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 서상희
  • 승인 2017.04.18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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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ㆍ뉴욕 등 세월호 3주기 기억식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

2014년 4월 16일. 국가는 그 의무를 방기했고, 꽃다운 젊음이 무참히 스러졌다. 약자가 고통받는 사회는 청산되어야 하며 슬픈 역사의 참혹함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기억.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이 전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새겨진,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랫말로 편집자 주를 대신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편집자 주)

'잊지 않을게 - 세월호와 함께 걸어요.'  리플렉팅 풀을 걷기 전, 참가자들이 모여 기념 사진을 찍었다.

15일(토) 오후 5시 워싱턴 DC 링컨 메모리얼 앞 계단,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주최한 ‘잊지 않을게 - 세월호와 함께 걸어요.’ 현장.

이곳은 내셔널 텍스 데이(물론 올해의 공식적인 텍스 데이는 4월 18일이다)를 맞아 트럼프 행정부 반대와 사드 배치 반대 등 백악관 근처에서 시위를 끝내고 내셔널 몰, 특히 링컨 메모리얼 앞에 모여든 많은 사람과 관광객들로 엄청 붐볐다.

리플렉팅 풀 앞 광장 바닥에는 미수습자 9인과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사진이 정성껏 전시돼 있었고, 탁자에는 유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 코너와 노란 종이배가 놓여 있었다. 외국인들에게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알리는 전단도 살포되고 있었다.

행사 내용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기리는 묵념과 시 낭독, 노래, 버지니아 페어팩스에서 활동하는 풍물패 천지연의 공연, 그리고 자유 발언 등, 하늘의 별이 된 안타까운 죽음을 잊지 않고 함께 하겠다는 기억과 다짐의 시간이었다.

한 참가자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전달할 손편지를 쓰고 있다.
천지연의 사물놀이 공연 모습

조현숙 씨는 “아직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기회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끝까지 함께 한다는 연대의 마음을 내포한 이 행사는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 목소리를 내고 알리고 지켜본다는 각오의 의미”라고 말했다.

잊지 않기 위해 장장 4시간을 운전해서 왔다는 김혜선 씨. 김 씨는 “아들 세 명과 똑같은 이름이 희생자 명단에 그대로 있어서 더욱 안타깝다.”며 “정의를 요구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울먹이며 결의를 다졌다.

워싱턴 DC, 버지니아, 메릴랜드 등지에서 모인 약 100명의 참가자는 사전 행사를 마치고 링컨 메모리얼과 워싱턴 모뉴먼트를 동서로 연결하는 리플렉팅 풀을 한 바퀴 돌며 잊지 말고 꼭 기억하자는 세월호 3주기 추모 행사를 마쳤다.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제공-하늘뜻교회)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단원고 2학년 남현철·박영인·조은화 학생.

단원고 고창석·양승진 선생님.

이영숙 씨, 권재근·권혁근 부자.

뉴욕 뉴저지 세사모를 비롯한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뉴욕 동포들은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부르며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을 개최했다.

세월호 기억식 참가자들이 브루클린 다리를 행진하고 있다. ⓒ 박매헌 
세월호 3주기 추모 묵념의 시간 ⓒ 박매헌 
세월호 추모 행진 ⓒ 박매헌 

16일(일) 오후 2시 브루클린 캐드먼 플라자 파크.

이날 기억식은 묵념과 미수습자 이름 부르기, 추모 공연(뉴욕 뉴저지 세사모 합창, 노래, 살풀이), 국화 헌화 등 추모제에 이어 별이 된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며 노란 몸자보 차림으로 노란 풍선과 국화를 들고, 잊지 말자는 각오를 다지며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행진했다.

클레어 박 씨는 “살풀이 공연 중간에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아이들 눈물같이 느껴졌다. 살풀이가 끝나자마자 비가 그쳤고, 다리를 건너는 중간에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다 해가 다시 내리쬐었다. 마치 아이들이 하늘에서 고맙다고 눈물로 대답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하늘뜻교회(한재경·노용환 목사 공동 시무)의 부활절 및 세월호 추모 야외 예배가 있었다.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뜻을 이루기 위해 예배하고 동참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하늘뜻교회는 세월호 기억식에 참석하는 신도 가족을 위해 예배 장소를 옮겼다. 매 주일 오후 3시가 예배 시간이라 기억식 시간에 맞추기 위해 미리 예배를 드리고 온 교인이 세월호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노용환 목사는 마태복음 28장 1절에서 10절까지 ‘예수 부활하셨다’를 주제로 설교했다. 노 목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직전, 두려움과 기쁨이 공재하는 세 여인의 심정에 초점을 맞춰서 떨리는 마음으로 부활을 맞이하면 예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설파했다.

노 목사는 또 “예수의 부활을 확인하는 세 여인처럼 우리도 미수습자를 찾지 못할까 두렵고 무서운 마음도 있지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도 있다. 지금까지 3년의 인양 과정에서 절망과 무서움 뿐 아니라 순간순간 기쁨도 있었다. 그런 떨림을 견지하고 계속 나아가면 평안의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해주실 것이다."고 덧붙였다.

살풀이 '그리움 만진다' 공연을 펼친 이송희 씨가 세월호 희생자를 대신해 한 어린이로부터 추모의 꽃을 받고 있다. (제공-하늘뜻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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