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에서 느낀 미국의 총기 문화
메트로폴리탄에서 느낀 미국의 총기 문화
  • 지유석
  • 승인 2017.03.29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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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변천사 버젓이 전시... 미국 사회를 되돌아보다

'미국 문화' 하면 어떤 것들이 얼른 떠오르시나요? 팝 음악, 맥도널드 햄버거, 코카 콜라,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NBA 농구? 모두 맞다고 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미국 문화를 이루는 핵심 요소들일 것입니다. 전 여기에 중요한 한 가지를 끼워 넣고 싶습니다. 바로 '총'입니다. 총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 지유석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된 램브란트의 자화상 ⓒ 지유석

현지시간으로 27일 오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밖에서는 잘 몰랐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서 소장품을 보고 있노라니 소장품의 규모는 실로 엄청났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램브란트와 루벤스의 작품을 보고 싶어 찾았고, 램브란트의 자화상을 감상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1층 전시관 한 쪽 켠에 구식 리볼버 권총이 전시돼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은 무기 회사를 세우고 리볼버 권총을 보급한 사업가인 새뮤얼 콜트(1814~1862)가 1853년 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 새뮤얼 콜트가 1853년 제작해 니콜라이 1세 러시아 황제에게 선물했다는 리볼버 권총 ⓒ 지유석
▲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 새뮤얼 콜트가 1853년 제작해 니콜라이 1세 러시아 황제에게 선물했다는 리볼버 권총 ⓒ 지유석

"콜트는 1854년 유럽으로 갈 때 금으로 장식한 리볼버 권총 세 정을 가져갔다. 여기에 전시 된 것은 그 중 하나다. 콜트가 유럽으로 간 해는 크리미아 전쟁이 발발한 해였다. 러시아는 터키와 터키의 동맹국인 영국, 프랑스와 전쟁을 벌였다. 이때 콜트는 양쪽 모두에게 무기를 판매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였다. 콜트는 1854년 11월 세 정의 리볼버 권총을 니콜라이 1세 황제에게 선물했다."

콜트의 리볼버 권총에 얽힌 일화를 접하면서 새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취했던 행태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미국은 영국과 독일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양측을 상대로 암암리에 무기를 팔아 이득을 챙겼습니다. 이런 이중적 행태가 이미 19세기에 벌어졌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아예 전시실 하나가 총기 전시장으로 마련돼 있었습니다. 전시실엔 콜트의 권총을 시작으로 미국은 물론, 독일, 스페인이 사용했던 총기가 연대기 별로 분류돼 전시가 돼 있었습니다. 전시된 총기들을 보면서 '미국이란 나라는 총과 떼어서 이해할 수 없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엔 총기의 변천사를 전시한 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다. ⓒ 지유석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엔 총기의 변천사를 전시한 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다. ⓒ 지유석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중세 기사들의 갑옷을 전시해 놓고 있다. ⓒ 지유석

총기, 미국 사회의 해묵은 논란거리 

실제 총기는 미국 사회의 해묵은 논란거리입니다. 2~3년을 주기로 총기사고가 발생해 인명이 희생되고, 그때마다 총기소지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전미총기협회(NRA)는 막강한 로비력을 동원해 이 같은 목소리를 잠재웁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총기 소지를 천부적 권리로 인식하는 미국인들이 상당수여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총기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미국은 세계 도처에 군대와 전쟁무기들을 배치해 두고 수시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탄핵과 특검으로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라는 전쟁도구를 들이려 합니다. 앞서 적은 일들은 반항적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이클 무어의 2002년작 <볼링 포 콜롬바인>을 보면 이해하기 훨씬 쉽습니다.

'고작' 미술관에 전시된 총기 몇 점 본 것 가지고 과민반응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적었듯 총기는 미국 사회와 떼어 놓고 볼 수 없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총기를 버젓이 전시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몇이나 되는지 말입니다. 전 학창시절 배낭여행을 통해 런던의 영국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등을 방문해 봤는데, 메트로폴리탄처럼 따로 전시실을 마련해 총기를 전시한 광경은 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총으로 흥한 자, 총으로 망한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이제 미국이 '총', 즉 군사전략보다 평화적 공존을 먼저 생각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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