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처음 온 사람도 알 수 있는 언어 사용하자"
"교회 처음 온 사람도 알 수 있는 언어 사용하자"
  • 이계윤
  • 승인 2008.04.11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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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종교 색깔 짙은 의사소통 방식 벗어나야

교회의 유일한 사명은 선교다. 선교는 불신의 땅을 신실의 땅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선교는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것이다. 선교는 불변의 진리를 가지고 변화하는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선교는 불가능을 가능의 세계로 만들되, 하나님의 뜻이 구현되는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교회는 누구를 향해 선포하고 있는가. 누구와 의사소통하기를 원하는가. 누구와 만나기를 원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올바르게 대답하기 위해 교회는 선교의 사명에 대한 구체적인 의지와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교회는 예배를 드리러 온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한다. 예배를 드리러 온 사람 중에는 교회에 다닌 지 10년 이상 된 사람도 있고 처음 온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교회에서 선포된 메시지는 처음 발걸음을 옮긴 사람에게 낯설기가 한이 없다. 말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하는 예배 시간이 그에게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메시지의 내용을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낯선 언어로 들려오기에 힘든 것이다.

종교 색깔 짙은 의사소통 방식 벗어나야

우리는 여기에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사용했던 언어는 종교적인 용어였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용어였나.

예수님은 종교적으로 채색된 언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주로 만났던 사람은 당시의 종교 지도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세리·어부·농부·장애인·여성·아동·사마리아 사람 등 대부분이 필부필부(匹夫匹婦)였다. 이들과의 대화에서 예수님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그들이 이해하는 사고방식,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맞는 용어를 사용했다. 예수님은 천국 복음을 전할 때에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와 비유를 사용하셨고, 일상 언어를 사용하시면서도 하늘의 복음을 충분히 전하셨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이 교회에 들어오면서 종교 용어로 탈바꿈했다.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가 아니라 특정 계층, 특정 부류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전환됐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난해하고 어려운 용어로 설명하되, 마치 신비로운 내용을 담은 말씀인 것처럼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종교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뜻을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까. 그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그는 세상의 언어, 일상 언어로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그럴 수 없다면, 그는 그러한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되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오늘 우리 목회자는 어느 편에 속하는가.

예수님은 일상 언어로도 하늘의 복음 전하셨다

교회는 선교하는 공동체다. 선교하기 위해서는 교회에 처음 온 사람도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을 통해 '오늘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일상 언어·세상의 언어로 하나님나라의 복음이 선포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교회 안에는 세상 대학에서 공부하는 젊은이도 많다. 자연과학·사회과학·역사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할 뿐 아니라 심리학 등 성경적인 관점과 다른 관점으로 인간을 다루는 학문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경영학 등 실제 생활과 밀접한 학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뿐인가. 초등학교 과정도 나오지 않는 사람과 기본적인 언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지적 장애인'도 있다. 모든 사람이 말씀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면 목회자는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종교 용어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사람은 6일간 사회 속에서 일반 사회 사람과 함께 지낸다. 그들과 사용하는 언어는 일상 언어다. 교회에 처음 온 사람뿐만 아니라 대부분 교인도 그렇게 말을 한다. 따지고 보면 목회자만 신학교에서 연마한 종교 언어를 사용할 뿐이다. 교회가 종교 언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목회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목회자나 신학자가 거듭나야 한다. 일반 사람들을 종교 언어에 익숙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목회자가 예수님처럼 일상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것이 성육신(Incarnation)이다.

세상에 있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나아오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면 된다. 기존 의사소통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실제적인 그리고 구체적인 언어로 하늘의 비밀,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가 될 때, 선교하는 지체가 될 것이다.

이계윤 목사 / 동빙고교회 협동목사·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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