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공개, 왜 두려워하는가?
재정 공개, 왜 두려워하는가?
  • 최호윤
  • 승인 2007.03.10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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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교회는 재정 관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 재정을 공개함으로써 교회가 하는 일을 외부에 알릴 수 있다. 이것은 초신자가 교회를 다닐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교회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게 된 불신자가 호기심으로 교회가 재정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알아보고 싶다고 그 방법을 물어온다면? 현재로는 공식적인 통로가 전혀 없다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나아가, 교회의 구성원인 교인으로서도 이를 파악할 방법이 공식적으로 명시된 경우가 거의 없다. (전에는 불가능하였지만 최근에 들어와서 소규모 교회를 중심으로 매월 재정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는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마다 두 가지 점에서 안타까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첫째는 교회가 재정 관리의 모델로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라는 믿음의 공동체가 같이 예배만 드리고, 같이 식사만 하는 형식적인 공동체로 머물러 삶의 다양한 영역, 특히 대부분의 현대인이 자유롭지 못한 돈에 대하여서 교회 구성원간의 일체감을 상실했다.

둘째는 교회 재정이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행동으로 보여주는 전도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불신자와 초신자들에게 교회의 역할과 교회가 하는 일들을 객관적인 수치로 알려주고 복음의 공동체가 어떻게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자본(재정)을 관리하는지 모델을 제시한다면 이런 행동은 복음에 대한 동기부여 수단이 될 수 있다.

요즈음 교회가 재정 결산을 공동의회에 보고하는 형식은 빔프로젝트를 사용하여 화면에 비춘 상태로 보고하거나, 공동의회 후 배부한 유인물을 회수하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건강한 교회 재정에 대하여 연구할 목적으로 많은 교회에 재정결산서를 입수하기 위해 요청을 하였지만 큰 교회의 튼튼한 문만큼이나 폐쇄적인 모습만 보여주었다. 예수님이 문 앞에서 두드리신다 할지라도 열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재정 공개하면 비판 받는다고 생각

교회가 재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교회가 재정을 공개하면 피곤하다는 것이다. 작은 교회에서는 교회의 어려운 재정 상태로 교인들이 시험에 들거나 부담을 느껴 교회를 떠나게 되고, 큰 교회에서는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는데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로 인해 업무가 마비된다는 것이다. 또, 공개된 자료들을 가지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어 교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은 교회 공동체에 대하여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재정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가? 성경에선 직접적으로 재정을 공개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회가 사회에서 소금과 빛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 교회가 하는 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이해 관계자들에게 재정 운용은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재정에 대하여 알고 있어야만 교회가 가는 방향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다.

그러면, 교회 재정을 누구에게 공개해야 하는가? 다시 말해 교회 재정에 대한 이해 관계자는 누구인가?

재정 공개를 회피하는 교회의 경우 목회자를 포함한 몇몇 소수의 재정을 담당하고 관리하는 장로 또는 안수집사가 이해 관계자가 되고, 이들의 재정 관리 관심은 어떻게 하면 다음해 헌금을 많이 들어오고, 어떻게 해야 교회(정확한 의미는 외형적인 교회)를 확장해갈 수 있을까다. 이런 관점에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가는 방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거추장스럽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판의 씨앗이 되는 재정 자료 공개를 거부하게 된다. 그리고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어가니 재정담당자에게 일임하자는 요청을 하고 교회 구성원인 성도들은 교회의 리더들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자는 요청에 정색을 하고 반대하지는 못하고 어물쩍 넘어간다.

“정말 이렇게 하는 것이 교회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청지기의 자세인가”라고 예수님이 물어보신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에서 천사들을 호령하여 악의 세력을 제하기보다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피 흘리며 사랑을 회복하는 인고의 시간들을 묵묵히 담당하셨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교회의 구성원들을 무시하고 이루는 효율성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이루는 지체들이 같이 세워나가는, 부대낌 속에서 만들어지는 공동체간의 일체감과 사랑을 원하신다. 하지만 많은 교회는 재정 관리 영역에서 주인 되신 그리스도의 정신은 사라지고 인간적인 모사가 교회를 운영한다.

재정 공개로 교회가 하는 일 알려라

한걸음 더 나아가서 왜 교회는 재정 사용 내역을 일간지에 공개할 수 없는가?

요즘은 영리법인들의 주주총회 시즌이어서 많은 일간지마다 결산서를 공시하고 자산 규모 70억 원 이상인 기업들의 결산서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라도 아무런 제약 없이 결산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기업들이 얼마를 벌어서 어디에 사용하였는지를 보면서 그 기업이 어떤 일을 하고 어디에 중점적으로 돈을 사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 최호윤 회계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마찬가지로 교회가 재정 내역을 세상에 공개할 때 우리가 말로 교회의 역할을 홍보하지 않아도 불신자들에겐 교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교회가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하는지 알려진다. 교회가 세상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한다고 매일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담긴 재물이 사용되는 내역들을 세상에 공개하여 교회의 실체가 쉽게 표시되고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비영리단체와 교회의 재정 관리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재정 공개 관점에 대한 큰 차이를 느꼈다. 비영리단체는 재정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후원자들이 맡긴 후원금의 사용 내역을 알려주고 그럼으로써 후원자들이 안심하고 후원할 수 있는 구조를 선호하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의 홈페이지마다 재정 내역을 공개하는 추세다. 이들은 후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재정 관리 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가 재정 내역을 홈페이지 공개하는 것은 아직 먼 얘기이고, 교회 재정 관리 데이터를 IDC(Internet Data Center)등과 같은 교회 외부에 두는 것조차 걱정되어 절대적으로 교회 내부에 보관하려 한다.

교회 재정 내역이 공개되면 무엇이 두려운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청지기의 자기 방어 본능인가?

최호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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