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 참여기
제19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 참여기
  • 서상희
  • 승인 2017.04.04 0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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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공정, 정의가 통하는 민주 사회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문재인 후보

민주당 재외국민 경선에 참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거권이 없는 나는 어머니(이하 엄마로 쓴다.)의 재외국민 선거인단 신청 전 과정을 대리했고,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도와드렸다.

그 복잡하고 지난했던 과정을 공개한다.

3월 18일(토) 민주당 재외국민선거인단 등록. 선거인단 등록이 얼마나 어려운지 토로하는 많은 사연이 여러 사이트에 올라왔다. 혹자는 중앙선관위에 재외선거인으로 등록하는 것부터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고, 누군가는 영구명부와 여권 등 필요 서류의 첨부가 안 돼서 곤욕을 치렀다는 등, 사연도 다양했다.

다행히 엄마는 정치에 관심 많은 자식을 둔 덕분에 2012년 총선 때 이미 유권자 등록을 하신 상태여서 중앙선관위 부분은 생략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엄마의 정치 성향을 물려받은 건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1937년 생으로(호적은 1938년), 그동안 무수한 선거를 치르셨지만 1989년 이민 오실 때까지 단 한 번도 찍은 후보가 당선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셨다.

1960년 3·15 부정 선거 당시, 동네 사람 모두에게 자유당 완장을 주면서 차고 투표하도록 했단다. 엄마는 차마 완장을 차지는 못하고 손에 들고서, 장면 민주당 부통령 후보 이름에 기표하자, 기표소 안에 숨어 있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투표용지를 훼손하고, 무효표로 만들었다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를 전설처럼 하시는 분이시니.

부모와 정치적 견해가 비슷한 것만 해도 축복이라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어쨌든, 잔뜩 긴장한 상태로 선거 사이트에 들어가 재외국민선거인단 등록을 하고, 민주당으로부터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를 위한 선거인단 인증’ 이메일을 받고, 미리 찍어 놓았던 영구명부와 여권 사진을 첨부해서 올렸다. 너무 허무하게도 몇 분 만에 간단히 끝나버렸다.

더불어 민주당 선거인단 인증 이메일

21일(화) ‘선거인단 명단 확인 및 수정 안내’ 이메일을 받고 확인하려니 그런 사람이 없다는 표시만 뜬다. 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분명 등록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여러 번 시도했지만, 명단을 확인할 수 없어, 결국 민주당 국제국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했다. 이름과 이메일 확인이 안 된다고, 어떻게 가능하냐고. 분명, 아주 많은 나라에서 아주 많은 재외국민으로부터 시달린 느낌이 분명한 직원은 이름을 재차 묻고, 그런 사람 없다며 정말 등록한 것이 맞는지 물어본다. 마치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설명했다. 등록했고, 인증 메일 받아, 첨부 서류 올렸고, 등록됐다는 메시지 확인했다고.

한참을 고민하던 그 직원은 이메일 주소를 물어본다. 이메일로 확인한 결과 엄마 성이 박이 아닌 빅으로 되어있었다. 아이고, 나의 실수였다. 변명하자면, 엄마의 컴퓨터 본체는 대형 TV에 연결돼 있는데, 자판과 TV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빅이나 박이나 같아 보인다. 이름 수정은 불가능하다고, 앞으로 빅으로 진행하란다. 결국 빅으로 들어가 명단을 확인했다.

다음날 국제국으로부터 뜻밖의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빅을 박으로 변경했으니, 원래 성으로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편지였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고맙다는 답장에 감사하다는 재답장도 받았다. (혹시 기자임을 알린 것 아니냐고, 궁금해할 이들을 위해, 말해둔다. 밝히지 않았다.)

29일(수) 보안 번호와 각 후보의 선거 관련 홍보물이 연달아 왔다. 아니다. 보안번호 메일은 본 우편함이 아니라 선전함에 들어있었다. (도대체 왜?)

보안 번호가 들어 있는 선거인단 이메일

한국 시각 4월 2일(일) 오후 6시, 즉 뉴욕 시각 1일(토) 오후 5시까지 투표를 해야 했다. 미리 말하자면, 바쁜 일은 겹쳐 온다.

1일(토). 학교 트랙 팀인 아들의 경기가 맨해튼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갑자기 알았다. 경기 끝나고 악기 수업 갔다가 투표하기란 불가능했다. 더구나 나는 브롱스에 살고 엄마는 퀸즈에 거주하신다.

경기장에 아들을 데려다주고, 엄마 집으로 급하게 갔다. (다른 학부모들은 경기장에 남아 자녀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엄마는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셨고, 만족한 미소를 지으셨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본선이나 마찬가지라 회자되는 민주당 경선에서 엄마가 선택한 문재인 후보가 재외국민 3,702명(기권 655명) 가운데 2,001명, 65.5%의 지지를 받았다. 전체 230만 명이 넘는 선거인 중에 투표 참여율은 76.6%였고, 그중 93만6천여 명, 57%의 지지율로 문 후보는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진출했다.

항상 야당을 지지했던 엄마가 뽑은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상식과 공정, 그리고 정의가 통하는 민주 사회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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