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향유 가능한 문화이다"
"과학은 향유 가능한 문화이다"
  • 서상희
  • 승인 2017.04.20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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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일 교수가 전하는 '2017년도 중학생을 위한 롱 아일랜드 과학 및 엔지니어링 대회' 우승 이야기
이종일 교수는 과학은 문화이므로 향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회 뉴욕한인교회(Great Neck Episcopal Ministry-GEM/관할 사제 배요셉 신부). "그리스도의 열정으로 사랑과 자유를 나누며 평화 가운데 세상으로 나아가는 열린 공동체(2010년 전체 교인 피정에서)"를 지향한다.

이종일 교수(뉴욕시립대 화학과). 한국 천주교의 초석을 다진 광암 이벽 선생의 후손으로 태생부터 천주교 신자이며 과학자이다.

열린 사고를 지닌 과학자와 교회가 만나 뜻밖의 성과를 이루었다. 이 교수는 동 교회가 주관하는 과학 동아리를 지도한다. 지난 3월 23일 2017년도 중학생을 위한 롱 아일랜드 과학 및 엔지니어링 대회(2017 LISEF-Broadcom MASTERS A Science Fair for Middle School Students)에서 이 교수가 지도하는 학생 세 명이 화학과 환경 과학 분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아이들이 현실에서 배우는 과학과 주일날 교회에서 배우는 교리를 전혀 다른 세계라 인식하고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 슬펐다.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아닌데, 말이다."

성당에서 10여 년간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느꼈던 생각이다.

천주교 신자이면서 어떻게 교회의 교사가 되었을까?

"기적 같은 일이다. 1년 반 전부터 성당을 쉬면서 생각 중이었다. 그레이트 넥 교회에 다니는 지인 부부에게 위의 이야기를 꺼냈는데 성공회에서는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러면 기꺼이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그분들이 신부님과 의논하자마자 너무 쉽게 일이 성사돼서 기적처럼 느껴졌다."

중학생(6~8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유가 궁금했다.

"과학은 본체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발견해 나가는 도구이고 수단이다. 대학을 목전에 둔 고등학생보다는 중학생에게 과학이라는 도구를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하고 싶었다."

이 교수의 전공은 광화학이다. 몸속에 약을 전달하는 나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란다. 보내는 입체 신호에 따라 약을 원하는 부위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빛을 이용한다.

아이들에게 그의 전공 분야를 가르치는 것인지 물었는데, 의외의 답변을 했다.

"과학을 생물학, 화학, 물리학, 천문학, 엔지니어링 등으로 나누어 가르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과학, 인문학, 철학, 종교 등으로 이미 규정된 틀 안에서 배우고 사고하는 것은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이미 규정해 놓은 담을 허물고, 학문은 모두 같은 뿌리라는 것을 알려줘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로운 사고를 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과학은 동일한 수학적인 생각과 논리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하는, 인간이 발명한 수단과 도구이지, 만고의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가르쳤다."

아이들의 생각 폭이 얼마나 넓어졌을까?

이종일 교수의 수업하는 모습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대화 위주의 수업이고, 학생 개개인이 자기 생각을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스스로 주체가 돼서 한둘씩 인지 능력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장난과 농담이 동반되는."

2016년 1월부터 시작한 수업은 처음엔 14명이었으나 한 학기가 끝나고 나서 6명으로 줄었다.

"과학 수업은 명료하게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수업을 들을수록 왠지 더 흐물흐물해지고 섞여가는 것 같으니까, 과학 수업인데, 철학과 인문학을 섞어야 한다고 하니까, 혼란스러워하더라.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부모의 영향을 받은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잘하는 편이다."

 

이 교수는 과학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답을 찾아내기 위한 수단이지, 절대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과학책에 쓰인 지식은 우리가 현재 파악하는 방법 아래에서 최상의 답일 뿐이라는 것이다.

"과학책에 쓰여 있는 것마저도 너희들이 바꿀 수 있다고 알려준다. 진리인 것처럼 보이는 뉴턴 역학이든 뭐든 간에 잘못된 부분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더구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가정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부분도 많이 있다."

과학경시대회에 참가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끼리 그동안 배운 과학을 현실에 응용하는 프로젝트를 했었다. 고등학생 과학경시대회 심사관을 많이 해서 경시대회 형식으로 1년 공부한 것을 부모에게 자랑하고 발표하자는 목적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부모의 제안으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세 팀이 나가서 두 팀이 1등을 차지했다. 통합 교육을 한 탓에 처음에는 어느 과학 분야에 출품할지를 고민했다.

화학 분야에서 우승한 이 애슐리 학생(왼쪽)

이 애슐리 학생(8학년)은 화학에서 우승했다. 집에서 사용하는 조리 기구의 중금속 측정 도구를 만드는 아이디어이다. 알루미늄 포일과 구리선으로 중금속 정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이 생각을 좀 더 발전시켜서 셀룰러 폰에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좀 더 정밀한 도구를 만들겠다는 것.

환경 과학 분야에서는 장석주(마이클)와 양 데이비드 학생이 1등을 차지했다. 7학년인 두 학생은 짓궂고 놀기 좋아하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지닌 학생들이다.

개성이 다른 아이들이 부딪히면서도 끝까지 서로를 인내하며 이루어낸 성과이다. 원래 목적은 흙에서 전기를 뽑아내자는 것이다. 흙을 인공적으로 쌓고 효모를 이용했다. 효모가 음식을 먹으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실험했다. 이 이론을 쓰레기처리장에서 사용하면, 쓰레기를 분해하면서 동시에 전기를 만들 수도 있겠다고 아이들은 흥분했다. 사고가 굳어지기 전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이 교수도 덩달아 흥분했다고.

환경 과학 분야에서 우승한 양 데이비드(왼쪽)와 장석주 학생

이 교수는 아이들이 경시대회에서 상 받은 것에 대해 어떤 느낌일까?

"그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성취 지향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삶에 녹아있는 과학이라는 문화를 향유하기를 원한다."

이 교수는 교회에서 과학이라는 문화를 끌어안아 준 것에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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