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에 맞춰 개신교의 민낯을 재조명하다
세월호 인양에 맞춰 개신교의 민낯을 재조명하다
  • 지유석
  • 승인 2017.03.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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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하는 이웃 외면하고, 정권 심기 먼저 챙긴 목사들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앞 해역에서 인양된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올려진 뒤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출처 = 오마이뉴스

종교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약자를 돌보는 일이다. 여기서 약자란 말 그대로 힘없는 이들을 말한다. 대물림 되는 가난 때문에 매일 같이 먹을거리 걱정하는 이들이나 신체에 장애가 있어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이 약자에 속한다. 또 거대 권력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이들, 그리고 피부색이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이들 역시 약자다. 

시야를 우리나라 개신교로 한정해 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권력을 휘두르던 지난 3년 8개월의 시간 동안 약자들은 홀대 받기 일쑤였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약자 중의 약자의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개신교는 약자의 아픔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유가족 가운데 한 분인 안명미 씨가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는 사순절 기도회’에서 한 고백은 한국 개신교 교회의 민낯을 폭로한다. 

“저는 교회가 정말 정의로운 모습인 줄만 알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아파서 힘들어 하니까 분명 교회는 우리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 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교회의 모습은 '못 걷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와서 세월호를 외치는데 교회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새삼 개신교계가 참사를 대한 태도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지난 23일 세월호가 마침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 당한 이후 13일만에 인양이 이뤄진 인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참사를 은폐,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당시 정부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 극우단체를 동원해 유가족을 탄압한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한편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기상 등의 이유를 들어 세월호 인양을 차일피일 미뤘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이뤄진 세월호 인양은 결국 세월호 진상규명을 막았던 주체가 박 전 대통령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세월호 은폐를 종교의 이름으로 거들다 

개신교계는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축소, 은폐를 거든 한 축이었다. 첫 신호탄은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불거졌다. 당시 공동부회장이던 조광작 목사는 참사 직후인 20일 열린 긴급 임원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들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면서 지나갔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를 못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 흘릴 때 함께 흘리지 않은 사람은 백정이나 용공분자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 목사의 발언은 여러모로 예언자적이다. 조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정부 책임론으로 번질 것을 내다봤고, 일찌감치 박 전 대통령과 맞서는 이들을 ‘용공분자’로 낙인찍었으니 말이다. 실제 정부는 세월호 관련 문제제기 자체를 불온시했고, 경우에 따라선 ‘종북’으로 덧칠했다. 

조 목사는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너무 생각이 짧았고 물의를 일으켜 또 다시 유족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공동부회장직도 사임했다. 그런데 <미디어오늘>은 18일 자에서 조 목사가 올해 같은 요직으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이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2014년 5월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세월호를-기자 주)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고 해 다시 한 번 공분을 샀다. 

이후 많은 목회자들이 조광작, 김삼환 목사처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꺼려했다. 안산 화정교회를 담임하는 박인환 목사는 2015년 6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참고로 박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교회는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출석하는 교회이기도 하다. 이에 박 목사는 거리 시위에 참여하는 한편, 가는 곳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지를 들고 다니며 서명을 받았다. 

“사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목사는 10명 가운데 2~3명에 불과하다. 그보다 ‘이젠 그만하자,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목사가 더 많다. 서명 받으러 다니면서 목사와 장로가 ‘왜 국가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하냐’고 말하는 걸 들었다. 이런 생각은 전체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만약 강남 지역의 이른바 고관대작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세월호 때처럼 수수방관했을까? 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나는 우리 사회가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내부단속도 치밀하게 이뤄졌다.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강사나 찬양 사역자가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아니면 광화문 광장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집회나 강연이 취소되고 강연 동영상이 삭제되는 식의 처분을 당했다. 단문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에서는 “노란 리본은 주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사용하면 안 된다. 노란 리본 사용은 우상숭배이고 사탄에게 미혹되는 것”는 식의 메시지가 유포됐다. 3.1절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탄핵반대집회에 성도들을 동원한 은혜외진리교회 조용목 목사는 교회 출석 성도가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해당 성도를 출교조치했다. 

위에 적은 모든 일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벌어졌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하고 병든 자, 권력에 억압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당시의 종교 권력자에 맞섰다. 예수의 생애에 비추어 본다면 세월호 참사에 보인 개신교계의 태도는 반역에 가까웠다. 

부활절과 겹치는 세월호 3주기, 그러나 교회는 무관심 일관

올해는 공교롭게도 부활절이 세월호 참사 발생 3주년과 겹친다. 그러나 개신교계는 여전히 세월호에 미온적인 모습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대신·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60여 개 교단은 부활절이자 세월호 3주기인 4월16일에 연합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그런데 장소가 명성교회다.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측은 “이번 연합예배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말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세월호 망언을 한 김삼환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명성교회를 연합예배 장소로 정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시 언급하면 한국 개신교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외면하고, 철저히 정권의 의중을 먼저 생각했다. 이는 한경직 등 당시 개신교계 유력 목회자들이 광주민주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직후인 1980년 8월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고 전두환 씨를 축복한 일에 비견할만한 행태다. 

세월호는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동시에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했던 박 전 대통령에겐 사법처리가 임박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와 더불어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진실은폐의 장본인을 떠받들었던 한국 개신교 역시 역사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개신교계의 과오를 잊지말자는 취지에서 세월호 관련 목회자들의 망언을 아래 정리해 놓는다. 개신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유가족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 

“여러분 아시지만 한국은요. 이번에 정몽준씨 아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미개하다'고 했잖아요. 사실 잘못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거든요.” -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세월호 사고 난 건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하더라. 추도식 한다고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야. 왜? 이용할 재료가 생겼다고. 아니 추도식은 집구석에서 슬픔으로 돌아가신 고인들에게 해야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란 피우라고 그랬어? … (중략) … 이게 국민 수준이냐는 말이야.” -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슬픔을 당할 때 그 슬픔에 동참하는 것,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단체든 우상이 되는 것을 금해야 한다. 세월호 유족들이 슬픔을 당했기 때문에 그분들의 모든 것이 ‘언터처블(untouchable, 건드릴 수 없는)', 아무도 터치할 수 없는 우상이 된다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 백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진상조사는 정부에 맡기자.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 맡기자, 책임자 처벌은 사법부에 맡기자, 진도 체육관에서 나오고 팽목항에서도 나오고 단식 농성장에서도 서명 받는 것에서도 나와 달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희생자 가족이 아니라 희망의 가족이 돼 달라.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참사 피해자가 아니라, 안전의 책임자가 돼달라.” -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

*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되기 직전 최성규 목사를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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