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되짚어보기] 군복무와 안보관 사이
뉴스되짚어보기] 군복무와 안보관 사이
  • 지유석
  • 승인 2017.03.22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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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 논란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군 복무 중 표창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 SBS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 20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군 복무 중 표창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문 전 대표는 KBS 주최로 열린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자신이 특전사 복무 시절 사진을 꺼내 보이며 이 같이 발언했다. 

“저는 특전사 공수부대 시절 주특기가 폭파병이었다. 12·12 군사 반란 때 반란군을 막다가 총 맞아서 참 군인의 초상이 된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최우수상을 받았고, 나중에 제1공수여단 여단장인 전두환 장군으로부터도 표창받았다.”

이 발언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5.18단체들도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성토했다. 그런데 사실은 이렇다. 문 후보가 제1공수여단장으로부터 화생방 최우수 표창을 받은 건 1975년 12월로, 전두환 씨가 12·12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기 4년쯤 전이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은 하나의 노림수였다고 본다. 즉 보수 진영에서 흘러 나오는 안보불신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라는 말이다. 

이 같은 계산은 한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그 시사점이란 문 전 대표가 군복무와 안보관을 함께 놓는 한국 정치판에 만연한 사고방식의 그늘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군복무 안했다고 안보관이 의심스러울까? 

한반도가 처한 안보현실은 구태여 군복무를 하지 않아도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 혹은 남북 분단사만 잘 공부해도 금방 인식한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이정식 명예교수의 글, 그리고 <워싱턴포스트>지 특파원을 지낸 돈 오버도퍼와 셀릭 해리슨이 각각 쓴 <두 개의 한국>, <코리아 엔드게임>은 안보관 형성에 큰 도움을 주는 저작들이다. 

또 하나 우리나라, 특히 보수층에서 자주 입에 올리는 안보관은 사실상 북한에 대한 적개심 고취의 다른 말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군복무 여부를 떠나 정치인들이 한반도 및 주변정세에 대해 공부를 게을리한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담마진이란 희귀 질환으로 군 복무를 면탈했다. 그런 황 대행이 뜬금없이 군부대를 방문해 건빵맛이 여전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사실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장성 출신인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발언을 들어보면 지금 한미 양국이 속도를 내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어떤 무기 체계인지, 왜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서두르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2016년 7월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뤄진 정의당 김종대 의원과의 질의응답은 한 장관의 무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당시 대화내용이다. 

김종대 : "이 사드가 주한미군이 단독으로 통제하는 무기인지, 아니면 한미일의 연합작전을 위한 무기인지, 요격의 명령권자가 주한미군 사령관인지 태평양사령관인지 미 전략사령관인지 누군지 모르겠단 말이에요 우리는."
한민구 : "그건 뭐 국방위에서는 김 의원님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질문을 안 하셨는데... 에... 미사일의 요격은 북한이 미사일 기지로부터 우리 수도권, 또는 중부권, 남부권으로 미사일 공격을 한다면 4분 내지 8분 내에 결심을 하고 요격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주 정밀한 그런 아... 이... 작전운용 절차가 개발돼 있고, 수시로 그런 것들을 연습을 하고, 그 범위 내에서 요격을 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니까 평시작전권은 한국 합참의장이 행사하는 것이니까 한국군이 주도하고, 주한미군의 전력이 지원하는 그런 개념으로 운용이 되도록 되어있는 것입..."
김종대 : "그러니까 사드는요?"
한민구 : "사드도 마찬가지죠."
김종대 : "아니 그러니까. 자, 한반도 유사시에 이 사드를 작전통제하는 최종 명령권자가 누굽니까?"
한민구 : "(그러니까 사드... 사드의... 주한미군이라고 하는 것은 주한미군사령관, 그 외 태평양사령관, 미 국방부 장관. 이 업무... 그 지휘하에 있는 것이죠. 그러나 한반도 전구 내에서의 운용이라고 하는 것은 주한미군사령관 이하에 7공군 사령관이 항공우주 작전을 전담 하니까, 7공군사령관과 우리 공군작전사령관이 협조해서 그... 무기를 운용하는 것입니다."
김종대 : "아니 사드는 미 육군이 운용하는 무긴데 왜 한국에선 공군이 작전을 운용합니까?"
한민구 : "그러니까 방공작전을, 방공작전을... 표적을 탐지하고 식별하고 요격명령을 내리는 것은 방공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

사드는 미중 대결구도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과 군사적 대치전선 구축에 남다른 공을 들여왔다. 미국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드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음도 이런 맥락이다. 이와 관련, <시사iN>은 미국이 한국을 미중 대결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고자 사드배치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한 장관은 대정부 질문뿐만 아니라 모든 공개석상에서 단 한 번도 배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 적이 없었다. 

야권 대선주자들이라고 예외일까? 현 상황에서 제일의 안보현안은 사드배치다. 배치 예정지인 성주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중국은 한국에 연일 강도를 높이며 보복을 가하는 와중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후보는 없다. 이재명 성남시장 정도만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수준일 뿐이다. 반대 논리에서 한반도 및 주변정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군복무와 안보관을 등치시키는 논리는 사실 근거는 약하지만 우리 정치판을 지배하는 강력한 신화다. 현재 한반도가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고, 대한민국의 경우 국민개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선출직 공무원에 출마하는 후보의 군복무 면탈 여부는 어디까지나 도덕적 측면에서 비판 받아야 할 사안에 그친다. 

차제에 군복무 보다 한반도와 남북관계, 그리고 주변정세에 깊이 있는 이해가 바로 안보관임을 기억하고 어느 후보가 깊은 식견을 지녔는지 세세히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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