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박동규, 강병철 들에게
세상의 많은 박동규, 강병철 들에게
  • 서상희
  • 승인 2017.03.18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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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로 인해 세상은 살만하다
광화문 촛불승리 축하 현장에 걸린 현수막(신혜경 씨 제공)

기자로서의 장점을 굳이 꼽자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좀 더 정이 가거나, 신뢰가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박동규 변호사(기사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과 한인 사회 대처법’ 참조). 몇 번 만나고 인터뷰할 때는 잘 몰랐다. 그저 실력 좋고 인성도 좋은 변호사라는 표면적인 것 이외에는. 그의 진심을 보게 된 것은 뉴욕 교협이 주최하는 기자회견장에서이다.

뉴욕 교협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항하는 대책위를 구성하고, 서류 미비자의 아픔에 동참하는 이민자 보호 교회 운동을 시작한다고 알리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이 운동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한 명씩 밝히고 있었다.

박 변호사의 차례가 됐다. 그는 변호사답게, 자료를 인용하면서 논리정연하게 말했다. “이민자 보호 교회 운동을 시작하는 교회에 정말 감사하다는…….” 갑자기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진심을 대면한 순간이다. 그는 이민 전문 변호사로서, 또 인권 변호사로서, 그동안 만났던 이웃의 고통과 아픔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해결할 수 없어 그저 껴안고 울 수밖에 없던 이도 있었을 것이고, 이민법의 복잡한 절차를 무사히 통과한 후 기쁨의 순간을 함께 나눴던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는 타인의 아픔에 깊게 공감하는 변호사이다.

강병철 원장(기사 ‘삶의 갈림길에서 하나님을 따르다’ 참조). 인터뷰하면서 느낀 그의 인상은 참 담백하고 솔직하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한 곳에 흥미를 느끼면 완전정복(?)할 때까지 끝을 봐야 하는 지구력이 있고 굉장히 학구적이라 세상을 만나기 전 언제나 책을 먼저 펼쳐 읽는다. 신념과 사상을 확립하고 실천하는, 그래서 이웃의 아픔과 어려움을 나누는 전형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한때 그의 진심이 왜곡된 채, 뉴욕 한인사회에 퍼져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한다. 호사가들의 입방아는 언제나 그렇듯이 사그라졌지만, 그가 받은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듯하다. 그 일이 벌어졌을 당시 뉴욕에 없었던 나로서는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오해가 있었고, 그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지만, 그가 구태여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문은 발이 달려 있어 멀리 퍼지고, 퍼지면서 부풀려진다. 그에게서 시작된 단순한 해프닝이 악의에 찬 유포자를 만나 왜곡 전파된 불행한 사건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헤쳐 나갔다.

세상이 어지럽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언제나 어지러웠다.

미국의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 스트릿 저널 등 러시아 스캔들을 다룬 신문사의 뉴스는 모두 가짜 뉴스라고 천명했다. 한국의 전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담아낸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그의 지지자에게 호소했다. 이들에게서 보통 시민의 서러움을 공감하는 능력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우리가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그나마 안도의 숨을 작게라도 내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아픔을 나누는, 마음 따뜻한 이웃이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많은 박동규, 강병철 들에게 힘찬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그들로 인해 세상은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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