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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친 개의 꼬리로 전락한 한국, 부끄럽다모욕당한 군사주권, 차기 정부가 회복해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비용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 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이 사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에 통보했다"고 밝히면서다. 

국방부는 즉각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인 28일 <워싱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중히 말하건대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고위 관리들도 트럼프를 거드는 모양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현지시간 20일 미 NBC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나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든 다른 시스템이든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사드와 관련된 문제는 모든 동맹국과 재협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맥마스터 보좌관의 발언은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고 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이 느닷없이 사드 배치 비용을 들고나온 배경에 대해 한국을 압박해 미국산 무기를 더 사들이게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국회 국방위)은 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한국에 대해 재협상하겠다는 책임 분담은 한국의 국방비를 늘리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미 양국 간 진실공방, 그리고 동맹을 무기 판매처쯤으로 여기는 미국 측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이 나라가 주권국가이긴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우리 쪽에서 사드 배치를 서둘러 추진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며 분노마저 인다.

미중 충돌, 제주 해군기지 건설 때부터 예고 

지난 2012년 3월 당시 이명박 전 정권은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를 짓겠다며 구럼비 발파를 시도했다. 이에 맞서 강정 주민과 문정현 신부 등 종교인, 평화활동가들이 공사를 막으려 했다. 이러자 이명박 정권은 공권력을 투입해 반대를 탄압했다. ⓒ 지유석
지난 2012년 3월 당시 이명박 전 정권은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를 짓겠다며 구럼비 발파를 시도했다. 이에 맞서 강정 주민과 문정현 신부 등 종교인, 평화활동가들이 공사를 막으려 했다. 이러자 이명박 정권은 공권력을 투입해 반대를 탄압했다. ⓒ 지유석

이 지점에서 잠시 시간을 2012년 3월로 되돌려 보고자 한다. 당시 이명박 전 정권은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를 짓겠다며 구럼비 바위 발파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구럼비는 해변을 따라 1.2km가량 펼쳐지는 검은 빛깔의 바위로 주민들은  어머니 같은 바위라며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실제 구럼비 바위 일대엔 갖가지 희귀동물이 모여 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주민들과 가톨릭 사제들, 뭍에서 온 활동가들은 구럼비 발파를 막기 위해 건설현장에 모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이 같은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발파를 강행했다. 우익 단체를 제주로 내려보내 맞불집회도 열었다. 이 때문에 강정 해군기지 공사현장은 공사를 막으려는 주민, 종교인, 활동가들과 공권력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군기지를 '민군 복합미항'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이 기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적인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이미 2011년 8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강정) 해군기지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적 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었다. <플래툰>, <7월 4일생>, <스노든> 등 일련의 문제작들을 연출한 올리버 스톤 감독은 2013년 8월 직접 강정을 방문해 더욱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외국과 군사동맹을 구축하고 미군 기지를 국외에 만들어왔다. 많은 미군 기지가 일본과 한국에 있다. 제주도는 중국 상하이에서 50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제주도는 최전선에 있게 된다."

새삼 제주 강정의 사례를 끄집어낸 이유는 성주의 상황이 강정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드 논란이 일 때마다 북한 핵 위협 대응 수단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사드가 정말로 북핵 위협을 억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 중이다. 오히려 중국의 군사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미국이 사드 배치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실제 중국은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시점부터 불편한 심기를 보이더니, 사드 장비가 한국에 들어오자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강정 해군기지에 별반 반응이 없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중국이 해군기지보다 사드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태극기 무색하게 자국민 억압하는 공권력  

지난 달 28일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주 초전리에서 미군이 탄 차량이 마을 어귀를 지나가자 주민과 원불교 교무 등 종교인들은 차량을 막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때 경찰은 기동대를 투입해 주민들을 끌어 냈다. ⓒ 지유석
사드 배치 부지인 성주군 초전리 마을 어귀에서 평화 활동가 강 아무개씨가 길목을 지키고 있다. ⓒ 지유석

다시 성주로 돌아가 보자. 우리 정부는 해군기지보다 훨씬 더 위험천만한 군사 장비를 들여오면서 국민에게 갖은 무례를 자행하고 있다. 정부는 "사드 배치와 운영은 미국이 돈을 내고 우리는 부지만 제공한다는 원칙을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한다. 국방부는 이를 뒷받침할 약정서가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해당 약정서가 2급 기밀이라며 공개를 꺼린다.

사드 부지인 성주군 초전면 사정은 더욱 참담하다. 주민들, 원불교 교무를 비롯한 종교인들은 사드 장비의 추가 반입을 막기 위해 부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상주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주민들의 저항을 강압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주민들은 미군 유조차가 진입하려 하자 차량으로 길목을 막았다. 

이러자 경찰은 차량의 유리를 깨고 타고 있던 주민들을 연행했다. 앞선 28일 오후에도 주민들이 미군 관계자들이 탄 차량이 마을 어귀를 지나가자 주민들이 길을 막고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때 경찰은 신속하게 기동대를 투입해 주민들을 끌어냈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에서 벌어졌던 상황이 성주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강압적 진압방식은 세월호, 고 백남기 농민 죽음 등을 겪으며 익히 봐왔다. 그러나 강정과 성주의 경우, 미국의 군사전략과 연관성이 깊다. 즉 한국보다 미국의 국익이 먼저인 일이라는 말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경찰은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 이 같은 임무가 무색하게 경찰은 두 곳에서 주민, 종교인, 평화활동가들의 반대를 억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제복에 붙은 태극기가 무색할 지경이다.

앞서 언급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경고했다.

"한국이 미국 군부라는 개의 꼬리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불행하게도 강정과 성주 양쪽에서 벌어진 상황은 이미 스타이넘의 경고가 현실이 됐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제 10일 새 정부가 들어선다. 부디 새 정부는 군사주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고 미국에 끌려다니는 일이 없도록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사드 배치를 강행한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지유석  luke.wyclif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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