자연스럽게 무기를 다루는 방식도 배웠다.”

회견 중 한국의 정치상황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 지점에서 잠깐 요한슨의 최근 활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한슨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미국 TV 오락프로그램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트럼프의 ‘이중성’을 꼬집은 바 있었다. 이에 앞서 1월 워싱턴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열린  ‘여성 행진’(Women’s March)에 참석해 트럼프를 향해 “모든 여성을 지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취재진의 질문은 요한슨의 활발한 정치활동을 염두에 둔 셈이다. 

이 같은 질문에 요한슨은 다소 불편해하는 듯 보였다. 요한슨은 “저까지 한국 정치 쪽으로 끌고 들어가시면 좀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이) 탄핵 당한 것을 뉴스에서 들었다. 미국도 복잡한 상황인 것 같다”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도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이 나와 좌중을 즐겁게 했다. 

요한슨은 <공각기동대>에서 투명수트를 입고 활약한다. 이를 두고 한 취재진은 “현실에서 투명 수트를 입으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요한슨의 답변은 이랬다. 

“아마 청와대에 들어가서 모든 것을 알아낸 다음에 탄핵에 관해 답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넨털 서울에서 방한 기자회견을 가진 스칼렛 요한슨. 요한슨은 시종 일관 환한 미소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 지유석 기자

요한슨은 답변을 하면서 소녀 처럼 웃었다. 웃는 모습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캡틴 아메리카 / 스티브 로저스에게 약간 썰렁한 농담을 던지는 로마노프 요원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 정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재치 있는 답변을 던지는 요한슨을 보면서 무척 즐거웠다. 기자회견을 통해 즐거운 기분을 갖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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