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무섭지? 사람이 무섭나?
돈이 무섭지? 사람이 무섭나?
  • 지성수
  • 승인 2017.03.3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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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어느 시골 마을에서 동네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다.

안 씨가 하는 말에 대하여 문 씨가 “이런 뜻이냐?”라고 묻자

안 씨가 “내 말은 그런 게 아녀~. ”라고 했다.

또 다시 묻자 “아! 참, 답답하네잉~그런 뜻이 아니라는디~”

그래서 이번에는 “그럼 저런 뜻이냐?”고 물으니

"아! 그걸 꼭 그렇게만 받아들이면 쓰나~" 라고 했다.

.안희정의 말버릇을 보고 오랜만에 어려워서 포기했던 언어분석철학자 비트켄슈타인의 ‘철학적 탐구’를 다시 폈다.  잠언처럼 되어 있는 글 88절에 이런 글이 있었다.

“부정확하다”는 실제로는 하나의 비난이며, “정확하다”는 하나의 칭찬이다. 그리고 이것이 뜻하는 바는 부정확한 것은 더 정확한 것만큼 완전하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때로는 일부러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작금의 사드 문제에 대하여 문재인이 취하는 태도이다. 유권자 편에는 사드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구태어 “반대한다”고 해서 찬성하는 사람의 표를 잃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넘겨 버린다. 그러나 정치인의 언어가 처음부터 무슨 뜻인지 아리송하여 애매모호하다면 문제가 다르다.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읽는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바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것이다.

정치판에서는 에둘러 말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특히 사방이 지뢰밭인 정치판에서는 에둘러 말하는 방법 즉 은유적 방법이 실제로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더 파괴적인 힘을 발휘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예가 소위 말하는 ‘프레임’이다.

우리는 언론매체를 통해서 “프레임에 갇혔다.” 혹은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와 같은 표현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즉 생각의 패턴이 프레임에 의해‘선택되고 가공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치에서는 각 정치 세력들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일관되고 전략적인 프레임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특별히 선거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프레임을 들고 나오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보아야 한다. 재미 있는 것은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층에서는 들고 나올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즉 장사꾼이 장이 섰으니 장터에 나왔는데 좌판에 아무 것도 없이 앉아 있는 꼴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좌판에 깔린 게 너무 많아 손님이 무엇을 골라야 할지 어지러운 지경이다. 그 중에 제일 물건이 혼란스러운 것이 안희정이다. 손님을 부르는 소리는 멋 떨어진데 도대체 무슨 물건을 파는 것인지 정작 알기가 힘든 것이다. 안희정은 어떤 프레임에도 걸리지 않으려고 이 소리 저 소리 하다 보니 스스로 만든 애매모호라는 프레임에 걸리고 말았다.

상황에 대한 예리한 판단은 언제나 필요하다. 더욱이 경쟁 상태일 때는. 그러나 그 판단이 균형을 잃은 것을 될 때는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 올 수 있다. 상대방을 비판 할 때 정당하지 못하면 억지가 된다. 그러나 때로는 “억지가 사촌보다 났다.”는 속담처럼 나름대로 효과가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비판이 균형을 잃었을 때는 치사하고 유치하고 옹졸함을 면치 못해서 비판한 사람이 고스란히 뒤집어 쓰게 된다. 안희정이 문재인의 ‘전두환의 부대장 표창’을 비판했던 해프닝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박정희의 516 군사반란으로 시작된 현대사의 괴기한 역사는 드디어 그의 딸 시대에 이르러 막이 내려지는 것 같다. 그러나 공식적인 막은 내려지지만 막 뒤에서는 아직도 연극이 진행 중이다.

박근혜가 자격도 능력도 없다는 걸 다 알면서도 수구파가 대통령을 시킨 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성향상 바지 사장 역할에 만족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박근혜가 저 정도로 꼴통이라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또 하나는 박근혜, 최순실 Money-sisters가 그렇게 돈이 많은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기야 신이 아니면 누가 알았겠는가?

국민들의 자신을 둘러싼 분노와 의혹에도 그녀가 거듭 사심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며 억울해 하는 이유는 그녀 자신에게는 돈은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 국민들 중에는 18년간 철권 통치를 해온 독재자가 재산을 전혀 남기지 않고 죽었다고 믿는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독재자는 없다.

자매 지간에 원수가 된 육영재단 운영권 분쟁 이후에 만나주지도 않는 언니 근혜를 얼굴이 엄마같이 보이는 동생 근령이 감싸고 도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핏줄 때문이 아니라 결국 근혜에게는 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육영재단 분쟁 때 갑자기 지만이 힘 없는 동생 근령을 버리고 강자인 근혜에게 붙은 원인도 근혜가 아버지가 숨겨둔 돈을 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돈에 대하여 자식들이 모두 권리가 있지만 결국 어째든 돈을 쥐고 있는 것은 근혜이니까.

한국 정국의 상황은 촛불 민중과 천문학적인 액수로 돈을 가진 꼴통과 대결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수기득권 세력은 손을 쓸 수가 없는 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로서는 일단 싸움이 끝나는 것을 관전하고서 다음 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각제 개헌인 것이다. 내가 사는 호주는 내각제이다.  내각제는 호주처럼 정치인들의 24 시간이 훤히 보이는 사회 누가 누구와 커피를 마시고 커피 값은 누가 내고, 치사하게 공금으로 국내여행 비행기 티켓을 샀다고 해서 다음날 장관이 사표를 내고 하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안타깝지만 아직도 정권유착의 끈끈한 정이 오고 가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한국은 아직 대통령 한번 정신 똑바로 차린 인간이 들어서서 도둑질 안하고 제대로 하는 법이라도 보여주어야 하는 나라인 형편이다.

지성수 논설위원(호주) / <NEWS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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