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혁당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세월호, 인혁당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 브라이언 정 기자
  • 승인 2017.04.12 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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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스트 인 더 쉘'에서 기억의 의미를 묻다

2017년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 루퍼트 샌더스 감독)을 원작과 비교해 보면 비주얼은 살리고 내용은 바뀐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오시아 마모루 감독의 1995년 애니매이션이 충격적이고 철학적이었다면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충격은 많이 줄었을 것이고 원작 마니아를 위한 영화를 만드는 것 보다는 처음 이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의 흐름과 내용의 합리성에 더 중점을 두고 싶었던 것 같다. 또한 흥행과 수입을 위해 ’공각기동대’라는 원제에 걸맞은 기동대의 탄생을 설명하며 이들의 활약을 담은 속편을 예상하게 한다.

1995년판 공각기동대 한국어 포스터

원작의 충격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인공지능이 네트 워크 안에서 어떻게 존재할지 기대와 공포를 함께 안겨주었다면 이번 영화는 ‘공각기동대’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마치 ‘배트맨 비긴스’를 보는 듯 하다.

내용은 뒤틀리고 바뀌었지만 비쥬얼과 주인공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 덕분에 참을 만 한데 결정적으로 나를 허탈하게 하는 건 마지막 결론과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원작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원작에서 말하는 인간인지 로봇인지 구분하는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생각하는 기계는 인간인가? 로봇인가?’라며 던졌던 질문을 영화는 외면한다. 영화에서 인간의 뇌는 로봇의 몸에 이식한 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프로세스요 저장공간인 것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이것은 살아있던 인간의 뇌와의 결합으로 탄생한 신인간이라고 말하며 광활한 네트 워크의 세계로 떠나는 것을 거부한 채 친구와 엄마에 대한 기억을 찾고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애니매이션의 공포에 가까운 냉철한 미래에 대한 경고와 코드로 이루어진 순수 프로그램의 생명체화에 대한 질문은 일체 꺼내지 않는다.

‘기억이 우리를 정의하는 것처럼 기억에 집착하지만, 우리를 정의하는 건 행동이다.’ 이 대사는 원작에 없었던 2017년 새로 만들어진 대사이다. 원작에서는 ‘진화를 위해 기억을 버리는 것도 방어를 위한 한 방법이다’라고 정의 된다. 이건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른 이야기이다. 공안 9과(원작에 나오는 국가공안위원회 소속 집단. 해킹이나 생화학 무기 등 최첨단 기술에 연관된 범죄에 대응하는 일에 특화되어 있으며, 각각 야전 군인이나 특수 기동대원, 일본 경찰청 소속 형사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의 관료 조직화된 모습만으로도 짜증이 나는데 이 대사는 완전히 자유한국당과 김기춘 버전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를 생각나게 한다.

원작의 주인공은 알을 깨고 미지의 새로운 세계로 걸어 들어 갔다면 2017년 영화는 알 속에 남아 ‘알콩달콩 공각대 놀이를 하렵니다’로 끝을 맺는다. 원작의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무서운 메시지를 거부하며 알맹이를 바꿔치기한 껍질만 남은 미래의 경찰이야기로 마니아를 기만한다. 원작의 난해함과 참신함을 무수한 클리셰로 채워 넣고 초보 관객의 이해를 갈구한다. 그래서 기존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한다면 나쁘진 않다. 원작 마니아는 평점을 깎고 영화만 접한 사람은 좋은 점수를 준 듯 하다.

기억은 과거고 행동은 현재다. 나를 정의 하는 건 현재다. 맞다. 하지만 역사는 기억되어야 하고 행동은 기억으로 남으며 그 기억이 역사다. 개인과 달리 인간 사회에서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일들이 있는 것이다.  지난 주 우리는 사법살인으로 사형 판결 하루 만에 8명이 사형을 당한 인혁당 사건 희생자를 기억해 냈고,  이번 주 우리는 세월호 3주기를 맞는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 공각기동대란?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1991년)를 기본으로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한 세 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실사 영화, 게임, 소설 등으로 파생되었다. 한국에도 만화와 애니매이션이 소개되어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특히 1995년의 첫 번째 애니매이션이 원작 만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오히려 만화의 인기를 견인했다. 
공각 기동대의 정식명칭은 공안 9과로 수상 직속의 특수부대. 원래는 4차 대전 당시 수상이 조직한 암살전문 부대로 시작하였으며, 전후에는 이상 범죄 및 사이버 범죄 등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범죄 수사, 테러리즘의 억제 및 검거, 암살 등 카운터 테러와 그에 따른 경비 및 요인 경호 등 대체로 방첩활동을 담당하는 기관이 되었다.
'공각(攻殻)'이 무슨 뜻인지 여러 추측이 있지만, 원작 만화에 따르면 후치코마의 할아버지 뻘이 되는 '야마톤 1호'의 기억상자가 나오는데, 그 명칭은 '공격형 장갑 외골각(攻撃型装甲外骨殻)'이었다. 줄여서 '공각'. 이  '공각'을 거느리고 싸우는 기동대를 의미한다.

 브라이언 정 객원기자 / <NEWS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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