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우 변호사 시국강연, 의도가 불순하다
김평우 변호사 시국강연, 의도가 불순하다
  • 지유석
  • 승인 2017.04.14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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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법조인이 왜곡 정보 전파, 정치적 의도 있지 않나?

자기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보이는 행태가 남탓이다. 물론 자신의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 외부적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요인이 불가항력이라도 자신의 역량을 최선까지 발휘해 무언가를 성취한 사례도 많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오후 김평우 변호사가 뉴욕 플러싱에 있는 한인식당에서 시국강연을 했다. 이 강연엔 교민 500여 명이 모였다. 강연 시작 한 시간이 지나자 마련해 둔 좌석이 동이 났다. 뉴욕 전체 교민수가 50만 명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흥행을 거둔 셈이다. 

김평우 변호사의 강연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남탓'이다. 자신이 막말 변론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부당했다고 주장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은 아무런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이뤄졌다고 강변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미 'JTBC뉴스룸' 등 한국 언론에서 진위여부를 세세하게 따졌고, 상당부분 사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강연장에 모인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헌재나 촛불집회를 폄하하는 발언이 나올 때면 그야말로 열화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 변호사는 한국에서 매 주말마다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나와서도 선동에 가까운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청중들의 반응은 한국 보다 뉴욕 현지가 더 폭발적이었다고 본다. 

이 광경을 보면서 머리 속이 혼란스러웠다. 청중 대부분은 50대 이상, 이민 30년차가 넘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고국에 대한 이미지가 이민온 그 시점에 멈춰 있는 분들이다. 더구나 낯선 미국 땅에 정착하려고 억척스럽게 일하느라 새로운 정보를 접할 시간도 부족했다. 최근엔 스마트폰이 보급돼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쯤은 갖고 있다. 그러나 단문 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카톡)으로 퍼지는 가짜뉴스만이 고국의 정치상황을 바라보는 창구 역할을 할 뿐이다.

반면 김 변호사는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김 변호사 1967년 제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방법원,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판사 등을 지냈다. 변호사로서 이력도 화려해서 1997~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2000~2001년 현대증권 법률 담당 부사장, 2000~2002년 세계한인변호사회 회장, 2009년 제45대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활동했다.

변호사는 변론으로 말해야 한다. 그가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한 변론은 한 마디로 수준 이하였다. 일국의 대통령의 파면이 걸린 법정이라면 치밀한 법리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사실 헌재의 본격 심리가 시작되면서 치열한 법리다툼이 있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그의 변론은 이 같은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헌재에서 이뤄진 변론 영상을 보면 그의 변론은 법리라기 보다 선동에 가까웠다. 

김 변호사의 구국 투어, 무엇을 노렸나?

현지 시간 10일 오후 김평우 변호사가 뉴욕 플러싱에 있는 한인 식당에서 시국강연을 진행했다. ⓒ 지유석

지식이 해박한 법조인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30년 가까이 녹록지 않은 이민생활을 보내고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청중을 상대로 왜곡을 일삼은 건 분명 죄악이다. 이 지점에서 문득 이 같은 의문이 떠오른다.

왜 김 변호사가 뉴저지와 뉴욕까지 와서 선동을 왜곡된 정보를 전파했을까? 혹시라도 교민들을 뒤흔들어 5월 대선 재외국민 투표에서 보수 후보에게 몰표가 가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시국강연을 한 건 아닐까?

만약 이런 의도라면 명백한 실패다. 이민 30년 차 교민 A씨는 기자에게 이 같은 말을 들려줬다.

"교민사회가 보수 성향이 강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민 30년 차 이상 교민 대부분은 미국 시민권자다. 즉, 재외국민 투표 자격이 안 된다는 말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보수 후보에게 투표할 것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유학생이나 아직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영주권자들, 주재원들은 대부분 야당에 투표했다. 대선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한다."

실제 기자가 만난 이민 연차 10~15년 사이이고 40대 이전 나이대에 속하는 교민들에게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기고, 새로 들어설 정권이 적폐를 청산하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워주기를 염원하는 기류가 강하게 감지된다.

부디 교민사회가 김 변호사 같은 극우 인사들의 선동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왜곡된 정보의 유통을 잘 막아 주기를, 그래서 재외국민 투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 고국의 민주주의 회복에 일익을 담당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미주지역 재외국민 투표는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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